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이슈)미 부동산펀드 수익률 30%? 진짜는 ‘마이너스!’
미국오피스 자산평가액 하락…수익증권은 폭락
자산매각? 대출연장? 둘 다 ‘난감하네’
2023-04-22 02:00:00 2023-04-22 02: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미국 오피스 시장의 위기가 확산되면서 해외부동산 펀드 투자자들도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2010년대 후반에 판매된 다수의 펀드들이 이례적인 낙폭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펀드들의 수익률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수십 퍼센트씩 이익이 난 것처럼 공표되고 있습니다. 
 
펀드 투자자들은 금리 상승과 오피스발 위기가 본격화된 올해 자산가치가 추가로 얼마나 더 떨어질까 걱정입니다. 펀드 존속기한은 속속 도래하는데 제값을 받고 매각할 가능성은 낮아 보입니다. 대출금리를 낮은 고정금리로 묶어두었던 탓에 매각을 미루고 리파이낸싱을 해도 걱정입니다. 무엇보다 투자자들로서는 현지 상황을 알 수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자산재평가로 몸값 ‘뚝’…수익증권은 폭락
 
지난해 12월30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미래에셋맵스 미국부동산투자신탁9-2호의 기준가가 급락했습니다. 1좌당 1336.16원이 하루만에 1128.20원으로 15% 이상 뚝 떨어진 겁니다. 불과 일주일 전 멀쩡하게 1좌당 42.73원씩, 연환산 8.48%에 달하는 분배금을 지급하겠다고 공시했는데 며칠 만에 난리가 난 겁니다.
 
이같은 하락은 이 펀드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재평가한 결과를 이날 반영한 데서 비롯됐습니다. 
 
미래에셋맵스 미국부동산 9-2호 펀드(이하 맵스9-2호)는 미래에셋이 ‘맵스’ 시리즈로 판매한 해외부동산 펀드 중 하나입니다. 2016년 9월에 설정해 7년6개월 시한을 두고 운용 중입니다.
 
맵스9-2호가 투자하는 곳은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소재한 시티라인 오피스 4개동입니다. 이 자산을 매입하는 데 부대비용 포함해 9786억원이 투입됐으며 이중 맵스9-2호로 3000억원을 조달했습니다.
 
건물을 빌린 임차인은 미국 굴지의 보험사 스테이트팜입니다. 2037년까지 중도에 해지가 안 되는 장기계약이어서 공실 걱정할 일은 없습니다. 펀드 투자자들은 스테이트팜이 내는 임대료로 분배금을 받다가 건물을 매각하면 원금과 이익을 챙길 수 있습니다. 
 
문제는 호시절이 지나가고 찬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이죠. 코로나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미국 주요지역의 오피스 공실률이 치솟았습니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회사 CBRE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댈러스지역 오피스 공실률은 평균 24.5%, 리처슨 권역은 19.7%에 달합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오피스 투자자가 대출을 갚지 않아 부도가 났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분위기가 악화되면서 오피스 자산가치도 하락하는 중입니다. 맵스9-2호 소유의 오피스도 예외일 수 없던 것입니다. 
 
문제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년에 한번 현지 감정평가사를 통해 자산을 재평가합니다. 맵스9-2호의 경우 매년 9월에 평가해 12월말 기준가에 반영합니다. 작년 9월에 평가해 작년 말에 기준가를 내렸는데, 정작 오피스 시장발 위기는 올해 SVB 파산과 함께 확대됐습니다. 올해 자산재평가 결과가 좋을 리 없습니다. 
 
 
미국 오피스 위기가 해외부동산 펀드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확인되자 수익증권 시세도 급락했습니다.
 
맵스9-2호는 폐쇄형 펀드라서 추가 불입이나 중도 환매가 불가능합니다. 대신 펀드의 권리인 수익증권이 증시에 상장돼 거래할 수 있습니다. 이 펀드의 수익증권 ‘맵스미국9-2호’는 조달자금 3000억원 중 선취수수료 등 비용 일부를 제외한 2941억원어치가 상장돼 1좌(기준가 1000원) 단위로 거래됩니다.
 
맵스미국9-2호는 상장 후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며 2022년 4월 1170원까지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5월부터 약세로 돌아섰고 6월 한 차례 급락을 거쳐 9월부터 본격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산재평가 시기와 비슷하게 겹칩니다. 여기에 오피스발 위기까지 더해진 탓에 현재 수익증권 시세는 680원까지 추락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펀드기준가는 여전히 1177원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투자원금인 1좌의 액면가 1000원을 기준해 펀드기준가는 이익을, 수익증권은 상당한 손실을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펀드 기한 다가오는데…매각-리파이낸싱 ‘난감하네’
 
자산가격에 기초한 기준가와 시장의 투심이 반영된 수익증권 가격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680원은 투자자들이 오피스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우려할 만한 이유도 있습니다. 
 
먼저 펀드의 존속기한입니다. 약속대로라면 맵스9-2호는 내년 3월 전에는 운용을 마쳐야 합니다. 그 전에 오피스 자산을 매각해야 하는데 요즘 같은 때 제값을 받을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올해 9월 감정평가가 진행되면 자산가격이 더욱 하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펀드 존속기한에 맞춰 대출을 받았다는 점도 부담입니다. 그 전에 자산을 매각하지 못하면 대출을 연장하거나 갈아타야 하는데, 지난 2년간 금리 상승으로 시장의 대출금리는 차원이 달라졌습니다. 맵스9-2호의 조달금리는 상당히 낮은 편입니다. 고정금리로 묶어놓은 덕분입니다. 이를 리파이낸싱할 경우 연 7%대까지 상승할 수 있습니다.  
 
대출비중도 높은 편입니다. 맵스 시리즈 펀드들의 LTV는 57~60% 수준입니다. 금리를 높여 리파이낸싱할 경우 분배금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앞서 실행했던 하나대체나사부동산펀드의 경우 분배금이 연 2%대로 뚝 떨어졌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 대출금리가 연 10%로 치솟는다고 해도 소액의 분배금은 나온다고 하니 손해는 아니겠지만, 공포에 가까운 투심은 수익증권 가격을 600원대까지 추락시켰습니다. 
 
당시 설정된 해외부동산 펀드 중 맵스9-2호가 3000억원 규모로 가장 크긴 한데, 이 외에도 조지아주 애틀란타 소재 오피스(파크센터원)에 투자한 맵스미국11호, 명품 브랜드 구찌 본사를 임차인으로 둔 한국투자뉴욕오피스펀드, 독일 트라이논 빌딩에 투자한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이지스229호) 등도 1000억원 이상 펀딩해 오피스에 투자했다가 시세 하락으로 투자자들의 고민이 큰 상황입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투자자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고, 오피스 시장 위축을 감안하면 올해 자산평가액도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금 수익증권 시세 하락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곧 현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보고서를 낼 예정이니까 참고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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