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보험업계에서 신용생명보험을 은행 보험창구가 아닌 대출창구에서 팔 수 있도록 추진 중인 가운데 '꺾기' 등 불공정 영업행위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업권에 따르면 KB생명과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이 신용생명보험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두 보험사의 판매가 시작되면 신용생명보험을 취급하는 곳은 지난 6월 상품을 재출시한 메트라이프생명과 2002년부터 판매를 이어 온 BNP파리바카디프생명까지 4개사로 늘어난다.
신용생명보험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경우, 갚지 못한 금액을 보험사가 대신 보상하는 상품이다. 보험금으로 남은 빚을 탕감할 수 있기 때문에 신용하락이나 금융기관으로부터의 구상권 청구를 사전에 막을 수 있다. 금융기관 역시 신용생명보험으로 부실채권을 미리 막는 효과가 있다.
신용생명보험을 취급하는 보험사가 늘어나면서 활성화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은행 대출창구에서도 신용생명보험 판매를 권유할 수 있도록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현재 은행에서의 보험상품 권유와 판매(방카슈랑스)는 보험창구에서 이뤄지도록 돼 있다. 대출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금소법의 ‘불완전판매행위’로 규정돼 있어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보험업권에서는 신용생명보험에 대한 소비자 이해도를 높이고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사실상 국내 신용생명보험 판매를 전담하고 있는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의 신계약 건수는 2021년말 기준 2만2987건에 머물렀다.
문제는 은행 대출창구에서 신용생명보험 판매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경우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자칫 보험 가입이 대출의 조건이라 생각해 필요하지 않은 보험료 지출을 하게 될 수 있고, 판매자가 대출 상품에 보험을 끼워 파는 '꺾기' 행위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교수는 "은행 대출창구에서 신용생명보험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라며 "허용할 경우 대출을 위해 보험에 가입하도록 유도하는 불공정영업행위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보험상품의 경우 '꺾기'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지속적으로 논란이 돼 왔기에 제도적인 보완책이 필요한 것"이라며 "신용생명보험의 긍정적 측면과 소비자의 편의를 고려한 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대출창구. (사진 = 뉴시스)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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