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2차전지 관련주들의 기세가 대단합니다. 잇딴 과열 경고에도 불구하고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엔 처음 포문을 열었던 에코프로 형제의 뒤를 이어 POSCO홀딩스와 그 계열사들이 나섰습니다. 대거 사명을 변경해 아직은 눈에 익지 않은 이름을 단 종목들이 동반 상승 중입니다.
그런데 이 대열에 건설주들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가 포함돼 있습니다. 상승률로는 다른 2차전지 관련주들에 미치지 못하지만, 건설경기침체로 고전 중인 업황과는 달리 기세 좋게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차전지와 건설업이 무슨 상관이기에 건설ETF들이 2차전지 수혜를 받고 있는 걸까요?
건설ETF 편입비중 1위는 2차전지?
해답은 ETF의 구성종목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현재 국내 증시에 상장되어 있는 건설ETF는 총 3종, 이들의 편입비중 1위 종목은 모두 포스코퓨처엠입니다. KODEX건설은 포스코퓨처엠의 비중이 24% 남짓이며, TIGER 200건설과 KBSTAR 200건설은 32% 넘게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포스코퓨처엠은 건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업을 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4월에 새로 생긴 이름입니다. 지난달까진 포스코케미칼이었습니다. 사실 2019년 양극재 사업을 하던 포스코ESM과 합병하기 전까지는 포스코켐텍이었습니다. 벌써 여덟 번째 사명이라는군요.
이름보다 중요한 건 무엇을 하느냐입니다. 포스코퓨처엠은 POSCO에 내화물과 생석회(산화칼슘)를 만들어 파는 사업을 했습니다. 철광석과 석탄으로 철강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황 등을 제거하는 데 생석회가 쓰입니다. 내화물은 쇠를 녹이는 고로에 쓰입니다.
이랬던 회사가 수년 전부터 2차전지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생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2021년엔 1조2700억원을 유상증자해 투자재원도 확보했습니다. 그룹 전체가 2차전지 사업에 힘을 쏟고 있는데 소재사업을 포스코퓨처엠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3920억원 규모의 배터리용 하이니켈계 NCA 양극소재 공급을 위한 시설 투자를 공시했습니다.
투자에 걸맞게 매출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2022년 포스코퓨처엠 매출에서 내화물이 차지한 비중은 16.7%, 생석회·화성 부문은 24.6%에 그쳤으나 에너지소재가 58.7%를 기록했습니다. 2021년 에너지소재 비중은 42.8%, 2020년엔 34.1%였습니다.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포스코그룹이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수혜를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남다른 종목, 아는데 뺄 수가 없네
매출로 보나 평가로 보나 포스코퓨처엠은 2차전지 관련주인데, 이 종목이 건설ETF에 매우 큰 비중으로 포함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건설주들이 약세를 보이는 와중에도 건설ETF 주가는 올랐습니다.
3월 내내 하락세였던 KOSPI 건설업지수는 이달 들어 18일까지 4.67%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KODEX건설 주가는 12.82%, TIGER 200건설은 10.54% 상승했습니다. 3월 이후로는 건설업지수가 2.70% 오르는 데 그쳤지만, KODEX건설은 23.10%, TIGER 200건설은 20.90%나 뛰었습니다. KBSTAR 200건설 주가는 TIGER 200건설과 흡사합니다.
업종지수와 건설ETF의 성과가 포스코퓨처엠의 유무로 나뉜 셈입니다. 물론 편입비중 2위인 삼성엔지니어링이 국제유가 상승에 민감하다는 것도 영향을 줬을 겁니다.
건설주를 보고 3종의 ETF를 매수한 투자자들은 얼떨결에 생각지도 못한 상승을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평가액이 불어 좋기는 한데 2차전지 섹터에 과열 경고등이 켜진 상태라 언제 급락할지 몰라 노심초사하는 투자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KODEX건설 ETF의 기초자산은 KRX건설지수입니다. TIGER 200건설과 KBSTAR 200건설은 코스피200건설지수를 추종합니다. 기초자산은 달라도 비중 1위는 포스코퓨처엠입니다. 반면 코스피건설업지수엔 이 종목이 빠져 있습니다.
건설ETF 주가가 2차전지에 휘둘리는 상황은 한국거래소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합니다. KRX건설과 코스피200건설지수의 구성종목은 한국거래소가 아니라 S&P와 MSCI의 국제산업분류기준(GIGS)에 따르기 때문입니다. 현재 GIGS의 분류기준엔 2차전지가 없습니다. GIGS를 바꾸지 않는 한 거래소가 임의로 종목을 교체할 수는 없습니다.
문용덕 한국거래소 인덱스관리팀 팀장은 “포스코퓨처엠에 대한 문제는 인지하고 있으며 해당 기관과도 적극 소통하고 있다”면서도 “섹터지수는 매년 6월에 종목을 변경하는데 포스코퓨처엠이 계속 남을지 빠질지는 그때 가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TF 투자 전 구성종목 확인 필수
알고 보면 2차전지 강세는 철강ETF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2차전지 바람을 탄 POSCO홀딩스를 가장 많이 편입하고 있으니까요.
반면 2차전지에 진심일 것 같은 TIGER 퓨처모빌리티 ETF엔 2차전지 바람을 일으킨 에코프로비엠이 없습니다. 에코프로만, 그것도 주가가 6배 이상 올랐는데도 0.98% 비중에 불과합니다. SOL한국형글로벌전기차 ETF에도 에코프로(1.79%), 에코프로비엠(1.99%)의 비중은 크지 않습니다. 그래도 다른 2차전지 종목들이 많아 분위기는 좋습니다.
최근 삼성전자가 반등하면서 삼성전자 없는 반도체 ETF가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비중이 너무 커서 뺀 게 아니라 삼성전자가 영위하는 다른 사업도 많아서란 답이 나왔는데, 포스코퓨처엠과 건설ETF의 사례를 보면 납득이 어려운 설명입니다. 다행히 반도체 ETF 중엔 삼성전자는 물론 엔비디아, TSMC 등 해외 유력 반도체 기업까지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가 있습니다.
이밖에도 KODEX 미디어&엔터테인먼트 ETF는 익숙한 방송미디어 비중이 매우 낮습니다. SBS가 0.61%, JTBC를 보유한 콘텐트리중앙이 0.35% 비중이며, imbc는 아예 없습니다. 오히려 아프리카TV(0.95%) 비중이 더 높습니다. 미디어보다 콘텐츠 기업이 대거 포진한 것을 보면 무엇에 치중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TIGER AI코리아그로스액티브와 FOCUS AI코리아액티브는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에 투자하는 ETF가 아니라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투자하는 ETF입니다.
오해하기 십상인 ETF가 많습니다. 투자하기 전에는 반드시 구성종목과 비중을 확인해야 합니다. 자칫하면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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