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을 뛰어넘자 국내 증시가 또다시 출렁였다.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는 기대감이 다시 수면 위로 가라앉으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울트라스텝(한 번에 100bp 금리인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물가 부담에 대한 피로감이 쌓이면서 당분간 투자심리 개선도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거래일 보다 38.12포인트(1.56%) 내린 2411.42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수는 2%대 급락 출발하면서 장 초반 2380선까지 내려온 이후 개인 순매수에 힘입어 낙폭을 축소했다. 개인은 3896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지수를 방어했으며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642억원, 2396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증시의 변동성이 커진 데는 전날 발표된 미국의 CPI 발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3일(현지시간) 미 노동부가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작년 같은 달보다 8.3% 올라 시장 전망치 (8.0%)를 상회했다. 에너지 관련 품목은 하락세를 보였지만 주거비(6.6%→7.8%), 음식료(10.9%→11.4%) 부문 등이 크게 높아졌다.
Fed가 주목하는 근원 소비자물가지수의 전달 대비 상승률(0.6%)이 7월(0.3%)의 두 배로 치솟으면서 큰 폭의 금리 인상 우려가 확산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CPI가 8.3%를 기록하면서 예상치를 상회했다”면서 “인플레이션 충격 여파에 미국의 주요 지수가 모두 급락하면서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도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CPI 발표 직후 간밤의 뉴욕증시도 2년 만에 최대 폭락을 기록했다. 뉴욕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3.94% 떨어졌고, S&P 500은 4.32%,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5.16% 폭락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6월11일 이후 2년 만에 하루 최대폭의 하락이다.
특히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은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의 상승 폭이다. 시장은 인플레이션이 잦아들지 않을 경우 최대 100bp(1bp=0.01%포인트) 금리인상도 가능하다는 분위기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기존에는 9월 FOMC에서 75bp 인상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었지만, 이번 CPI 발표 이후에는 100bp 금리인상 확률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면서 “울트라스텝을 배제할 수 없게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 Watch) 기준으로 100bp 인상 확률은 기존 0%에서 33%로 급등했다.
한 연구원은 “FOMC를 앞두고 발언이 금지되는 블랙아웃 기간에 들어가면서 이번 CPI 결과에 대한 연준의 평가를 접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노이즈 섞인 100bp 인상과 같은 공격적인 전망들이 FOMC까지 시장에 불확실성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11월 FOMC에서도 75bp 인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CPI 발표 이후 광범위한 모습을 보이는 물가 상승에 맞서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를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현재 11월 FOMC에도 미 연준은 75bp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긴축 속도가 가속화되면 올 연말까지 미국 연준은 정책금리를 최대 4.25%까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진 코스피의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경민 연구원은 "코스피를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대한 경기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면서 "주식시장의 하락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14일 코스피가 2411.42에 거래를 마감했다. (사진=뉴시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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