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중견 조선소, 후판 반덤핑 관세 피했지만…미래 원가 압박 '우려'
'보세공장' 제도 덕에 반덤핑 예비 관세 피해
예비 관세 전 수입산 후판 급감…원가 부담 지속
수익성 회복 시기 대형사보다 지연 우려
2025-03-18 06:00:00 2025-03-18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3일 11:1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정준우 기자] 국내 중견 조선업계가 '보세공장' 제도 덕분에 우리 정부가 중국산 후판에 부과한 반덤핑 관세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세공장 제도는 수출용 선박에 대해 원료의 관세 부과를 보류해 주는 제도로 국내 중견 조선업계는 선박 수출 비중이 높아 보세공장 제도의 효과가 크다. 우리 정부는 지난 2월 중국산 후판에 대해 최대 38%의 반덤핑 예비 관세를 부과했다. 다만, 후판 반덤핑 예비 관세 조치 이후 후판 수입량이 줄었고, 국내 철강업계도 후판 가격을 인상한 탓에 향후 원가 부담을 피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평택항 전경.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연합뉴스)
 
보세공장 제도가 원가 상승 방어 수단
 
13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중견 조선소들은 보세공장으로 지정된 것으로 확인된다. 현재 보세공장으로 지정된 업체는 HJ중공업, 케이조선, 대선조선, HSG성동조선 등이다.
 
보세공장으로 지정될 경우 수출 선박에 사용되는 수입산 원료는 관세를 보류 받을 수 있다. 이에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다 해도 수출용 선박에 사용되는 중국산 후판은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 것이다. 지난 2월 우리 정부는 중국산 후판에 대해 27.91~38.02% 범위에서 반덤핑 관세 예비판정을 내렸다. 보통 유통 가격 기준 국산 후판이 중국산에 비해 5~10%가량 낮다는 점을 고려하면 반덤핑 관세 부과 후 중견 조선소의 원가 부담은 높아지겠지만 보세공장 지정 덕분에 원가 부담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국내 조선업계의 매출 대부분이 수출에서 나오고 있는 점도 부담을 경감시키는 요소다. 국내 선주가 발주하는 선박에 중국산 후판을 사용할 경우 원료에 관세가 부과될 수 있지만, 사업 비중은 낮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케이조선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아메리카에서 매출 50.87%가 나왔다. 아시아 지역에서 국내 매출을 제외하면 수출 비중은 더 높아진다. 또한 HJ중공업의 지난해 3분기 상선 매출 4136억원 중 73%(3026억원)가 해외 수출에서 나왔다. 대선조선 역시 같은 시기 상선 매출의 85%가 수출에서 발생했다.
 
중국산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초기에 중소형 조선소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업계에 따르면 실제로 초기에 중견 조선소들 역시 원가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조선업계에서는 보세공장 제도가 중견 조선소에도 이미 적용된 까닭에 충격이 예상보다 덜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보세공장 제도로 후판 반덤핑 관세를 피했지만 업계 안팎에서 장기적으로 반덤핑 관세로 인해 후판 원료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수입산 후판 가격이 오를 경우 국산도 그에 맞춰 가격이 높아질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장기적 원가 부담 가능성
 
후판 가격은 인상 요인이 점차 커지는 모습이다. 후판 가격 인상을 저지하던 중국산 및 일본산 후판 수입량이 줄었기 때문이다. 보통 1월 혹은 2월에 설 연휴가 있어 수입량이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나지만, 올해 1~2월의 경우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수입량이 크게 줄었다. 올해 1~2월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13만3000톤으로 전년대비 43%나 줄었고, 반덤핑 대상이 아닌 일본산 후판도 수입량이 10만9000톤을 기록해 전년대비 20%가량 줄었다.
 
큰 폭의 수입량 감소는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관련 업계에서는 중국과 일본 후판 수출 업체들이 우리 정부의 반덤핑 예비 결정을 앞두고 수출을 확대하기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산 후판 반덤핑 관세 부과 본판정까지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철강업계도 철광석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후판 가격을 인상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3분기 1톤당 95달러를 밑돌았던 철광석 가격은 현재 1톤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아직 중견 조선업계는 대형 조선소에 비해 수익 개선 속도가 더디다. 따라서 원가 부담 커지면 수익성 개선 시기가 연기될 수 있다. 후판 비용은 선박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달하는 만큼 원가 상승은 향후 수익성 개선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선조선의 지난해 3분기 영업손실은 114억원으로 직전연도(877억원)보다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손실 중이다. 이에 지난해 3분기 당기순손실도 발생했고 결손금 규모는 지난해 3분기 3119억원을 기록했다.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 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보세공장 제도로 중국산 후판 반덤핑 관세의 여파는 적을 것으로 보이지만, 관세로 무역 장벽을 세우는 세계적인 추세를 보면 후판 가격이 오를 여지도 있다”라고 말했다.
 
정준우 기자 jw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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