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보험사들이 4%대 저축보험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출혈경쟁 양상을 띄고 있다. 보험사가 보험 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금을 투자해 벌어들이는 수익률이 3%대에 불과한 만큼 약속한 이자를 보전하지 못할 가능성마저 제기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의 방카슈랑스(은행에서 보험 판매) 수익이 크게 늘어났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8월 수수료는 7월(592억원)보다 두배 넘게 늘어난 1225억원으로 집계됐다. 대부분 방카슈랑스로 판매되는 보험사의 저축보험이 이자를 크게 올리며 판매 경쟁에 돌입한 영향이다.
현재 저축보험의 이자율은 4% 중반대까지 뛰어올랐다. 지난 11일부터 한화생명이 4.5% 금리의 확정금리형 저축보험 판매를 시작했다. 동양생명도 4.5%, 흥국생명도 4.2%의 확정금리형 저축보험을 내놓은 바 있다.
비교적 높은 이자로 저축보험을 판매한 이들 보험사의 판매액은 2조원대를 돌파한 상황으로 △한화생명 7000억원(추산) △동양생명 5000억원 △푸본현대생명 5000억원 △흥국생명 3000억원 등이다. 2012년 판매한 10년 만기형 저축보험과 2017년 판매한 5년만기형 저축보험의 만기가 올해 도래하면서, 보험사들이 재유치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이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데 대해 업계 내부에서는 '출혈경쟁'이라는 걱정스런 시선과 함께 이차역마진이 발생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 보험사의 저축보험 판매 상황은 출혈경쟁이라 보고 있다"며 "4%가 훌쩍 넘는 이자율도 부담이지만 사업비, 판매금액에 비례하는 은행 수수료(방카슈랑스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일부 보험사는 2~3% 가량 마이너스가 있을 수 있다고 예상하고 판매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4%대의 생명보험사 저축보험 금리는 보험사의 운융자산이익률을 뛰어 넘는다. 운용자산이익률이란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운용해 얻는 수익을 말한다. 보험상품의 이자가 자산을 운용한 보험사 수익률보다 낮으면 이자만큼 투자 이익을 보전하지 못하는 이차역마진이 발생할 수 있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6월 기준 국내 생보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은 3.31%로,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생보사의 저축보험 금리보다 1%p 가량 낮다.
실제로 2012년과 2017년 고금리 저축보험이 대량 판매된 뒤, 2021년 전후 저금리 시기를 맞으며 생보사의 운용자산이익률이 확보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2021년 10월에는 생보업계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이 3.03%로 떨어지면서 이차 역마진 우려가 확산한 바 있다.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이자를 높이는 보험사들도 있는 반면, 이같은 우려로 이차역마진을 피하기 위해 금리 경쟁에 가담하지 않는 보험사도 나타난다. 앞서 3%대에서 저축보험 이자율이 형성돼 있을 때 3.75%의 금리로 3000억원의 저축보험 판매고를 달성한 KB생명의 경우 해당 상품의 판매를 중지했다. 4%대 금리의 저축보험 출시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4%대 저축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보험사들은 현 시장이 고금리 추세가 이어지고, 10년납 장기형 상품보다 5년 이하의 단기 상품 위주로 판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이차역마진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미국 금리가 오르면서 기국내 기준금리와 채권금리는 계속 오를 것으로 보고 있어 자산만 확보된다면 투자자산을 매칭해 운용수익을 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며 "대부분 10년형이 아닌 5년형 등 만기 주기가 짧은 상품을 판매해 장기적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시중은행 창구 모습. (사진 = 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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