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반도체 기업의 통합투자세액 공제율을 현행보다 5%포인트 높이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K칩스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얻을 실제 수혜 규모에 관심이 쏠립니다. 양사는 첨단 반도체 공장 및 연구개발(R&D) 단지 건설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만큼 수조원대 세제 감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더불어민주당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반도체 특별법이 통과할 경우 혜택 규모는 더 커질 전망입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특별법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주 52시간 예외 적용' 조항이 본질적 사안이 아닌 만큼, 지원과 함께 기업 스스로의 혁신도 주문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사진=뉴시스)
3일 재계에 따르면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회 본회의에서 K칩스법이 가결되면서, 앞으로 반도체 산업 분야 공제율은 대·중견기업 20%, 중소기업 30%로 조정된다. 현행 공제율보다 각각 5%포인트 상향된 것입니다.
반도체 대기업들은 제조 공장이나 R&D 연구시설을 지으면 20% 세제 혜택을 받게 됩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경기 용인 기흥캠퍼스에 짓고 있는 차세대 연구개발(R&D) 단지 'NRD-K'가 K칩스법 수혜를 받을 수 있는 프로젝트로 꼽힙니다. 20조원을 투입해 10만9000㎡(3만3000여평)에 최첨단 반도체 공정을 위한 생산과 R&D 시설을 짓는 계획인데, 이번 K칩스법 시행으로 공제율 20%를 적용받으면 4조원을 돌려 받게 됩니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의 지난해 연간 시설 투자액은 46조3000억원인데, 이 금액에 공제율 20%를 단순 적용하면 세액공제 금액은 9조2600억원으로 추산됩니다. 항목별 투자 내용에 따라 실제 적용 범위는 달라지지만 적지 않은 규모의 혜택인 것은 분명합니다.
SK하이닉스는 주요 시설 투자 중 충북 청주 소재 'M15X' 공장이 수혜를 받을 전망입니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생산하는 M15X에 총 20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이 M15X 시설 투자가 세액공제 대상에 들어가면 세액공제 금액은 4조원이 될 전망입니다.
이와 함께 장기적으로 삼성전자는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에 360조원, SK하이닉스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122조원을 투입하는 만큼 향후 두 업체가 받을 혜택 규모는 훨씬 더 커질 수 있습니다.
K칩스법에 이어 국회에 계류 중인 반도체특별법이 통과될 경우, 반도체 기업의 수혜 폭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반도체 특별법은 반도체 시설 투자에 정부가 직접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뼈대입니다. 다만 특별법에 연구·개발(R&D) 종사자에 한해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 적용을 두고 입장이 갈리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찬성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핵심 인프라 구축 비용 지원' 등을 먼저 통과시키자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가 용인에 짓고 있는 반도체 클러스터 부지 모습(사진=뉴시스)
의견이 계속 엇갈리자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 조항은 배제하고, 반도체 특별법을 신속처리안건 법안으로 지정키로 한 상태입니다. 지난 1일 삼일절 기념식에서 만난 여야 지도부가 만났지만 이견을 재확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업무 시간을 늘리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근본적인 요소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R&D 전문 직종들에게 주 52시간 이상을 근무하게 해외로 인재 유출이 있을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이해 상충 문제를 해결할 매각, 전문경영진 체제 등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박준영 산업인류학연구소장(전 삼성전자 반도체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평균 주 44시간을 근무하는데 HBM을 선점해 높은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며 “삼성의 진짜 문제는 경영진의 기술 리더십의 부재이지 노동 시간 탓이 아니다”라고 전했습니다.
권오성 연세대 교수도 지난달 3일 국회 토론회에서 “전 삼성전자 회장은 '직원이 게을러 망하는 조직은 없다'고 했다”며 “삼성전자가 잘나갔던 2010∼2017년 사이에 CEO는 '하드워크'가 아닌 '스마트워크'를 강조했다”고 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