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우리 정부가 품목별·상호관세 등 미국발 관세 쓰나미에 대한 면제를 요청한다는 방침이나 실효적 협력을 이끌어낼지는 미지수입니다. 현재로서는 양국 간 협의체 구축 여부에 의의를 둘 수밖에 없는 분위기입니다. 관세 쓰나미가 다가올 때마다 돌파구 마련 등 정부 역할에 대한 요구는 거세질 전망입니다. 기업별 대응은 미봉책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예고된 상호관세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상 우리나라 수출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특정 품목 관세까지 더해질 경우 최대 7조억원 이상의 수출 감소를 볼 수 있다는 경고성 추산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FTA 재협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미 에너지 패권화에 대한 경계감은 더욱 고조될 전망입니다.
지난 19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야적장에 수출용 자동차들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상호관세 변수, 수출 최대 53억 달러↓
26일 국회예산정책처의 '산업동향 & 이슈'를 보면, 올해 1월 주요 13대 산업의 수출은 381억6000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10.4% 급감했습니다. 월별 13대 산업 수출액을 보면, 지난해 10월 449억달러, 11월 444억달러, 12월 483억6000달러를 기록했으나 올해 초 400억달러 선이 붕괴된 겁니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감 폭도 지난해 10월 4.8%, 11월 2.6%, 12월 5.9%였으나 올해 1월에는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최근 홍콩상하이은행(HSBC) 전망을 보면 2월 전체 수출액은 전월보다 10.2% 감소할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옵니다.
현재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인 상호관세는 주요 변수로 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한·미 FTA를 들어 우리나라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적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총수출 45억달러에서 최대 53억달러 감소도 예견하고 있습니다.
이유섭 국회예산처 산업자원분석과 분석관은 "추가적인 관세가 부과된다면 우리나라의 대미국 수출 및 제3국 중간재의 수출 감소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인 상호관세를 독립적으로 고려하면 미국과 FTA 체결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원론적으로는 대미국 수출에 변화가 없어 총수출 감소 규모가 작은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하지만 향후 우리나라 주력 수출품인 자동차, 철강, 반도체 등의 특정 품목에 대한 관세가 부과된다면 대미국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할 우려가 있다"며 총수출 45억~53억달러 감소를 거론했습니다.
앞선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분석을 보면 중국·캐나다·멕시코 등에 대한 관세와 10%포인트의 보편관세 도입 시나리오를 통해 급감하는 한국의 수출액은 130억달러(약 18조95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 바 있습니다.
상호관세와 특정 품목의 변수까지 더해질 경우 수출 감소 규모는 상당할 것으로 추산되는 대목입니다. 최근 미 행정부가 밝힌 상호관세 관련 보고서 시점은 오는 4월1일(현지시간)부터입니다.
최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상호 관세와 관련해 "상무부와 무역대표부가 오는 4월1일 상호관세 관련 보고서를 낼 것"이라고 인터뷰를 통해 밝힌 바 있습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 워싱턴 DC로 출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미 협상 절실…에너지 패권도 경계해야"
통상 전략 주무부처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행을 택한 것도 이러한 맥락과 무관치 않습니다. 오는 28일까지 미국 워싱턴 D.C.에서 행정부, 주요 의원들과의 면담을 통해 한국 투자 이행카드로 관세 조치 면제를 요청한다는 방침입니다.
그러나 대미 협상 지렛대가 될지는 확신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안 장관도 "한 번의 협상으로 끝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언급한 만큼, 첫 한미 장관급 협의를 통한 양국 간 협의체 구축 여부에 중점을 두는 분위기입니다.
정부의 역할을 바라는 시선은 관세 분야만이 아닙니다. 한·미 간 에너지 분야에 대한 협력 강화 여부도 최대 관건이 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위기 극복과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국가 에너지 자원(원유, 천연가스) 공급 확보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상은 안보와 패권 강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점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전문위원은 "미국 에너지 정책은 중장기적으로 세계 원유·가스 공급 확대와 가격 인하를 이끌 요인임은 분명하나 과도한 낙관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미국의 이익 극대화 및 국제 영향력 강화를 위한 레버리지로 활용할 것이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불가항력(한파, 폭염, 산불 등) 미국 내 공급을 우선할 필요 발생 시 등의 경우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오히려 원유·가스 수출 통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16일 서울 서초구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만남의 광장 주유소에서 운전자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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