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게임+)고된 사냥이 주는 쾌감, '몬스터 헌터 와일즈'
감독 방한에 수백 명 '북새통'
넓은 세계에서 거대 몬스터 사냥
답답한 합리성이 사냥의 재미로
프레임 저하와 PC 튕김 개선해야
2025-03-04 15:37:48 2025-03-05 08:40:29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사회자)하나 둘 셋! '몬스터 헌터 와일즈!'"
 
지난 2일 용산 아이파크몰 더 센터 앞을 메운 사냥꾼 수백 명이 일제히 손 들고 함성을 질렀습니다. 지난달 28일 출시된 '몬스터 헌터 와일즈'의 츠지모토 료조 감독과 함께 몬스터 '얀쿠크'를 사냥할 세 명 안에 들기 위해섭니다.
 
캡콤의 인기 액션 게임 신작 '몬스터 헌터 와일즈'가 연일 화제입니다. 몬스터 헌터는 2004년 플레이스테이션2(PS2)로 처음 출시돼, 올해 21주년을 맞은 액션 게임 시리즈입니다. 몬스터 헌터 와일즈는 4일 기준 PC 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전 세계 인기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지난 2일 용산 아이파크몰 더 센터에서 열린 '몬스터 헌터 와일즈' 발매 기념 행사에서 츠지모토 료조 감독과 함께 사냥하려는 팬들이 손 들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넓은 세상에서 느끼는 성취감
 
이번 작품에서 게이머는 '헌터 길드' 조직의 '새 부대' 소속 헌터가 됩니다. 새 부대는 1000년간 사람이 없다고 알려진 '금지된 땅'을 정찰하다, 사막에 쓰러져 있는 소년 '나타'를 발견하는데요. 그는 수호자 마을 사람으로, 정체불명 몬스터 '하얀 그림자'의 습격을 받고 도움을 청하러 마을을 떠났다고 합니다.
 
이제 게이머는 황폐기와 기상이변, 풍요기를 반복하는 세계에서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하며 '하얀 그림자'의 정체를 밝혀야 합니다. 물론 시리즈 정체성인 '궁극의 사냥 체험'이 이야기의 유일한 접속사입니다.
 
'몬스터 헌터 와일즈'에서 사냥을 끝내고 살을 도려내는 모습. (이미지=몬스터 헌터 와일즈 실행 화면)
 
이날 행사에서 만난 팬들도 '고생 끝에 찾아오는 사냥의 쾌감'을 시리즈의 백미로 꼽았습니다. 5년째 몬스터 헌터 시리즈를 즐기는 친구 류민아(27)씨와 이민수(26)씨는 츠지모토 감독의 사인을 받으러 왔는데요. 줄이 길어 사인 기회는 물 건너갔지만, 감독을 직접 보고, 행사장에서 추억도 쌓기 위해 자리를 뜨지 않았습니다.
 
류씨는 "보스 레이드 게임을 원래 좋아하기도 하는데, 인공지능(AI)이 엄청 똑똑하고, 무기는 물론 사냥하는 과정이 멋지다"고 말했습니다.
 
이씨도 "보스가 똑똑해서 어려운데, 무거운 무기 들고 20~30분 만에 깨는 쾌감이 크다"고 거들었습니다.
 
츠지모토 료조 감독이 '몬스터 헌터 와일즈' 발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남은 체력 몰라 "그래서 좋다"
 
두 사람이 말한 게임의 특징은 좋게 말해 '현실적인 사냥의 재미'이지만, 반대로 보면 답답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몬스터 헌터는 여타 액션 게임과 달리, 상대의 남은 체력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전투 내내 몬스터의 몸통을 화면 가운데에 완전히 고정해 놓을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류씨는 "그래서 몬스터 헌터가 좋다"며 "특정 부위가 파괴되거나 특정 행동을 하는 걸 보고 '어느 정도 단계구나' 눈치채야 하는 점이 외려 재밌다"고 평했습니다. 몬스터를 공격하다 생긴 상처에 집중해 잠시 쓰러뜨릴 수 있고, 궁지에 몰린 몬스터의 반격에 맞서는 과정도 사냥의 재미를 높인다는 겁니다.
 
처음엔 이 재미를 느끼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우선 TV 화면에 다 들어오지 않는 대형 몬스터가 자주 울부짖는데, 울리는 땅 위에 버티며 귀를 막느라 공격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상황이 불리해지면 몬스터가 도망치는데, 두세 번은 쫓아가 싸워야 합니다. 달리거나 체력 회복을 할 때는 반드시 검을 칼집에 넣는 모습에서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회복제는 꿀꺽꿀꺽 마셔야 하는데, 몬스터가 이걸 기다려줄 리도 없습니다.
 
사냥에 성공한 주인공이 동료를 들어올려 기뻐하고 있다. (이미지=몬스터 헌터 와일즈 실행 화면)
 
이런 합리성 혹은 사실성이 게이머에게 불리한 요소로만 여겨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투 중반에 접어들면, 그 사실성이 '살아있는 거대 괴물을 잡는다는 느낌'을 주기 시작합니다. 주인공은 몬스터의 등이나 머리에 올라탈 수 있는데요. 이때 몬스터는 주인공을 떼어내려고 몸을 세차게 흔들어댑니다. 이 상황을 버티면서 치명상 입힐 틈을 찾다 보면, 어느새 사냥 자체에 몰입하게 됩니다.
 
이후 꼬리가 잘리고 다리도 다친 몬스터가 절뚝이며 도망칠 때는 '얼마 남지 않았다'는 확신과 자신감이 생깁니다. 몬스터가 도망가는 거리도 초반과 달리 짧습니다.
 
대형 몬스터의 마지막 발악을 견디며 계속 들이받다 보면, 어느새 숨이 다한 몬스터가 맥없이 무너집니다. 이때 카메라의 시점도 그간의 고생과 성공을 선명히 대조하는데요. 전투 내내 몬스터를 올려다보던 로 앵글이었다가, 쓰러진 사냥감을 내려다보는 하이 앵글로 잠시 바뀌며 극적인 승리를 강조합니다.
 
그리고 게이머는 주인공을 조작해 몬스터 사체 위에 직접 올라가 껍질을 썰고 귀한 자원을 얻으며 사냥을 끝냅니다. 멀티 플레이로 다른 게이머들과 함께 사냥할 수도 있습니다.
 
서쪽에서 온 헌터 길드 동료들은, 동쪽의 자연과 사람을 접하며 세상은 하나로 이어져있다는 걸 느낀다. (이미지=몬스터 헌터 와일즈 실행 화면)
 
편의성 개선 호평…최적화는 아쉬워
 
신작은 시리즈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포용력을 넓혔다는 게 팬들의 평가입니다. 몬스터가 이리저리 움직이다보니, 허공에 무기를 휘두를 때가 많은데요. 이번에 도입된 '집중 모드'는 공격이나 가드를 카메라 정면으로 고정하고, 몬스터 상처 부위나 약점을 붉은색으로 강조해 보여주기도 합니다. 집중 모드로 상처와 약점을 공격하면 큰 피해를 주고 상처 부위가 터져, 몬스터가 움찔하게 됩니다.
 
류씨는 "근본적인 재미를 잘 살렸다고 느낀 '몬스터 헌터: 월드'에서는 직접 뛰어야 했고, '몬스터 헌터 라이즈'부터 탈 것이 생겼는데, 월드의 느낌에 라이즈의 편의성을 합쳐 와일즈가 나온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츠지모토 료조 감독(사진 오른쪽 두 번째)이 팬들과 함께 몬스터 '얀쿠크'를 사냥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다만 팬들 사이에선 프레임 저하와 PC판 게임 실행 오류 등 최적화 문제는 고쳐야 할 점으로 거론됐습니다. 현재 스팀 종합 평가는 '복합적'입니다.
 
캡콤은 봄에 포호룡 '타마미츠네' 이벤트 퀘스트를 무료 업데이트합니다. 여름에도 추가 몬스터를 업데이트할 예정입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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