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과 기업)"100년 기업 존속 위해 상속세 재설계 필요"
조웅규 바른 변호사, 상속자문·자산승계 분야 전문가
삼성·LG·롯데·효성 등 상속세 문제에 경영권도 흔들
'유언대용신탁' 등 활용…사전에 승계 전략 마련해야
2024-04-03 14:54:53 2024-04-03 20:10:47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지속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우리 기업의 민첩한 대응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기업 지배구조와 인수합병, 산업안전, 공정거래 등 분야별 로펌 변호사를 통해 기업이 직면한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대응 방향을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 구본무 LG 선대회장. 이들의 공통점은 국내외 시장을 주름잡았던 대기업 총수였다는 점과 별세 이후 수천억원이 넘는 상속세 문제를 남겼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실제 삼성 오너일가의 경우 상속세만 12조원에 달하는 등 역대 최대를 기록한 바 있으며, LG가에서는 구 선대 회장이 남긴 비상장사인 LG CNS 지분 가치평가를 두고 세무당국과의 소송 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상속세제 개편 문제는 기업의 숙원으로 꼽혀왔습니다. 높은 상속세율 탓에 재원 마련을 위해 회사 지분을 정리하거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심지어 경영권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어섭니다. 이 때문에 과도한 상속세가 기업의 지속성과 사회적 동력을 저해하고, '기업가정신'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상속자문·상속분쟁·기업승계 등 자산관리·승계 분야 전문 변호사로 활약하고 있는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한국에서 기업을 승계하기 위해선 상속제도와 상속세라는 높고 험한 산을 넘어야 하는데, 상속세율이 높다보니 상속세를 납부하지 못하고 기업 승계에 실패, 회사를 매각하는 경우도 많은 실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조 변호사는 1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의 존속을 위해 "기업승계가 단순한 부의 승계가 아니라 국민경제의 핵심적인 구성요소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으로 이해하고, 이에 대한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라며 "유언대용신탁 방식을 활용하는 등 사전에 상속 설계를 통해 분쟁을 줄이고 경영 연속성을 지켜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조웅규 법무법인 바른 구성원 변호사가 상속제도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사진=바른)
 
다음은 조웅규 법무법인(유한) 바른 구성원 변호사의 일문일답입니다.
 
- 국내 상속세율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상속세율에 대한 생각과 적정 세율은 어느 수준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나라 최고 상속세율은 OECD 38개 회원국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은 50%에 달하는데, 일정 규모 이상 기업의 최대주주 보유 주식은 60%로 할증될 수 있으므로 이 경우 일본보다도 높습니다. 상속세율이 높다고 알려져 있는 독일(50%)은 상속인이 배우자,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일 경우에는 최고 세율이 30%로 낮아지고, 일본도 배우자의 법정상속분에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스위스 등 7개국은 배우자는 물론 자녀에 대해서도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으며, 호주, 캐나다 등 상속세 자체를 폐지한 국가도 OECD 회원국 중 10개국에 달합니다. 적정세율은 매우 다양한 가치와 현실을 반영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므로 특정해서 제안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와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 대한 할증은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알짜 기업이 M&A를 추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M&A와 비교해 상속증여의 걸림돌은 무엇입니까.
기업승계를 동일한 가치의 현금을 상속, 증여받는 것과 비교하면 부과되는 세금은 동일하지만(특례 규정 비고려) 기업 경영자로서 책임이 따른다는 점에서 매우 큰 차이가 있습니다. M&A는 보유 중인 지분을 현금화할 수 있고, 기업 경영자로서 책임을 벗어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합병비율 등 여러 조건에 따라 절세 등 유리한 상황을 만들 기회가 있습니다.
 
이에 반해 기업을 승계하면 부과되는 책임에 비해 혜택이 적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중소·중견기업은 후계자를 찾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추세입니다. 승계가 되더라도 상속이나 증여세를 납부하는 과정에서 주식을 처분할 경우 지분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경영권 확보와 유지에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 기업 승계 과정에서의 법적 제한과 해결방안은 무엇입니까.
기업을 승계하는데 발생하는 법률적인 제약은 크게 상속 관계에서 발생하는 유류분 분쟁 등 상속인 간의 분쟁, 과도한 상속세 등의 세금 부담을 들 수 있습니다. 전자와 관련해서는 신탁이 하나의 대안이 될 것으로 보며, 후자와 관련해서는 기업가들이 상속세를 절감하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공익재단법인을 통한 승계 등 여러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웅규 변호사.(사진=법무법인 바른)
- 가업상속공제의 기간 요건은 꾸준히 완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너무나도 중요한 제도인데, 현실을 놓친 부분이 남아 있습니다. 같은 이유에서 아직까지 활용되는 횟수가 매우 적습니다. 특히 공제 한도를 금액으로 특정한 부분, 사업무관자산의 범위, 사후 관리요건 중 업종변경 제한 등은 현실을 반영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사후 관리요건은 완화되는 추세인데 기간을 줄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간 내에 불가피한 사정으로 사후 관리요건을 준수하지 못한 경우에는 요건 위반에 따라 부과되는 제재를 완화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의 도입이 더욱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 가업승계에 따른 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업이 고려할 부분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기업의 가치와 규모를 유지하면서 기업을 승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상속인들 간의 상속분에 따른 지분의 분산, 상속세 납부를 위한 재원 마련 등을 위해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것이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후계자를 선정하더라도 상속인 간의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나머지 상속인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하고, 전문가를 통한 장기적인 절세 플랜을 마련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바른에서는 종합자산관리센터(EP센터)를 통해 자문을 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전에 유언대용신탁과 수익자연속신탁 등을 활용해 상속 설계를 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 일본과 같은 장수기업이 탄생하기 위한 필수 요건 혹은 법적 방안은 무엇입니까.
일본은 '시니세(老鋪)'라는 말로 대표되는 100년 이상 장수기업이 곳곳에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도 중소기업 경영자의 고령화와 후계자가 부족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일본 정부는 기업승계를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조세와 비조세 부문에 걸쳐 종합적인 지원방안을 수립하였고, 경영승계원활화법까지 제정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처럼 일본은 기업승계를 어렵게 만드는 유류분등 상속법률, 상속세 및 증여세, 그리고 승계에 소요되는 자금을 해소할 방안까지 망라한 지원책을 마련해 기업승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기업승계가 단순한 부의 승계가 아니라 국민경제의 핵심적인 구성요소가 존속하고 제 역할을 하기 위해 필수적인 과정으로 이해하고 이를 지원할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인 공감대와 이러한 지지를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정책 수립이 필요합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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