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전쟁 확전 위기감에 주가는 하락했고 금 시세는 뛰었습니다. 하지만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하락해 금의 안전자산 역할을 대체할 거라던 기대를 벗어나 정체성의 한계를 드러냈습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이란이 이스라엘을 공격한 데 대해 이스라엘이 보복을 예고하면서 중동전쟁이 확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란과 이스라엘을 모두 만류하고 있으나 이스라엘이 어떻게 나설지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로 인해 자산시장도 출렁이고 있습니다. 미국 증시는 이란의 공격 조짐이 있었던 지난주에 먼저 1%대 하락한 데 이어 15일에도 1% 안팎의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는 금 선물가격이 급등했습니다. 11일부터 상승을 시작해 12일엔 트로이온스당 2448달러까지 치솟았다가 2300달러대로 내려왔지만, 16일 이스라엘의 재반격 우려가 커지면서 결국 2400달러를 다시 넘어섰습니다. 그나마 원유선물(WTI)이 배럴당 85달러 수준에서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다행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흥미로운 것은 암호화폐입니다. 주말 사이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하락했기 때문입니다. 미국 비트파이넥스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란의 공격 전인 11일 7만104달러를 기록했으나 확전 우려에 금 가격이 급등했던 12일엔 6만7061달러로 하락했고 13일에도 6만4039달러로 떨어졌습니다. 이날 장중엔 6만1604달러를 찍기도 했습니다.
15일 오후 홍콩 금융당국이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승인했다는 소식에 비트코인 가격이 6만6800달러까지 급반등했으나 약발이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16일 오후 1시15분 현재 다시 6만2400달러로 내려앉은 상황입니다. 전쟁이라는 리스크에 반응하는 두 자산의 행보가 엇갈린 것입니다.
비트코인이 본격적으로 주목받으며 시세가 상승하자 일부에선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 위변조가 불가능한 대체불가 자산이란 특성 때문에 금을 대체하는 안전자산이 될 거란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정작 전쟁이라는 위험 앞에서는 금과 전혀 다른 행보를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적어도 지금은 이런 전망이 빗나간 셈입니다.
비트코인의 이같은 움직임은 물가와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이란으로 확전될 경우 중동지역 산유국들의 원유 공급이나 호르무즈해협을 오가는 선박들의 통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해상무역에 문제가 생기면 전 세계 물가가 뛴다는 사실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에도 확인됐습니다. 이런 일이 벌어질 경우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도 미뤄질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고물가, 고금리 국면은 주식시장 특히 성장주에겐 악재로 작용합니다. ‘매그니피센트7’ 등 승승장구하던 대표 기술주들이 최근 조정세를 보이는 것도 금리와 관련이 있습니다.
결국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역시 금과 같은 안전자산이 아니라 주식 성장주처럼 움직이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현상이 제도권 금융시장에 적응하는 초기단계라서 나타나는 것인지, 비트코인이 갖고 있는 한계 때문인지는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지금은 자산시장의 참여자들이 비트코인 등을 안전자산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비트코인의 약세로 미국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가격 추종 ETF들도 약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다만 지난 10일(현지시간) 출시 3개월을 맞은 미국 비트코인 현물ETF들은 누적거래 2000억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종목별로는 블랙록의 ‘IBIT’가 14억달러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이 종목은 상장 초기 거래점유율이 22%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편 비트코인은 오는 21일 오전에 반감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를 계기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