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지난해 5월 발생한 방사선 피폭 사고 조사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고용노동부와 용인동부경찰서가 이번 사고에 대해 삼성전자의 중대재해처법법 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조사 중입니다. 하지만 조사는 차일피일, 진행에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고 피해자들은 적절한 보상과 피해 지원을 받지 못하면서 고통이 가중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고용부는 지난해 11월15일부터 삼성전자를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5월27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는 방사선발생장치를 정비하던 직원 2명이 방사선에 피폭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가운데 A씨는 연간 노출 최대 허용치의 188배에 달하는 방사선에 피폭됐고, 양손에 화상을 입었습니다. 이에 당시 근로복지공단이 이들이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중대재해법에선 산업현장에서 같은 사고로 다친 노동자가 2명 이상이고, 이들이 6개월 이상 치료를 받아야 할 경우 중대재해로 봅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삼성전자 중대재해 조사는 현재 조사 중인 사안이라 진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힘들다”면서도 “용인동부경찰서도 이번 사고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수사를 하고 있다. 조사 내용을 공유하면서 진행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조사가 좀 늦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윤태양 삼성전자 부사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근로복지공단,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재 고용부와 삼성전자는 중대재해 발생 미보고로 인한 과태료 부과 처분과 관련해서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고용부는 삼성전자에 대해 중대재해 발생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보고 과태료 3000만원을 부과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번 방사선 피폭 피해가 부상이 아닌 질병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의무 사항인 중대재해 발생 신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삼성전자는 고용부의 과태료 부과 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고, 고용부가 수원지방법원에 과태료 재판을 신청하면서 법적 다툼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수원지법에선 아직 구체적 재판 일정은 잡히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고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삼성전자의 관리감독 책임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앞서 원안위는 사고 조사를 통해 누군가 인위적으로 배선 상태를 변경해서 안전장치가 미작동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원자력안전법 위반 책임을 물어 1050만원의 과태료와 시정조치 등 행정처분을 내렸습니다. 다만 명확한 사고 경위를 특정하진 못해 검찰 조사를 의뢰한 상태입니다.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지난 2018년 이산화탄소 유출 사고 당시 현장에서 경찰과 국과수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고 발생 경위와 책임 소재를 규명해야 할 조사가 지지부진하면서 피해자들은 고통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노조 관계자는 “피폭 사고를 당한 피해자들이 아직도 치료를 병행하면서 회사와 협상을 하고 있다”며 “심적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방사선 피폭 피해자는 중대재해 수사가 시작되기 전 고용부에 탄원서를 내고 “회사의 안전관리와 감독 부실, 사고 대처 미흡 등의 과실로 인해 왜 이런 재앙과 같은 피해를 입어야 하는지 매우 통탄하고 슬플 따름”이라며 “사고 발생에서부터 치료하는 일련의 과정까지 어떤 것 하나 제대로 된 처우를 받지 못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치료를 받고 있던 중 회사가 고용부에 중대재해 사실을 피하기 위해 이번 사고를 질병으로 보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중대재해 처벌을 피하기 위해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주는 것을 서슴지 않은 것”이라며 “사고 당사자로서 안전하게 치료를 받고 남은 미래에 대해 충분한 보상과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할 수밖에 없다”라고 토로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