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미국에 1000억달러 투자…삼성·SK 대미 투자 압박↑
트럼프 "반도체 관세 어떤 수치로도 부과"
전문가들 "투자를 통해 보폭 맞출 필요성"
2025-03-04 16:24:08 2025-03-04 16:24:08
[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가 미국에 1000억달러(약 145조원)를 투자해 공장을 세우겠다 발표했습니다. 해외 기업을 자국 내 유치 시키려는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에 따른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도 대미 투자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투자를 해도, 하지 않아도 리스크가 있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투자를 통해 보폭을 맞출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합니다.
 
대만 반도체 제조 회사(TSMC)의 본사(사진=연합뉴스)
 
3일(현지시각) 웨이저자 TSMC 회장은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향후 4년 동안 미국에 1000억달러를 투자해 웨이퍼 공장 3곳, 첨단 패키징 공장 2곳, R&D 센터 등을 애리조나주에 구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오늘 발표로) 수천개의 고임금 일자리를 창출될 것"이라며 "TSMC도 아주 안전한 다른 곳으로 존재(공장)를 다각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TSMC는 트럼프 1기(2020년), 바이든 행정부(2024년) 시기에 걸쳐 애리조나주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 3곳을 650억 달러 규모로 투자하기로 한 바 있습니다. 이날 추가 투자로 총 1640억 달러로 규모가 확대될 전망입니다.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해외 기업 직접 투자로 알려졌습니다.
 
TSMC의 대규모 투자는 미국의 수입 반도체 관세 예고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대한 관세를 3월에 내놓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날(3일) 회견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서 생산해야 관세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을 재거론한 뒤 “만약 대만에서 만들고 미국으로 보낸다면 25%나 30%, 50% 등 어떤 수치가 됐든 간에 관세를 부과받게 될 것이며 그것은 계속 올라갈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웨이 회장은 게임에서 훨씬 앞서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TSMC가 투자를 늘린 이상 국내 기업들도 대미 투자 압박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읍니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입장에서 TSMC의 선제적인 투자를 무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 기조로 봐서는 반도체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보인다"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짓기에는 리스크가 많습니다. 강 교수는 “미국이 여러가지로 적자가 나기 쉬운 구조”라며 “비싼 인건비와 높은 복리후생 기준, 높은 금리에 금융 비용을 마련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국내 기업들이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강 교수는 “현재 미국은 반도체 설계 생태계의 6~7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어떤 형태로든 편입되어 생산 활동을 이어나가야하니 생존을 위해 투자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투자하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강성진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는 나이 등의 문제로 4년 이상 집권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를 한다고 가정하면 공장 완공시 임기가 끝날 것이므로 너무 큰 베팅은 바람직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관세로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면 투자하겠다는 시그널은 보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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