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유근윤 기자] '약자와의 동행'을 외친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작 쪽방촌 공공임대주택 개발엔 소극적입니다. 민선 8기 초기만 해도 오 시장은 "(공공임대주택에) 속도감을 내겠다"고 했지만 올해엔 "(공공임대주택 사업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아니라 (국토교통부 산하)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가 하는 사업"이라며 한발 물러선 상황입니다.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의 공공임대주택 사업이 4년째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참다 못한 시민단체는 광화문광장에서 서명운동까지 벌이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9일 서울시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거주자가 '온기창고' 진열대에서 물건을 고르고 있다. (사진=서울시)
시민단체 홈리스행동은 지난 1월23일부터 광화문광장과 온라인 등에서 '서울 동자동 쪽방촌 공공주택지구 지정 촉구 서명' 운동을 벌이는 중입니다. 21일 현재 서명자는 8000명 정도입니다. 홈리스행동은 목표치로 잡은 1만명이 채워지면 서명들을 서울시와 국토부에 전달할 예정입니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오 시장은 2023년 7월 서울역 쪽방촌 상담소 '온기창고' 개소식에서 참석 '공공주택사업에 대해 국토부와 협의를 잘 하고 있고, 염려 안 해도 되는 단계에 와 있다. 속도감을 내겠다'고 했다"면서 "하지만 지난해에 다시 동자동 쪽방촌을 방문했을 땐 민간개발 지지 쪽으로 바뀌었다고 저희는 판단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오 시장) 입장이 예전보단 후퇴했다고 당연히 생각이 든다"며 "2023년에는 '국토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해놓고 갑자기 지난해 건물주 측을 두둔하고 올해 국민의힘에 (공을) 넘기는 건 일관성도 없다"고 했습니다.
홈리스행동 측이 '오 시장의 입장이 후퇴했다'고 문제 삼는 문제의 발언은 지난해 7월5일 오 시장이 동자동 쪽방촌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동할 때 나왔습니다. 당시 오 시장은 쪽방촌 거주들에게 "제 (공공임대주택) 해법은 사업성을 높여주는 것"이라며 "많은 가구를 지을 수 있도록 하면 아무래도 가구분의 여유가 생기니까 세입자분들한테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겠느냐"고 했습니다. 또 "그 점을 가지고 국토부하고 서울시가 협의(하는) 과정"이라며 "지주 쪽은 생각이 (거주자와) 다르지 않느냐"라고도 했습니다. 2023년 7월만 해도 '쪽방촌 거주자가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단계'를 강조했으나 1년 뒤엔 '지주 쪽은 생각이 (거주자와) 다르지 않느냐'고 한 겁니다.
올해는 오 시장의 발언은 더 소극적으로 변했습니다. 설 명절을 앞둔 1월24일. 오 시장은 동자동 쪽방촌에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났습니다. 당시 회동 장소 인근에선 쪽방촌 거주자와 시민단체들이 '공공임대주택 조속 추진'을 주장하며 집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오 시장은 쪽방촌 거주자들에게 "이 (공공임대주택) 사업은 서울시의 SH공사가 하는 사업이 아니라 LH공사가 하는 사업이라는 거 알고 계시느냐"며 "국토부에 말씀해서 권 비대위원장이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정작 오 시장은 3월19일 숭실대 특강에선 쪽방촌 정책인 '온기창고'와 '동행식당'을 자랑했습니다. 오 시장은 당시 "서울시는 '동행·매력 특별시 서울'을 비전으로 하는데 '약자와의 동행'의 동행을 앞에 놨다. 제일 중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약자의와 동행'은 이번달에 출간되는 오 시장의 신간 '다시 성장이다'의 주요 내용에 속하기도 합니다.
19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 동작구 숭실대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오 시장은 국토부로 공을 넘긴 모습이지만, 국토부는 2021년 2월 동자동 쪽방촌을 개발해 공공임대주택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현재까지 별다른 진척이 없습니다. 토지 소유주와 건물주들, 거주자들의 이해관계가 부딪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토지 소유주, 건물주들은 민간개발로의 전환을 요구합니다. 반면 거주자들은 강제 퇴거를 동반한 민간개발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청 역시 동자동 공공임대주택은 국토부 소관이라는 입장입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동자동 공공임대주택을 추진 중이냐'는 질의에 "사업 결정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국토부에서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저희가 이렇게 해달라 저렇게 해달라 할 수는 없다"며 "지금은 국토부와 서울시의 협의와 소통이 덜하다. 향후 방향을 명확히 설명할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은 2023년엔 왜 안심시켜드려도 되는 단계에 와 있다라고 말한 것이냐'는 물음엔 "국토부에만 맡겨둘 수 없어서 시장으로서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금은 국토부와 서울시의 협의와 소통이 덜하다"고 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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