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김태은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이번에는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한 방송통신위원회설치운영법(방통위법)이 대상입니다. 어김없이 '위헌성'을 이유로 거부권을 사용한 건데요. 벌써 권한대행직을 수행한 이래 '9번째'입니다. 그동안 최 대행은 정치적 계산에 따라 '선택적 국정운영'을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앞서 헌법재판소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는 게 위헌이라고 판단했음에도 여전히 '모르쇠'하고 있습니다. 야권은 최 대행의 행태를 묵과하지 않겠다며 최후통첩을 날렸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위헌성' 이유로 '거부권'…최상목, 입법권 무시
최 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방통위법 개정안에 위헌성이 상당하고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으로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의 안정적 기능 수행을 어렵게 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은 방통위법 개정안은 방통위 전체회의를 상임위원이 3명 이상일 때 개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입니다. 방통위 위원 가운데 국회가 추천한 위원은 추천한 날을 기준으로 30일 안에 임명하게 돼 있습니다. 야당은 윤석열씨가 지명한 이진숙 방통위원장과 김태규 부위원장의 2인 체제가 안건을 심의·의결하는 게 위법이라는 이유로 법 개정을 추진했습니다.
최 대행은 엄격한 개의 요건이 헌법상 권력 분립 위반 소지가 크다는 점과 방통위원 임명 간주 규정이 대통령 임명권을 침해한다는 점도 우려했습니다. 현재 방통위 상임위원의 정원은 총 5명으로, 여야의 대립으로 국회 몫인 '위원 3명'의 추천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현재는 이 위원장과 김 부위원장의 '2인 체제'로 운영 중입니다.
아울러 최 대행은 "방통위는 방송, 통신 정책과 국민 보호에 필요한 일상적 행정 업무를 수행한다"며 "개정안처럼 개의 요건을 엄격히 적용하면 국회의 위원 추천 없이는 회의를 열 수 없어 방통위의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고 재의요구권 사용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의 의사 정족수를 전체 위원의 과반수 등 엄격하게 법에 명시한 전례 또한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민의례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덕수 복귀 염두…국힘은 '옹호'
이로써 최 대행이 지난해 12월27일부터 권한대행직을 수행한 이래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9개로 늘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12월31일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추천한 조한창 후보자와 정계선 후보자만 임명하고 마 후보자는 임명하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특정 인물의 임명만 보류하는 것은 '선택적 국정 운영'이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헌법상 원칙 등을 이유로 방통위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최 대행이 마 후보자 임명을 하지 않자, 야권 안팎에선 "헌법재판소 결정을 거부하는 모순"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탄핵 선고를 앞둔 한덕수 국무총리의 국정복귀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최 대행이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겁니다.
최 대행은 마 후보자 임명 보류뿐 아니라 '내란 상설특검법'(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 검사의 수사요구안)의 특별검사 추천 의뢰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내란 상설특검법은 지난해 12월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요. 상설특검은 일반 특검과 달리 거부권 행사가 불가합니다.
최 대행의 선택적 국정 운영에 야당은 다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습인데요. 민주당은 마 후보자 임명이 이뤄지지 않으면 최 대행을 '탄핵소추'하는 방식이나 '직무 유기 고발' 등의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19일 밤 비상의원총회 소집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마 후보자를 임명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그는 "헌재가 마 후보자를 임명하라는 결정을 내린 지가 19일째"라며 "최 대행은 헌재 결정을 따르지 않으며 '헌법 수호의 책무 때문에 명태균 특검법을 거부한다'는 말을 한다"고 타박했습니다. 이어 "더는 최 대행의 행태를 묵과하기 어렵다"며 "참을 만큼 참았고,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은 최 대행을 옹호하고 나섰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백브리핑에서 "(헌재가) 최 대행에 임명을 강제할 권한을 준 것도, 마 후보자를 헌법재판관 지위로 인정한 것도 아니다"라며 "최 대행이 지금까지 지금 자세를 유지하면 문제가 없다"고 전했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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