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박혜정 인턴 기자]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차세대 AI 그래픽처리장치인 '블랙웰'의 높은 수요가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되면서, 블랙웰에 들어가는 HBM을 생산하는 SK하이닉스에겐 호재인 반면, 엔비디아 납품이 멈춰선 삼성전자는 '한숨'인 상황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26일(현지시각) 엔비디아 2024년 4분기(2024년 11월~2025년 1월)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액 393억3000만달러(565조원), 주당 순이익(EPS)은 0.89달러로 집계됐습니다. 매출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이 조사한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치(380억5000만달러)보다 3.3% 높았고, 주당 순이익도 예상치(0.84달러)보다 0.05달러 높았습니다. 이는 각각 전년대비 78%, 73% 상승한 수치입니다.
특히 4분기 실적부터 블랙웰 시리즈 GB200 매출이 반영돼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블랙웰은 엔비디아가 지난해 말부터 생산에 들어간 차세대 AI 그래픽처리장치(GPU)입니다. 콜레트 크레스 엔비디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지난 분기 블랙웰에서 110억달러의 매출이 발생했고 이는 속도와 규모 면에서 우리 제품 중 역대 최대”라고 설명했습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성명에서 “블랙웰에 대한 수요는 놀랍다”며 “우리는 블랙웰 AI 슈퍼컴퓨터의 대량 생산을 성공적으로 늘려 1분기에 수십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호실적을 통해 엔비디아는 AI 반도체 전망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 모습입니다. 최근 엔비디아의 주요 고객사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임차해오던 데이터 센터 2곳의 임대를 취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 MS의 계약 취소가 공급 과잉에 따른 것으로 데이터 센터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된 바 있습니다. 또 저가 반도체로 고성능 AI 모델을 선보인 중국 딥시크가 업계에 충격을 주면서 비싼 엔비디아 AI 칩에 대한 수요가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젠슨 황 CEO는 "오픈AI, 그록3, 딥시크 같은 AI 모델은 더 많이 생각할수록 더 똑똑한 답을 얻을 수 있어 향후 추론 모델이 100배 더 많은 컴퓨팅을 소비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AI 붐이 지속될 것이라는 평가로 국내 반도체 업계, 특히 블랙웰에 탑재되는 HBM3E를 사실상 독점 공급 중인 SK하이닉스는 입장에선 반가운 소식입니다.
반면 삼성전자의 HBM3E 8단·12단 제품은 엔비디아 퀄리티 테스트를 1년 넘게 통과하지 못해 납품에 차질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HBM4 양산에 집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SK하이닉스가 선두를 보이고 있는 바람에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3일 실적발표회에서 HBM4 12단 올해 개발과 양산 준비를 완료해 적기 공급이 가능하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HBM4는 엔비디아가 올해 말 출시를 예정하고 있는 차세대 AI 반도체 루빈에 탑재될 예정입니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SK하이닉스가 유리 기판에 대한 기술 개발도 함께 병행하는 등 기술적으로도 유리한 입장”이라며 “삼성전자는 HBM4에 있어서 주도권을 가지고 갈 수 있도록 기술력을 높이고 빅테크 대상 수주에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배덕훈 기자·박혜정 인턴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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