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에너지 위기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그 대안으로 원자력 발전이 부상하자 관련주들도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이 전군에 최고 수위 경계령을 내렸으며 다마스쿠스 공격에 대한 직접 대응을 결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을 폭격하면서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 등이 사망하자, 이란은 7일 이들의 장례식을 치르며 보복을 예고했습니다. 레바논의 무장단체 헤즈볼라도 동참을 선언했습니다.
이에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입니다. 미국 정부가 이스라엘의 무차별적 공격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으나 일단 이란이 개입할 경우 미국도 전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다는 전망 때문입니다. 이란의 공격 개시일은 이번 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중동지역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국제유가도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란은 주요 산유국일 뿐 아니라 다른 중동 산유국의 선박들이 오가는 호르무즈해협을 장악할 수 있어 유가에 민감한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뉴욕상업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가격은 지난주 배럴당 87달러 턱밑까지 올랐다가 7일 밤 10시(현지시각) 85달러대에서 거래 중입니다.
전쟁·탈탄소 대안으로 원전 재부상
중동지역의 분쟁으로 커진 에너지 위기는 전 세계 국가들에게 큰 위협입니다. 단기적으론 고유가로 인한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 문제이지만, 길게 보면 RE100 등 탈탄소 기조와도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전쟁과 고유가, 탈탄소 등으로 전 세계의 에너지 정책 스트레스가 커지면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 원자력 발전입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피해를 목격한 전 세계는 탈원전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발발한 전쟁으로 유럽 전역이 에너지 위기에 봉착하자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탈탄소를 위해 가동을 중단했던 석탄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는 등 거꾸로 가는 에너지 정책을 펼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여기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까지 발발하자 여러 나라들은 에너지 수급에 안정을 기하면서 탈탄소를 이행할 수 있는 원전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입니다.
지난해 12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한국을 포함한 22개국이 2050년까지 세계 원자력 에너지 발전용량을 2020년 대비 3배로 늘리기 위한 협력에 합의했습니다. 특히 에너지 스트레스에 민감한 유럽이 적극적입니다.
2022년 기준 유럽연합(EU) 내 생산전력의 21.8%를 원전이 충당하고 있습니다. 이 원전 발전량의 거의 절반을 프랑스가 생산 중입니다.
폴란드, 불가리아,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들은 원전을 새로 건설하는 계획을 세우고 이행 중입니다. 러시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EU 회원국 중 12개국이 100개 원자로를 가동 중이며, 전 세계에서 60개 원전이 건설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만 독일은 탈원전 약속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2022년 말까지 원자력 발전소를 폐지할 계획이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발생한 에너지 대란에 가동 시한을 연장했으나 남은 3곳도 작년 4월에 폐쇄했습니다.
미국 정부도 원자력 발전이 기후변화와 싸우는 데 중요하다는 시각입니다. 이는 트럼프 후보도 마찬가지여서 올해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미국은 2035년까지 국가 전력망의 탄소 배출을 없애고, 2050년까지 탄소 중립화 목표를 달성할 계획이어서 원전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를 보여주듯, 최근 미국 에너지부는 미시간주 원전 재가동을 돕기 위해 홀텍인터내셔널에 15억2000만달러를 대출했고, 올해 초엔 캘리포니아 PG&E코프의 디아블로캐년 원전 운영을 위해 11억달러 신용을 제공하는 등 지원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미 관련주 급등…국내 ETF로 고민 해결
우리 정부의 경우 원전 재가동을 넘어 한국형 원자로 수출에도 적극적입니다. 현재 폴란드 수출을 진행 중입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에 발목이 잡혔다가 지난달 웨스팅하우스가 탈락하면서 유력한 후보로 부각된 상태입니다. 한국은 2022년부터 이집트,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에서 성과를 냈고 체코, 네델란드, 영국과도 협상 중입니다.
덕분에 HD현대일렉트릭, 두산에너빌리티, 한전기술 등 관련 기업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도 큰 상황입니다. 다만 한국형 원전사업을 주관하는 한국수력원자력 외에 국내 관련 기업들의 수주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매출과 이익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개인투자자가 가늠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미국 등 해외 관련 기업들이 투자하기에는 더 직관적인데, 원전 섹터가 주목받은 지 시일이 지나서 주가가 많이 오른 것은 부담입니다. 소형모듈원자로 사업을 하는 뉴스케일(종목기호 SMR)만 해도 1월 2달러 초반에서 3월 중에 10달러를 돌파했다가 현재 6달러대에서 거래되고 있습니다. 뜨거운 관심만큼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에 아직 변동성이 큰 상황입니다.
오른 가격으로도 투자할 만한지 어떤 종목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될 수밖에 없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가 국내에 상장돼 있습니다.
ACE 원자력테마딥서치는 국내 원전 관련 기업들이 편입된 ETF로 HD현대일렉트릭, 한국전력, 두산에너빌리티, LS ELECTRIC 등 25개 종목에 투자하고 있는 상품입니다. HANARO 원자력iSelect ETF도 편입종목은 거의 비슷한데 상위 4개 종목 비중이 ACE의 ETF보다 높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KBSTAR 글로벌원자력iSelect ETF는 미국 등 주요국의 원전 관련 기업을 두루 편입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국내 기업도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투자비중 순으로는 카메코(CCJ), BWX테크놀로지스(BWXT), 그 다음이 두산에너빌리티, HD현대일렉트릭입니다. 상위 3종목의 비중이 60%를 넘습니다. 카메코는 전 세계에 우라늄 연료와 핵연료 처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원자료 부품을 제조하는 기업입니다. 카메코에서 원자력 서비스 사업을 맡은 곳이 바로 한국과 경쟁한 웨스팅하우스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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