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 디벼보기)미국채 단기물 금리 급등 "디폴트 우려"
은행 위기 등 설상가상
2023-04-27 02:00:00 2023-04-27 09:47:27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국 국채금리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장기물은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인 반면 단기물은 급등해 현재 미국 금융시장의 상황을 뚜렷하게 보여주었습니다. 
 
25일(현지시각) 하루 전 4.01%를 기록했던 미국 국채 1개월물 금리는 장초반 3.40%로 뚝 떨어졌다가 다시 4.11%로 급등하는 등 요란한 움직임을 나타냈습니다. 하루 등락률이 최고 19%에 달하는 변동성을 기록한 것입니다. 미국채 1개월물의 금리는 지난 3월 연준의 금리 인상 영향으로 4.72%까지 올랐다가 완화 기조에 하락세로 돌아서 지난 21일 3.348%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 가지 위험 신호가 포착되면서 다시 강세로 전환한 상태입니다.  
 
미국채 2개월물 역시 전일가 4.973%에서 이날 5.085%로 치솟았다가 4.934%까지 밀리는 등 상당한 출렁임을 보여줬습니다. 
 
반면 같은 날 중장기 금리는 이들과는 다르게 큰 폭으로 하락해 대비되는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1년물은 0.16%포인트 하락한 4.60%를 기록했고 3년물은 0.22%포인트 빠진 3.62%, 10년물은 0.12% 하락한 3.40%를 기록했습니다. 일일 변동률로 보면 30년물이 –2.14%였고 2년물은 –6.31%나 하락하는 등 상당히 컸습니다. 
 
3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후 오히려 금리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되며 3월 한 달 시중금리는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4월에 들어서면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중장기 금리는 계속해서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단기물이 들썩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 결과 장단기 국채의 금리 차도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역전된 장단기 스프레드의 마이너스 폭이 4월 들어 좁혀지다가 다시 확대되는 중입니다. 
 
 
미정부 디폴트 우려 ‘또’ 
 
단기금리가 급등한 배경엔 두 가지 요인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미국 정부가 빚을 갚지 못하는 디폴트에 몰렸다는 사실입니다. 
 
최근 미국 정부가 보유한 가용현금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덴마크의 금융기관 단스케방크는 현재 미 재무부의 가용현금이 2500억달러 정도라며 부채 수준을 감안할 경우 기존에 예상한 7~9월보다 2개월 정도 일찍 현금이 소진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정부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재무부가 채권을 찍고 이를 연준이 사들이는 형태로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습니다. 이로 인해 정부가 짊어진 부채는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릅니다. 미국 정부는 매번 부채한도를 증액하는 방식으로 더 많은 채권을 발행해 나라의 살림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법이 정한 부채한도는 31조4000억달러로, 이미 1월에 이를 넘어선 상태입니다. 따라서 가용현금이 고갈되기 전에 한도를 증액해야 국채를 발행해 추가 자금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부채한도를 늘리기 위해선 의회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이것을 공화당이 막고 있는 것입니다. 공화당은 부채한도를 늘리는 대신 내년 연방정부 예산을 1300억달러 삭감하는 예산안을 발표했습니다. 정치적 득실을 위한 공방으로 풀이됩니다.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가 힘을 쏟고 있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학자금대출 탕감 정책 등에 딴지를 걸고 있습니다. 
 
단스케방크의 분석이 맞다면 이르면 6월 초 디폴트 위기가 증폭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에 따른 위기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25일에 전해진 미국 지역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의 1분기 실적 소식은 엎친 데 덮친 격이었습니다. FRC는 작년보다 순이익이 33%나 감소한 1분기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매출도 13% 줄었습니다. 
이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FRC의 예금보유액입니다. 보고서에서 따르면, FRC의 1분기말 예금보유액은 지난해 말보다 720억달러(40.8%)나 감소한 1045억달러입니다. 시장의 예상(1450억달러)를 크게 밑돈 결과였습니다. 
 
여기엔 대형 은행들에게 지원받은 300억달러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를 제외할 경우 실제로는 1000억달러 이상 줄어든 셈입니다. 은행 위기가 발발한 이후 빠져나간 돈이 많았다는 뜻입니다. FRC는 연방준비은행(FRB)에서도 천문학적인 돈을 빌린 터라 이자비용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나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실적이 발표된 후 거래된 FRC 주식은 25일 하루에 49.37% 폭락했습니다. SVB 파산 전만 해도 120달러 위에 머물렀던 FRC의 주가는 이날 8.1달러로 주저앉았습니다. 
 
미국 은행의 위기는 제거되지 않은 뇌관과 같아 언제 터질지 조마조마한 상황입니다. 당연히 금융시장이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채권 단기물의 금리가 급등한 것도 연방정부의 디폴트 우려에 은행발 위기 가능성까지 상존하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국채 1년물 신용디폴트스왑(CDS) 프리미엄이 100bp까지 급등한 것 또한 이같은 위기를 반증합니다. 국채 CDS는 정부가 채무를 갚지 못할 경우 제3자가 대신 갚아주는 옵션상품입니다. 사실상 ‘0’이라는 국채의 부도 위험을 피하기 위해 1%포인트의 프리미엄을 주는 거래이므로 시장이 위험을 매우 크게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반기 경기침체 가능성 상승
 
국제금융센터는 월간보고서를 통해 하반기 경기침체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미국 은행권의 대출기준 강화에 따른 신용위축, 가계소비 약화 등이 경기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3월말 기준 미국 상업은행의 대출은 2주간 1050억달러 감소했습니다. 감소폭으론 역대 최대입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은행대출이 3~5% 감소하고 그로 인해 GDP성장률도 0.3~0.5%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고 추정했습니다. 
 
블룸버그가 매달 ‘12개월 내 경기침체 확률’을 조사한 결과는 전월 60%에서 65%로 커졌습니다. 다만 작년 12월엔 70%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다음주 3일에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개최됩니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이번에도 0.25%포인트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인상이란 의견이 많지만 씨티, 골드만삭스 등은 최종금리를 더 높게 전망했습니다. 
 
이에 앞서 연준은 오는 28일 뱅크런으로 파산한 SVB의 감독·규제에 관한 내부평가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미국발 찬바람에 원달러환율도 1330원대까지 상승했습니다. 변동성이 커진 시기,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잠시 동안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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