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3·1절을 맞은 서울의 거리가 윤석열씨 탄핵 찬성·반대로 양분됐습니다. 여기에 여야 정치권 인사까지 가세했는데요. 우리 민족이 하나로 뭉쳐 식민 통치에 항거한 3·1운동의 '통합 정신'이 무색해진 모양새입니다.
김기현·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등이 1일 서울 여의대로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주최 '3·1절 국가비상기도회'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에 따르면, 탄핵 찬·반 집회를 이끌어온 주요 단체들은 3·1절 집회에 총동원령을 내렸습니다. 경찰에 집회 신고한 인원만 총 46만명입니다.
이날 광화문·여의도엔 윤석열씨 지지자가 대거 집결했습니다. 현재(오후 3시30분 기준) 광화문엔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6만5000명이, 여의도 세이브코리아 기도회엔 5만50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이 모였습니다.
여의도 집회엔 김기현·나경원·윤상현·윤재옥·추경호·장동혁 등 국민의힘 의원 36명이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나 의원은 "대한민국이 좌파 강점기에 들어서고 있다"며 "이재명의 민주당이야말로 내란의 수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맞서 '탄핵 찬성' 측에선 오후 2시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습니다. 민주당 등 야 5당은 같은 장소에서 오후 3시30분부터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재명 대표도 연단에 올라 공개 발언할 예정입니다.
이날 여야 대선주자들은 3·1절을 겨냥해 메시지를 내놨지만, 그 내용은 엇갈렸습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정치인들이 저마다 새 시대의 주인공이 되려고만 할 뿐, 개헌으로 시대를 바꾸려는 희생정신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유승민 전 의원은 "대통령도, 헌법재판관도, 탄핵 찬반으로 분열된 국민도, 오로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의 대의를 존중해야 나라가 바로 설 것"이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이 1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사거리에서 열린 '야 5당 공동 내란종식·민주헌정수호를 위한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언제나 답은 광장의 함성 속에 있다"며 "3·1운동 정신이 새로운 나라의 길잡이가 되었듯, 광장을 물들인 오색 빛은 더 나은 세상을 향할 우리의 디딤돌로 자라날 것"이라고 평했습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대통령 파면을 넘어 민주정부 수립,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 개헌을 이뤄야 한다. 국가 대개조로 이어가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주권 상실의 원인은 분열·갈등이었다"며 "전국의 광장이 갈라진 심리적 내전 상태에서, 증오·분노를 버리고 공존의 길을 개척하자"고 했습니다.
한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1절을 맞아 대국민 통합 메시지를 냈습니다. '통합'을 5차례 언급하는 등 최근 한국 사회의 분열이 깊어졌다고 강조했는데요. 일본에 대해서선 "한일 간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통상 3·1절 대통령 연설은 '대북·대일 외교·안보' 관련 내용이 주를 이루는데요. 국론 분열이 심화되자, 갈등 해소에 방점을 찍은 걸로 풀이됩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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