(재테크)공매도 재개 임박…타깃 후보군 ‘조심’
외국인 자금 유입 기대 vs. 고평가주 몰매 우려 엇갈려
2차전지·바이오·조선·상폐 후보 피해야
2025-03-22 06:00:00 2025-03-22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공매도 재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위험 회피 거래가 가능해져 외국인들이 돌아올 것이라는 기대감과,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던 종목들에 공매도가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공존합니다. 공매도 제도에 대한 찬반 의견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공매도의 타깃이 될 수 있는 종목 근처엔 가지 않는 게 좋겠다는 의견만큼은 일치합니다. 
 
오는 31일 공매도 제도 시행을 앞두고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 증권사들이 새로운 시스템 점검에 분주합니다. 19일엔 국내 증권사들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거래소 주최로 공매도 전산시스템 구축 시연회를 열어 공매도 중앙점검시스템(NSDS)이 무차입 공매도 등 불법 공매도 주문을 어떻게 차단하는지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주식 잔고가 부족할 경우 공매도 주문이 실행되지 않는 방식입니다. 이에 따라 보유 주식 없이 공매도를 실행해 논란을 빚었던 무차입 공매도는 급감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공매도 중단 후 외인 지분율 하락…회복 기대감
 
공매도는 코로나19 발발로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렸던 2020년 3월 전면 중단됐다가 일부 재개한 후 2023년 11월6일 불법 공매도 방지 시스템 구축을 이유로 다시 중단됐습니다. 이후 예정했던 날짜를 두 차례 연장하면서 해제를 미뤘고 이제야 거래를 재개하게 된 것입니다. 전 종목에 대한 공매도 거래 재개는 약 5년 만입니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가 오랜 시간을 두고 불법 공매도를 찾아내는 시스템을 준비했음에도 공매도 제도 자체에 대한 논란은 여전합니다. 특히 공매도 때문에 주가가 하락한다거나 작전세력이 공매도를 이용한다는 인식이 강한 개인 투자자들은 여전히 탐탁지 않은 분위기지만, 위험 헤지 수단이 필요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환영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기관 등 큰손들은 기업실적 감소나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이 아니라도 현물과 선물의 가격 차, A종목과 B종목을 묶어 서로 역방향으로 투자하는 등 다양한 위험 관리를 병행합니다. 이 때문에 공매도가 중단됐을 때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일부 외국인 투자자들은 위험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한국 증시에서 자금을 인출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 직전인 2020년 1월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지분율(시가총액 기준)은 38.9%에 달했으나 지난 18일 현재 31.98%로 크게 추락한 상태입니다. 
 
지분율 하락의 배경엔 국내 경제성장률이 저하된 탓도 있지만 자금 유출 자체가 지수를 끌어내린 측면도 있습니다. 이런 자금이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것입니다. 이에 우량 대형주 중심으로 수급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있습니다. 
 
실적 동떨어진 랠리, 일단 조심
 
반면, 공매도가 멈춰있던 동안 실적과 동떨어진 랠리를 펼쳤던 주식종목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바싹 긴장하고 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공매도의 가장 큰 순기능이 버블 완화인데요. 별다른 이유 없이 주가가 과도하게 오를 경우 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의 공매도 주문이 유입돼 주가 상승을 제어하기 때문입니다. 수년간 호랑이 없는 굴에 여우가 활개 치듯 실적과 무관하게 또는 불확실한 이유로 급등했던 종목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들로서는 공매도 재개가 무서울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공매도의 타깃이 될 수 있는 이유를 가진 종목이라면 일단은 멀찌감치 피해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 첫 번째 사례는 실적과 주가가 크게 동떨어진 종목들입니다. 매년 적자 행보를 이어가면서도 주가는 크게 오른 종목들이 가장 눈에 띄는 후보들입니다. 코스닥 시장에 이에 해당하는 종목들이 많습니다. 특히 실적 개선 없이 주가가 급등한 바이오 종목들이라면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기대감만으로 오르는 것을 공매도가 놔둘 리 없습니다. 
 
주요 2차전지 주식종목들도 공매도의 좋은 먹잇감입니다. 대부분의 2차전지 주식들이 성장에 대한 기대로 천정부지로 올랐다가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에 밀려 하락 조정 중이지만 실적 대비 주가는 여전히 높습니다.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훼손된 상태여서 공격받기 십상입니다.
 
실적 악화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석유화학업종 안에도 공매도의 잔인성을 만날 수 있는 종목들이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반대로 실적과 주가는 1년 넘게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피크 논란이 뒤따르는 조선주도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이와 별개로 공매도가 중단되기 전 공매도 세력의 단골손님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공매도 폐지 운동의 시발점이었던 셀트리온 등입니다. 
 
이밖에도 금융당국의 퇴출 기준 강화로 인해 밀려날 수 있는 후보들 역시 피해 가는 것이 좋습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3년간 3단계에 걸쳐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을 최대 500억원(코스닥 300억원), 매출액은 코스피 300억원, 코스닥 100억원까지 높이기로 했습니다. 
 
이같은 우려는 대차잔고에도 반영되고 있습니다. 무차입 공매도가 금지돼 이젠 큰손들도 공매도를 하려면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주식을 빌린 내역이 대차잔고에 집계됩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일 현재 대차잔고가 가장 많은 종목은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순입니다. 이들은 시가총액이 월등하게 크기 때문에 금액 기준으로 집계하는 대차잔고도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시총에 비해 대차잔고 순위가 높은 종목들은 주의해야 합니다.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은 시총이 각각 11조원, 10조원인데 대차잔고는 2조1605원, 1조6716억원이나 됩니다. 모두 2차전지 종목들입니다. 
 
미 식품의약품청(FDA)에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 승인을 신청했다가 이날 보완요청을 받은 HLB도 순위에 올라 있습니다. HLB의 시총은 6조1095억원, 대차잔고는 6565억원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