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이효진 기자] 국민의힘이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에 '여야 합의 처리' 문구 삽입을 고집하면서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수렁에 빠졌습니다. 여야는 18일 오전 모수개혁안을 선 처리하고 구조개혁을 다루는 연금특위 구성을 추후 논의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특위 구성을 전제로 한 모수개혁'으로 입장을 번복함에 따라 연금개혁 합의가 헛바퀴를 돌게 됐습니다. 합의 통로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연금개혁안이 이달 내 국회 본회의를 완주할 수 있을지 오리무중입니다.
"연금특위 구성부터"…오전·오후 다른 국민의힘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열고 "모수개혁을 먼저 처리하고 특위는 후에 논의하기로 했다는 내용은 오해 소지가 있다"며 "연금특위에서 안건을 '합의 처리'한다는 전제 하에 특위 구성이 선결되고 복지위에서 모수개혁 합의 처리를 하도록 한다는 게 우리 당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앞서 여야는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각 13%, 43%로 올리는 모수개혁에 합의한 바 있습니다.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 구조개혁과 관련해서는 연금특위를 구성해 논의하기로 했는데요. 국민의힘은 특위 구성안에 여야 합의 처리 문구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김 의장은 "국회 특위를 발족하면서 '안건은 여야 합의로 처리한다'는 문구가 빠진 적이 거의 없다"며 "(민주당이) 이번에 유독 합의 처리 문구를 빼자는 것은 일방 처리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오늘 사실상 연금 관련 부분은 마무리 협의를 못 한 상태"라며 "합의 처리 문구가 들어간다고 서로 동의만 한다면 복지위에서 모수개혁 합의 처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부연했습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여야는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 회동 후 모수개혁을 먼저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 모수개혁 합의에 이어 출산·군복무 크레딧, 저소득층 보험료 지원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논의하기로 하면서 진일보한 모습이었습니다. 국민의힘이 이를 뒤집고 여야 합의 처리를 재차 강조하고 나서면서 연금개혁 논의는 제자리로 돌아온 셈입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발끈한 민주 "비상한 결심"…추경에 '불똥'
민주당은 이날 오후 연금개혁 관련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의 입장 번복을 비판하며 단독 처리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과 김미애 복지위 간사가 오전 국정협의회 합의를 뒤집어엎는 듯한 발언을 했다"며 "여야가 20일 본회의에 연금개혁안을 상정해 처리하자는 합의를 이행할 수 있을지 참으로 걱정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정 의장은 "(국민의힘은) 연금개혁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이런 상황이라면 비상한 결심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단독 처리를 시사했습니다. 이어 "연금개혁 논의가 이렇게 공전하게 된다면 합의안을 기초로 민주당이 단독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을 말씀드렸다"며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여야가 파열음을 내면서 오는 20일 연금개혁안의 본회의 처리는 한층 멀어진 모습입니다. 본회의 상정까지는 복지위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야 해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여야 합의가 빠르게 물꼬를 트지 않는 한 시간이 촉박합니다. 합의 처리 의무화를 두고 여야가 줄다리기를 지속하고 있어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국민의힘이 여야 합의 처리 의무화를 주장하는 이유는 연금특위 구성이 야권에 유리하다는 판단에서입니다. 특위는 국민의힘 6명, 민주당 6명, 비교섭단체 1명으로 구성됩니다. 비교섭단체 몫이 조국혁신당으로 돌아가는 만큼 주도권이 야권에 간다고 보고 있는 것이죠.
민주당은 국민의힘에서 연금특위 위원장을 내정하기로 했던 터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진 의장은 이날 오전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연금개혁특위 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기로 했고, 의원 구성도 6대 6대 1로 하기로 했기 때문에 합의되지 않으면 처리되기 어려운 구조"라며 "국민의힘이 난데없이 이런 조건을 들고나왔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언급했습니다.
여야 합의 처리 의무화는 추후 연금개혁안 통과 시 정부에게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의 빌미가 될 수 있어 민주당이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한편 여야는 이날 가진 회동에서 이달까지 정부에 추가경정예산안(추경) 제출을 요구하기로 했는데요. 다만 연금개혁 합의가 무산되면서 추경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왼쪽)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과 강선우 보건복지위원회 간사가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구성 등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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