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올 한해 전세 보증사고 금액이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반기 들어 전국 전세 시장의 냉각에 속도가 붙으면서,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 사례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고금리 기조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심화하고 이사철 비수기도 겹쳐 보증사고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정부는 깡통전세를 차단하기 위해 세입자도 집주인의 세금 체납 정보, 선순위 임차인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했지만, 다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아직까지는 임차인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깡통전세에 면밀한 주의를 기울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21일 국토교통부와 법무부는 깡통전세 사기 피해 예방 내용을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깡통전세, 전세사기 등으로 임차인이 보증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피해가 증가하는 데 따른 조치다.
개정안에는 선순위 임차인 정보 확인권 및 임차인의 임대인 체납 유무 확인 권한 신설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권역별 소액임차인의 범위가 일괄적으로 1500만원 오르고, 최우선변제금액도 500만원 상향된다.
실제로 깡통전세 문제는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한국부동산원이 부동산테크를 통해 공개한 '임대차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 보증사고 금액은 1526억으로 전월 대비 39.8% 증가했다.
또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누적 금액은 7992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4507억원) 대비 77.3% 급증했다. 업계는 사고 금액 증가세가 워낙 가팔라 연말이면 1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아울러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에게 대신 갚아준 전세 보증금 규모도 1000억원 선을 넘어섰다. HUG에 따르면 지난달 보증 사고로 인한 전세보증금 대위변제액은 지난달 1087억원으로 월별 기준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깡통전세 우려에 이 같은 대위변제 규모 역시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날 정부의 깡통전세 피해 방지 방안에 대해 정책적으로 필요하긴 하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깡통전세는 과거 전세금이 높을 때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들어갔다가, 향후 주택 가격과 전세 가격 동반 하락 때문에 문제가 되는 현상"이라며 "이번 대책은 전세 거래 사고 예방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정부가 모처럼 서울의 경우 우선변제를 받을 임차인의 범위를 1억6500만원 이하로 1500만원 올렸는데 너무 소폭 올린 감이 있다"며 "최근 전세나 월세 보증금이 정말 많이 올랐기 때문에 범위를 조금 더 넓혔으면 좋았을 듯하다. 또 최근 유행하는 직거래 해결 방안이 없는 점도 아쉽다"고 덧붙였다.
아직까지는 임차인의 주의가 가장 중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서진형 공동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는 "현재 전세 시장이 어려워 깡통전세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임차인들은 깡통전세에 나름대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본인이 관심 있는 건물의 선순위 채권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을 하고, 본인의 임차 보증금과 선순위 채권을 합쳐 60% 정도 됐을 때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같다"고 제언했다.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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