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국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이 출렁였습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도 예상보다 늦어질 전망입니다. 그런데도 국내 은행 창구에선 미국 금리가 하락해야 수익이 발생하는 미 장기국채 연계 상장지수펀드(ETF)를 연일 사들이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고물가에 연준 금리인하 더 멀어져
지난 10일(현지시간) 3월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5%로 시장의 예상(3.4%)을 넘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한 달 전보다 0.4%포인트 상승한 수치입니다. 이에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4.5%를 넘어서는 등 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습니다.
실시간으로 움직인 외환시장도 긴박했습니다. 현지 선물시장에서 원화 환율은 달러당 1360원을 넘어섰고 이튿날 열린 서울외국환중개에서는 9.20원 급등하며 1364.1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엔달러환율 또한 153엔을 넘어섰습니다.
다음날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에 부합하며 CPI보다 안정된 것으로 발표돼 미국 주식시장은 안정을 찾았지만 미국채금리나 환율은 큰 변화가 나타나지 않습니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로 인해 금리 전망은 빗나간 상황입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와 금리 하락 시 예상됐던 원달러환율 및 엔달러환율 하락도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아예 거꾸로 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지에서도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를 더 미루는 분위기입니다. 현지시간 11일 현재 CME 페드워치(FedWatch)가 가리키고 있는 6월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은 75.8%입니다. 그뿐 아니라 7월 동결 가능성도 50.0%로 오른 상태입니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8월 한 달 건너뛰고 9월에 열리는데, 9월에 5.00~5.25%로 인하할 확률도 44.7%로 낮아졌습니다. 이처럼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일각에서 제기됐던 “올해 금리 인하는 물 건너갔다”는 극단적인 전망조차 허투루 흘려들을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연금계좌로 미국채 ETF 분할매수?
그럼에도 더불어 미국 금리 인하와 직접 연관된 투자상품인 미국채 그중에서도 10년 이상 장기채권 가격을 추종하는 ETF에 매수세가 이어져 주목됩니다. 미국 장기채 ETF에 매수세가 꾸준한 것은 금리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미국채 ETF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의 경우, 11일 장중 내내 1%대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일부 기관 특히 은행 창구에서는 순매수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순매수하지 않은 날이 단 3영업일에 불과할 만큼 이 종목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 보입니다. 이날 미국 물가 충격에 주가는 하루 종일 약세였지만 은행은 75만주 이상을 순매수해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수량을 사들였습니다.
반면 같은 기관이라도 금융투자(증권)에서는 연일 순매도 중이어서 대비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매매 규모에서는 금융투자의 매도세가 더 많아 ‘기관계’로 잡히는 기관의 매매는 순매도로 기록됐습니다.
은행은 TIGER 미국달러단기채권액티브 ETF도 순매수 중입니다. 이 상품은 원달러환율 하락 시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이라는 점에서 미국채를 사들이는 것과 투자 이유는 비슷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기관계로 보이는 수치는 한결같이 미국채, 달러 연계 ETF들을 매도하고 있습니다.
한편 시가총액 3800억원으로 미국채 30년물 중 두 번째로 큰 TIGER 미국채30년스트립액티브(합성H) ETF의 경우엔 개인과 외국인이 순매수를 기록했습니다.
은행과 금융투자의 매매는 은행과 증권사에서 개설된 연금저축, 퇴직연금, 개인연금계좌(IRP),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신탁 등에서 나오는 주문으로 추정됩니다. 미국의 금리 인하는 시장이 예상하고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훨씬 늦어지고 있지만, 장기투자 성격이 강한 계좌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를 느긋하게 기다리며 관련 ETF를 모아가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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