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케이뱅크가 기업공개(IPO)에 세 번째 도전하는 가운데 시장 기대치에 비해 당초 제출했던 희망 공모가가 여전히 비싸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앞서 케이뱅크는 희망 공모가 대비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두 차례 상장을 철회했는데요. 이번 IPO의 성패 여부도 현실적인 공모가 조정에 달렸다는 지적입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12일 이사회를 열고 IPO 안건을 의결했습니다. 지난해 고객 수가 크게 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연간 당기순이익 128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128억원) 대비 10배에 달하는 성장을 보였습니다. 고객 수도 1274만명까지 증가했는데, 이는 출범 이후 최대 증가 폭입니다.
앞서 케이뱅크는 2022년과 2023년 두 차례 상장을 추진했으나, 기관 투자자 수요 예측 부진 등의 이유로 철회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예정했던 IPO도 연기했으며, 올해 1월에는 지난해 12월 발생한 계엄령 여파로 얼어붙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또 한 번 상장을 미뤘습니다.
이번엔 2026년 7월 IPO 마감 시한을 앞두고 3번째 도전인 만큼 케이뱅크 입장에선 반드시 성공시켜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당초 제시했던 공모 희망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앞서 두 차례 IPO를 연기하며 비상장주식이 큰 폭으로 떨어진 데다, 비교 대상인 카카오뱅크도 상장 이후 주가가 폭락세를 이어가는 만큼 높은 몸값을 조절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습니다.
실제로 케이뱅크는 지난해 금융위원회에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9500원~1만2000원의 공모 희망가, 최대 기업가치 5조원를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케이뱅크의 비상장주가는 IPO 일정이 연기될 때마다 급락했습니다. 비상장주식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2023년 10월 18일 IPO 일정 철회 발표 이후 케이뱅크의 비상장주가는 하루 만에 24% 하락하며 8300원을 기록했습니다. 이어 올해 1월 두 번째 IPO 연기가 발표되자, 1만원대였던 주가는 6000원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역대 최대 실적 발표에도 비상장주가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실적 발표 다음날인 12일 기준 6500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3000원대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60% 넘게 떨어진 것입니다.
비상장주가 시장은 소수 거래로 가격이 결정되는 특징이 있어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기업 성장 가능성과 투자 전망 등을 반영하고 있는 만큼 무시하기 어려운 지표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케이뱅크는 재무적 투자자들과의 관계 유지 등을 위해서라도 이번에 반드시 상장을 성사시켜야 한다”며 "비상장주가도 기업 실적과 시장 기대치 등이 반영된 만큼 이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5조원 기업가치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현재 케이뱅크의 주가가 공모 희망가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현실적인 공모가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습니다.
또한 케이뱅크의 높은 업비트 예치금 의존도는 여전히 과제입니다. 케이뱅크의 업비트 제휴 계좌 예치금은 7억원을 웃도는데요. 케이뱅크와 업비트 계약이 오는 10월 만료되는 만큼 비즈니스 확장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올해 초 상장 철회 이후 내부적으로 지속적으로 상장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며 "기업가치를 적절히 평가받을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케이뱅크가 역대 최대 실적을 뒤에 업고 3번째 IPO에 도전한다.(사진=케이뱅크)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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