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단축 '개헌' 블랙홀…이재명 전방위 포위
"그때는 맞고 지금은 아니다"…불붙는 개헌론
2025-02-26 18:12:57 2025-02-27 14:53:55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빼고 여야 대선주자들이 '개헌'에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이해관계는 다르지만 "개헌은 시대정신"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는데요. 대선 정국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면 차기 대통령 임기를 두고 '3년 대 5년' 구도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개헌의 키를 쥐고 있는 이 대표가 침묵을 이어가면서 섬처럼 고립되는 모양새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개헌특위' 띄운 국힘…속내는 '대선'
 
26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은 27일 당 차원의 개헌특위를 발족합니다. 위원장은 국회 최다선(6선)인 주호영 의원이 맡는데요. 특위에서 자체 개헌안을 마련해 개헌 논의에 유보적인 이재명 대표에 공세를 펴겠다는 전략입니다.
 
특히 전날 윤석열씨가 탄핵심판 최종 의견 진술에서 "직무에 복귀하면 개헌에 나서겠다"고 밝힌 점이 국민의힘엔 호재입니다. 강성 지지층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이 대표를 압박해 조기 대선 국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된 건데요. 이에 당 지도부를 포함한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은 일제히 개헌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내고 있습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2일 국회에서 '87년 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를 열고 개헌론을 전면에 띄웠습니다. '지방분권'이나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은 그간 정치권에서 수없이 나왔지만 그의 입장은 좀 더 파격적입니다.
 
"자신의 임기를 현행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할 수 있는 후보자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로서 '기득권 내려놓기' 카드를 꺼낸 건데요. 한 친윤계 인사는 "'국민의힘 3년 대 이재명 5년 구도'로 대선이 치러질 경우 국민의힘의 속죄 이미지가 먹혀들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개혁보수 성향의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도 "4년 중임제 등 대통령 권한을 축소하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경우 원칙적으로 개헌에는 찬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그가 복귀 때 '개헌에 관한 메시지'를 들고 나올 거란 관측도 있습니다.
 
12·3 내란 사태를 계기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더욱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앞서 지난달 16일 공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1월13~14일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0%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국민 절반가량은 권력구조 개편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대통령 권한 집중을 막는 권력구조 개편 개헌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말에 전체 응답자의 47.4%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33.0%였습니다.
 
특히 진보·중도층의 경우 개헌의 필요성에 더 크게 공감했습니다. 진보층에선 60.2%가, 중도층에선 50.6%가 개헌에 찬성했는데요. 반대 의견은 진보층과 중도층에서 각각 21.4%, 30.8%에 그쳤습니다. 
 
여기에 국민의힘까지 공식적으로 개헌을 추진하면서 개헌은 진보·보수·중도층을 아우르는 핵심 의제가 된 셈입니다. 개헌론이 대선 본선까지 이어질 주요 변수로 부상한 모양새입니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김부겸 전 국무총리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지금은 때가 아니다"…비명계 "이재명 결단해야"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재명 대표에게 개헌을 결단하라는 요구는 거셉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 대표를 향해 "3년 전 임기 단축 개헌약속을 지키라"며 "오는 28일 예정된 이 대표와의 회동에서도 이 문제를 강력하게 얘기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입니다. 
 
실제 이 대표는 지난 20대 대선 때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도입하는 헌법 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현재는 개헌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피하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19일 MBC '100분 토론'에서 '개헌 의지가 있냐'는 질문에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고만 답했습니다. 집권 뒤, 개헌을 구상하겠다는 겁니다. 
 
김부겸 전 총리가 지난 24일 "개헌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하자, 이 대표는 "지금은 윤석열씨 탄핵에 집중해야 한다"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개헌론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반발하지만,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김두관 전 의원 등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도 개헌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은 반박하기 어려운 지점입니다.
 
이 대표로선 불리한 싸움입니다. 개헌에 반대하는 유일한 대선주자이기 때문인데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도 "속도조절을 해야 한다"고 지적할 뿐 반대 입장은 아닙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