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이달 경기도 지역에만 1만3000가구를 웃도는 입주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대에서의 '깡통전세'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 양상이 이어지는 데다 가뜩이나 매물 적체가 심각한 상황에서 대규모 입주 물량까지 더해질 경우, 경기 지역의 추가적 집값 하락세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을 뜻하는 전세가율 상승으로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위험 역시 커지는 만큼, 장기적 측면에서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직방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는 올해 월별 최대 규모인 총 3만353가구가 입주에 돌입한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2만9405가구) 대비 3% 증가한 수치다.
이달 입주 물량 중 경기 지역에서 가장 많은 1만3111가구가 공급된다. 세부적으로 고양, 수원, 양주, 평택, 화성 등지에서 총 19개 단지가 입주할 예정이다.
공급되는 단지의 가구 규모도 대체로 큰 편이다. 고양 덕양구 토당동의 '대곡역 롯데캐슬 엘클라씨'는 834가구로 이뤄져 있고, 평택시 동삭동의 'e편한세상 지제역'은 1516가구의 매머드급 규모를 자랑한다.
또 화성시에서는 '반정 아이파크캐슬 4단지'와 '반정 아이캐슬파크 5단지'가 각각 986가구, 1378가구로 이 두 단지만 합쳐도 가구 규모가 2000가구를 훌쩍 넘는다.
문제는 경기 지역의 전세 매물이 이미 적체된 상황에서 많은 양의 입주 물량이 더해진다는 점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이날 기준 경기 지역의 전세 매물량은 6만8813건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이는 1개월 전(6만3157건) 대비 8.9% 증가한 수치다.
업계는 이 같은 물량 급증은 집값 하락을 유발하고, 이는 곧 전세가율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점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매가격이 전세가격 수준으로 떨어져 있다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 우려가 그만큼 커질 수 있어서다.
한국부동산원이 부동산테크를 통해 공개한 '임대차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경기 지역의 최근 1년간 전세가율은 70.5%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개월 전 대비 0.2%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통상적으로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깡통전세의 위험이 높아진 것으로 간주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연속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전세 대출 부담이 증가하면서 월세로 전환하는 세입자들이 늘고 있다"며 "내년에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점을 감안하면, 전세 시장 약세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교수는 "아울러 전세가율이 높아지면 세입자가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떼일 위험도 더 높아질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이를 대비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경기 수원시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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