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외국인이 우리나라 증시를 빠져나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는 데다 기업들의 실적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의 매력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분간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반전시킬 만한 특별한 이벤트도 부재한 만큼 자금 이탈은 계속될 것이란 불안감은 커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강달러 지속과 증시의 부진 속에서 차라리 현금 비중을 권고하거나 수출주 등 환율에 유리한 환경에 놓인 업종과 섹터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1조5544억원(20일 마감기준)으로 집계됐다. 12거래일 가운데 13일과 19일을 제외하고 10거래일을 모두 국내 주식을 팔아치웠다.
강달러에 속수무책 나가는 외인…투자자 ‘공포’
외국인의 공백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도 부진하다. 코스피는 이달 5% 넘게 하락해 겨우 2340선을 힘겹게 지키고 있을 정도다. 특히 미국의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를 앞두고 ‘지켜보자’라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거래 자체도 급격히 감소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현재 코스피의 거래대금은 6~7조원 수준이다. 작년 같은 달 평균 거래대금(14조원)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감소한 수치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높다는 의미다. 외국인은 특히 환율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환율은 이달 들어 급격하게 올라 1400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통상 환율과 국내 증시의 상관관계는 마이너스다.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원·달러의 상승을 수출 둔화 결과로 볼 수 있고, 기업 실적 약화를 의미해 펀더멘탈 측면에서는 외국인의 순매도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 상승은 국내 주식시장의 수익률 약화를 의미한다”면서 “선진국 시장대비 코스피 상대 주가수익비율(PER)이 달러와 역행하는 가장 큰 이유”이라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외국인의 국내 주식비중은 마지노선인 30%선도 깨질 가능성도 크다. 전날 기준 외국인 투자자의 코스피 비중은 30.51%를 나타내고 있으며 연중 가장 낮은 기록은 지난 15일 기록한 30.36%다. 만약 외인의 비중이 30%를 밑돈다면 이는 2009년 7월13일(29.92%) 이후로 처음 보는 수치다.
기업 실적도 ‘빨간불’…환율 수혜·현금비중 권고
설상가상 투자자들의 버팀목이었던 기업의 실적마저 하향 추세다. 조창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증시의 이익전망치는 2분기 실적 시즌이 끝난 후부터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면서 “유니버스200 종목 기준, 39개의 업종 중 25개 업종의 3분기 이익전망치가 2분기 말 대비 하향됐다”고 말했다.
세부적으로는 디스플레이가 65.3% 급감했고 반도체(-23.9%)도 큰 폭의 하향 조정이 나타났다. 한국전력의 적자폭은 5조2000억원에서 6조8000억원으로 커졌다. 조 연구원은 “그동안 고환율 추세에서도 꾸준히 순매수를 기록했던 외국인 투자자들도 9월들어 매도 우위로 돌아섰다”면서 “수급 측면에서 긍정적인 메시지를 줬던 외국인의 이탈도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당분간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하면서 투자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 트레이딩 측면에서는 낙폭 과대, 소외주 중심의 짧은 매매는 가능하겠지만, 중장기 하락 추세는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면서 “전략적으로는 주식 비중 축소, 현금비중 확대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 순이익 전망치는 전년대비 8% 감익을 예상하고 있고 고객 예탁금은 53조원으로 줄었다”면서 “코스피의 레벨업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수출 비중이 높거나 영업이익률의 개선, 현금 창출능력이 높은 기업을 중심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킹달러 시대에는 국내 증시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환율이 급등하는 국면에서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크지 않은 방어주를 선택하거나, 환율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업종 등 이이 모멘텀을 확인해야 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달러강세가 지속되면서 외국인투자자가 국내를 이탈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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