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협상카드 'K-조선', 미 함정 MRO사업 수주 본격 나서
HD현중, 미 군수지원함 MRO 입찰 첫 참여
올해 수주 목표, HD현중 3척·한화오션 6척
사업 성공 시 정부 관세 면제 입김 세질 듯
2025-03-05 16:35:09 2025-03-05 17:38:15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국내 대형 조선사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올해 미국 해군의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 수주 경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했습니다. 미국의 관세 압박이 연일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MRO 사업을 수주한다면 관세전쟁에서 어떤 효과로 이어질지 업계의 관심이 쏠립니다. 한국 조선업이 미국의 관세 면제 주력 협상카드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작년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 쉬라’호가 함정 정비를 위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 입항하고 있는 모습. (사진=한화오션)
 
5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지난달 미국 해상수송사령부(MSC) 7함대 소속 군수지원함 1척에 대한 MRO 사업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지난해 7월 미국과 함정정비계약(MSRA)을 체결한 뒤 올해 첫 미 함정 MRO 사업에 참가한 것입니다.
 
당초 HD현대중공업은 함정 MRO 사업 진출 준비를 마친 상태였으나 작년 특수선 도크 생산관리 문제로 사업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대형 함정들을 인도하게 되면서 올해부터 도크에 여유가 생겨 이 사업에 참가했습니다.
 
한화오션은 이미 두 차례 미 함정 MRO 사업을 따내고 사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8월 4만톤(t) 규모의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인 ‘월리 쉬라(Wally Schirra)함’의 MRO 사업을 수주했습니다. 이는 국내 조선소 중 처음으로 수행하는 사업입니다. 
 
지난해 11월에는 3만1000t급 규모의 미국 해군 급유함인 ‘유콘(USNS YUKON)’함 MRO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지난해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 7함대 군수지원센터 싱가포르사무소에서 발주한 MRO 사업 두 건을 모두 수주한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한화오션이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부터 HD현대중공업의 특수선 도크 일정에 여유가 생겨 한화오션과 수주 경쟁에 돌입하게 된 것입니다. HD현대중공업은 올해 미 함정 2~3척의 MRO 수주를 목표로 뒀고, 한화오션은 5~6척의 MRO 주문을 받을 계획입니다.
 
미 해군 함정의 80%는 2010년 이전에 건조돼 MRO 수요는 크지만 이를 수행할 미국 조선소가 없어 한국과 일본 등 우방국에 작업을 맡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더군다나 미국은 현재 해군력 증강과 조선업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강한 목표를 세운 상태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 조선업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미국 조선업에 투자하는 기업에 세제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조선업은 현재 높은 인건비와 설비 노후화 등으로 사실상 쇠퇴한 상태입니다. 미국 조선업은 과거 1975년까지 세계 생산 능력 1위였으나 현재 19위로 추락했습니다. 글로벌 상선 4만4000여척 가운데 미국 상선은 200여척 수준입니다. 
 
따라서 글로벌 동맹국이자 조선업 강국인 한국의 도움이 필요한 입장입니다. 우리 조선사가 미 함정 관련 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으로 신뢰가 쌓일 때마다 미국 정부의 관세정책에 따른 우리 정부의 입김도 세질 수 있다는 관측입니다.
 
우리 정부도 이를 인지하고 최근 함정과 상선의 우선 주문제작 등 조선업 협업을 미국의 관세조치 대응카드로 사용중입니다.
 
앞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26~28일 방미를 통해 미국의 주요 통상 당국자들과 만나 미국 관세정책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안 장관은 미국에 한국의 관세면제를 요청하는 동시에 한미 조선업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로써 양국은 관세와 조선 협력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안 장관은 전날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문제를 비롯한 조선, 에너지 등 산업 협력 방안을 상시 논의할 채널을 구축했다”며 “최대한 (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협의할 수 있도록 채널을 확보한 것이 중요한 성과”라고 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