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렉스의 제작사인 볼 에어로스페이스(Ball Aerospace)의 기술자들이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스페렉스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NASA)
[뉴스토마토 서경주 기자] 우주가 138억 년 전 밀도와 온도가 거의 무한대인 특이점에서 폭발해 팽창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계속 팽창하고 있으며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빅뱅 이론은 천체물리학에서 하나의 정설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빅뱅 이론은 벨기에의 신부이자 이론물리학자인 조르쥬 르메트르가 처음 주장했고 이후 더 먼 곳의 은하가 더 빠르게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관측한 에드윈 허블, 우주배경복사(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를 발견한 아르노 펜지아스와 로버트 윌슨 등에 의해 뒷받침되었습니다.
우주배경복사는 빅뱅으로부터 이후 38만년이 지난 시점에 우주가 식으면서 방출된 광자가 남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면 빅뱅 직후, 태초의 빛은 어땠을까요. 아직까지 빅뱅 직후 빛은 관측하지 못했습니다. 빅뱅 직후의 우주는 빛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고온·고밀도의 플라스마 상태였습니다. 빛이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우주는 빛으로 관측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미국의 이론물리학자인 앨런 구스는 빅뱅 직후 정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짧은 시간인 10?³?~10?³³초 사이에 우주가 10²?배로 팽창한다는 우주 급팽창(cosmic inflation)설을 주장했습니다. 구스의 가설은 이후 ‘혼돈 급팽창(chaotic inflation)’, ‘슬로우-롤 급팽창(slow-roll inflation)’ 등으로 발전하며 현대 우주학의 주요 이론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급팽창의 원인은 아직 가설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NASA의 과학자들은 새로운 우주망원경을 지구 궤도에 올려 이 증거를 찾아 나섭니다. 이 우주 망원경의 이름은 매우 깁니다. “우주의 역사, 재이온화 시대, 그리고 얼음 탐사를 위한 분광광도계(Spectro-Photometer for the History of the Universe, Epoch of Reionization, and Ices Explorer)”. 줄여서 스페렉스(SPHEREx)입니다. 이름은 길고 복잡하지만 실체는 허블 우주 망원경(HSB)이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에 비해 정말 소박합니다. 허블과 제임스 웹 망원경의 무게가 각각 11톤, 6.5톤인데 비해 스페렉스는 178kg에 불과합니다. 주반사경 직경이 허블 망원경의 12분의 1인 20cm, 비용은 JWST의 2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4억8800만 달러입니다.
2월 27일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SpaceX의 Falcon 9 로켓에 탑재되어 700km 상공 지구 궤도에 올려질 이 망원경은 앞으로 2년 동안 4억5000만개의 은하에서 나오는 적외선의 적색편이(redshift)를 관찰해 거대한 3D 천체지도를 만들 게 됩니다. 천문학자들은 스페렉스가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 우주 급팽창의 원인을 탐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스페렉스는 또한 개별 은하를 연구하는 대신 우주 전반의 빛을 연구하여 은하의 진화를 탐구할 예정입니다. 은하뿐만 아니라 가스 구름과 고립된 별에서 나오는 빛도 관측합니다. 은하는 우주가 5억년 미만일 때 형성되기 시작했으며, 점차 더 커지고 밝아졌습니다. 이는 더 많은 가스를 끌어들이고 더 많은 별을 생성하면서 이루어진 변화입니다. 그러나 약 40억년이 지난 후, 별 생성 속도는 둔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빅뱅 이후 138억년이 지난 현재, 은하에서는 새로운 별들이 거의 생성되지 않습니다.
한가지 가설은 은하들이 일정 크기에 도달하면 별에서 방출되는 입자 흐름인 스텔라 윈드(stellar wind)에 의해 가스 구름이 분해되어 별 생성이 둔화되었다고 설명합니다. 스페렉스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은하와 가스에서 나오는 빛의 강도가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분석함으로써 이 가설을 검증하려고 합니다.
스페렉스의 적외선 분광 기능은 은하에서 발견되는 생명체의 기초 물질인 물,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메탄올 등 화학 물질에도 민감합니다. 스페렉스는 이 물질들이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지, 그리고 별들이 이런 물질들을 어떻게 변형시키는지 밝혀내는 것도 주요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스페렉스의 미션은 은하, 별, 그리고 소행성에 이르기까지 이전에 적외선 분광으로 탐사된 적이 없는 수억 개의 천체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생산하게 될 것입니다. NASA는 이번 스페렉스의 미션을 통해 얻은 거대한 천체지도를 전 세계 과학자들과 공유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스페렉스 적외선 망원경을 감싸고 있는 단열 광자 차단장치(사진=NASA)
서경주 기자 kjsuh5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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