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1년 전, 가치투자 전도사들이 상장지수펀드(ETF) 천하가 된 간접투자 시장에 작은 돌멩이 하나를 던졌습니다. 차갑게 식어가는 액티브펀드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보겠다며 손실이 나면 보수를 안 받겠다고 선언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펀드 운용 첫돌을 맞은 지금 그들의 시작은 일단 성공적입니다. VIP한국형가치투자펀드를 안착시킨 VIP자산운용의 최준철 대표와 지난 1년을 돌아봤습니다.
VIP자산운용을 이끄는 최준철 대표(오른쪽)와 김민국 대표.(사진=VIP자산운용)
-VIP의 첫 번째 주식형 공모펀드(개방형)였다. 지난 1년의 소회는.
출범 당시 약세장 전망이 여전히 강했고 공모펀드 시장도 침체여서 과연 호응이 있을까 걱정이 컸습니다. 다행히 기대 이상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손실이 나면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성과연동형 수수료 구조가 핵심이었는데, 그 혁신성을 인정받아 금융의 날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손익차등형으로 출시했던 더퍼스트펀드(첫 번째 공모펀드, 폐쇄형)가 첫날 완판되며 관심이 집중된 효과 그리고 일임·사모와 달리 최저가입금액 제한이 없어 가입이 자유로웠던 점이 성공의 이유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펀드 설정액 추이는 어땠는지.
현재(3월27일) 누적설정액 2100억원, 순자산가치(NAV)는 2400억원입니다. 내부적으로도 상당히 고무적인 숫자이며 작년에 가장 많이 팔린 공모펀드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VIP자산운용의 첫 공모펀드라 대기수요가 있었는지 초기 3개월 동안 설정액 증가 속도가 빨랐고 이후로는 꾸준히 들어오는 추세입니다. 저가 매수에 걸맞는 가치형 펀드라 생각하는지 시장이 하락하는 날 설정액이 평상시보다 크게 증가하는 점도 흥미로운 부분입니다.
-목표수익률(연 8%)을 달성했다. 자체 평가는.
현재까지 누적수익률 23%로 같은 기간 코스피를 12%포인트 상회하고 있습니다. 절대수익률 또 상대수익률로도 양호한 성과라고 자평합니다. 시장의 부침과 상관 없이 수익률 곡선도 꾸준했습니다. 당사를 대표하는 네 명의 펀드매니저가 공유하는 가치투자 철학 하에서 각자의 스타일대로 멀티로 운용하는 구조가 이 같은 결과를 내는 데 주효했다고 판단합니다. 장기수익률이 중요하겠지만 첫 스타트를 잘 끊었다고 생각합니다.
-ETF 천하가 된 연금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싶다고 했는데.
아직 모든 은행에서 판매되는 상황이 아닌데도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합쳐 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가 넘어요. 애초에 연금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펀드가 되길 바랐기 때문에 가장 고무적인 수치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서 ETF가 테마형 혹은 매매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거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펀드매니저를 믿고 길게 맡기는 오마카세 같은 펀드도 하나쯤 선택지에 있으면 좋겠습니다.
-투자 비중 1위가 메리츠금융이다. 밸류업 정책 시행과 맞물려 크게 주목받은 종목인데.
메리츠금융은 12년째 투자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계속 커졌고요. 한국형가치투자펀드 출범 시점에 이미 지주회사로의 통합이 마무리됐고, 장기 주주환원책도 나와 있었기에 당연히 가장 높은 비중을 실었습니다. 현재 사업모델과 그동안 보여준 이익 성장은 보험업과 증권업을 잘 이해하고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펼치는 경영진이 만든 결과입니다. 앞으로도 지속될 거라 믿습니다.
이밖에도 방산(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중소형 IT, K라면(삼양식품) 등의 펀드 이익 기여도가 컸습니다. 개별기업 하나하나 뒤져서 찾는 성향상 특정 그룹에 속하지 않은 사례도 많습니다.
-에스엠을 3위 비중으로 계속 투자 중이다. ‘SM3.0’ 전략, 제대로 가고 있다고 보는가.
기본적으로 K팝 산업의 성장이 계속될 거라 전망해 대형 엔터 3사를 모두 보유하고 있습니다. 각기 매력 포인트가 다른데 물론 하이브가 가장 탁월합니다. 반면 에스엠은 개선의 여지가 많고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어 선호합니다. 작년 하반기에 산업 전망을 너무 낙관한 실수도 있었지만 어쨌든 현재는 모든 악재가 반영된 가격입니다. 신인그룹 라이즈를 성공적으로 데뷔시킨 공은 공대로 봐줘야 합니다.
-정부의 기업 밸류업 정책 발표로 투자에 변화가 있는지.
한국형가치투자펀드는 성장 가치주와 절대 저평가(딥밸류) 종목 투자를 바벨전략으로 사용합니다. 특히 후자는 김민국 대표의 특기입니다. 은행, 자동차, 지주회사, 우선주가 포트폴리오에 많아 올 초 밸류업 정책 발표에 따른 수혜도 입었습니다.
일본의 사례가 있어서 처음엔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들이 주목받았지만, 진정한 밸류업은 경영진의 주주환원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잉여현금흐름 창출 능력이 중요하므로 점차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봅니다. 이 방면으론 우리만큼 전문성을 갖춘 조직이 없다고 자부합니다.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시작된 변화는 펀더멘털과 저평가의 교집합을 노리는 가치투자자에게 반가운 일이자 기회입니다.
-밸류업 프로그램, 무엇이 기대되고 무엇이 아쉬운지.
정부가 어떻게 하면 최대주주가 주가에 신경 쓰고 주주들은 투자에 나설 수 있을지에 대한 맥은 잘 잡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세제개편 등 구체적인 정책으로 잘 구현됐으면 합니다. 또한 10년 넘게 밸류업을 추진해 온 일본이라는 교재가 존재하는 만큼 추진 속도도 빠르게 가져가길 바랍니다. 현장에서 한국 시장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음을 실감합니다. 흐름을 잘 이어가면 좋겠습니다.
-투자자들에게 한마디.
ETF가 주류인 시대라고 하지만 가격고정이 아니라 가격발견 기능을 하는 액티브 공모펀드도 제 역할을 해야 시장이 전체적으로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시대라고 하지만 실제 지능을 바탕으로 투자하는 펀드매니저도 다양한 니즈를 가진 고객들을 위해 필요하구요.
한국형가치투자펀드를 통해 한국에서 가치투자를 증명한다는 창업 취지를 이어가는 동시에 고객들이 걱정 없이 길게 믿고 맡길 수 있는 펀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습니다.
VIP한국형가치투자펀드 출시 당시의 홍보물 (자료=VIP자산운용)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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