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철강', 통상 환경 지각변동 대처 속도
오는 12일부터 미 수출 철강 25% 관세
국내 시장 보호…해외 제품 반덤핑 조사
2025-03-04 15:48:48 2025-03-04 17:34:23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국내 철강업계가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전쟁 등 글로벌 통상 환경이 급변하자, 해외 저가 제품에 대한 대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철강업체들은 최근 계속 늘어나는 해외 저가 철강재에 ‘버티기’ 전략으로 대응해왔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관세 폭탄 등 철강 수출 피해가 전망되면서, 국내 철강업체 역시 해외 철강재를 향한 관세 부과 조치 등 무역 제재를 촉구하고 나선 것입니다.
 
열연강판. (사진=연합뉴스)
 
4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무역위원회(무역위)는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의 저가 공급에 따른 국내 철강산업 피해 여부를 조사를 시작합니다. 이는 현대제철이 지난해 12월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이 비정상적으로 싼값에 국내로 유입돼 피해를 보고 있다며 무역위에 반덤핑 제소를 신청한 데 따른 것입니다.
 
열연강판은 철강 판재를 고온 가열한 뒤 밀고 눌러 얇게 펼치는 압연 공정을 거쳐 만든 강판입니다. 이는 자동차 차체 프레임, 조선·해양 선박의 외판 및 내부 구조물, 건설·건축용 철근과 H빔, 각종 기계 장비 등 산업 전반에 사용됩니다.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은 국내 유통가격이 국산 제품보다 10∼20% 정도 낮아 피해가 크다는 것이 업계 설명입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작년 1∼11월 열연강판 수입량은 약 343만톤(t)으로, 이 가운데 중국산과 일본산의 비중은 약 96.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으로 향하는 우리 철강재들은 현재 관세 부과로 수출하락 피해가 전망되는 상황입니다. 앞서 미국은 오는 12일부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국가별 관세 면제 및 예외 조치를 폐지하고 한국에 25%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이 지난 2018년부터 미국 철강 수출에서 적용받아온 263만t 무관세 쿼터제(할당량)도 폐지될 예정입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현지시간)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를 모두 20%로 올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중국을 향한 견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미국에 수출되지 못한 중국의 철강 물량이 한국을 포함해 제3국으로 대거 유입될 확률도 커졌다는 관측입니다.
 
이에 마찬가지로 우리 철강업체들도 국내 시장을 교란하는 해외 저가 철강재들에 대해 무역 제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소 등의 행동에 나선 것입니다.
 
또 철강사들은 무역위의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 관세 부과 검토로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동국제강그룹 도금·컬러강판 전문사 동국씨엠은 지난달 27일 건축용 중국산 컬러강판·도금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결정했습니다. 이는 우리 정부의 중국산 열연강판의 관세 부과 검토로 중국 업체들이 도금·코팅 등 열연강판을 단순 후가공만 거쳐 도금·컬러 강판류로 둔갑해 들어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중국산 건축용 도금·컬러 강판 수입 물량이 최근 증가해 피해를 입고 있는데, 내수 기반이 더 무너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중국산 건축용 도금·컬러 강판의 수입량은 최근 3년간 연 76만t에서 연 102만t까지 34.2% 증가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 생산 구조에 대해 전략적 통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내 철강업계 동반 생존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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