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선율 기자]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 움직임에 따른 영향으로 가상자산 시장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특히 가상자산 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인 비트코인은 2만7000달러 지지선이 무너지며 현재 2만5000달러선까지 주저앉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내재적 가치가 없는 상태로, 규제 수위가 향후 높아지면 가격 급락세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코인시황 중계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3일 오후 2시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보다 6.55% 하락한 2만5553달러(3276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7시간 전 대비로는 무려 18.16% 급락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는 이 시각 3302만원을 기록했다.
13일 하루동안 비트코인 시세 추이. (사진=코인마켓캡)
비트코인은 지난 4월 4000만원선이 무너진 이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3900만원대까지 반등하기도 했지만 다시 하락 국면에 접어들어 이날 320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2021년 1월 이후 1년 5개월만에 보인 가장 낮은 수치다.
시가총액 2위 가상자산 이더리움은 이날 오후 2시 코인마켓캡 기준 전일대비 7.34% 하락한 1337달러(171만원)으로 200만원 지지선이 무너졌다. 지난해 11월 570만원까지 올랐던 점을 감안하면 60% 넘게 가격이 빠졌다.
이번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의 가격 하락세는 인플레이션 공포 때문인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10일 미국 노동부는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41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최근 루나·테라 폭락 사태로 인해 가상자산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가 하락한 점도 가격 하락세를 빠르게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더리움의 경우 관련 대출 서비스의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국내외 업계 및 전문가들은 가상자산 가격 회복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를 두고 일부에선 앞서 코인 열풍이 불었다가 식었던 2018년때와 다른 침체기라는 진단이 나온다. 당시에는 규제 여파 등으로 인한 침체 분위기 속에서도 반등 여지는 충분하다는 반론이 꽤 나왔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내재가치를 입증하지 않는 한 코인 시장은 더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어두운 전망이 우세하는 분위기다.
비트코인. (사진=픽사베이)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가상자산이 가격을 회복하는 데 몇 년이 걸릴지 불분명하다"고 보도했다. 코인데스크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비트코인 차트를 분석해 본 결과 1차 지지선이 2만5000달러, 2차 지지선이 2만 2000달러선에서 이뤄지고 있다"면서 "2만2000달러 지지선이 무너질 경우 비트코인이 1만7000달러 사이로 급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기록한 6만7000달러 고점 대비 80% 가까이 폭락한 수치다.
이 같은 하락세에도 일부 투자자들은 "존버(끝까지 버틴다)", "저점 매수를 할 타이밍"이라며 투자를 이어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알트코인 투자자들의 경우 투자 유의종목이나 상폐종목으로 지정돼 직전 기간 시세가 급등하는 상폐빔을 노린 투기적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인상, 규제 여파를 계기로 가상자산에 대한 전반적인 옥석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비트코인을 두고도 내재가치가 없다는 평이 또 다시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비트코인에 대해 비싸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대체 화폐로 자리잡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정환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금리 인상 우려에 더해 한때 10대 시총에 들어갔던 루나와 같은 코인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등 가상자산 시장이 옥석가리기에 진입했다"면서 "비트코인은 사실상 내재가치가 없는데, 담보로 활용되는 금처럼 일부 쓰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 거래엔 비트코인을 아직 잘 활용할 수는 없어 금을 대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가상자산 시장의 옥석가리기 형태에 대해선 "예전에는 백서만 가지고 쉽게 코인들이 상장되기도 했는데, 지금은 (루나 사태 등으로) 체계적인 분석을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기술주 중심의 가상자산이 주목받고 있다"면서 "가격 역시 나스닥 영향을 많이 받고 있고, 하이테크 기술을 확보한 코인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초기 루나·테라가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현재 가치가 없어진 것처럼 투자자들도 가치 유무를 잘 따져 접근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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