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상식 반한 선거법…선거차량 소음 전투기 보다 심한데 '적법'
전투기 소음 120db인데 선거 차량 최대 150db 허용
시민들 "아침부터 미쳐버릴 것 같은데 신고도 못해"
"소음 기준 현실 동떨어져…법 개정해 허용치 낮춰야"
2022-05-31 06:00:00 2022-05-31 06:48:29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6·1 지방선거의 본투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유권자들의 눈길을 잡으려는 선거 후보들의 유세가 뜨거워지자, 선거 차량의 소음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역대 선거에서 소음 공해가 되풀이되면서 국회가 선거 차량의 소음 규제를 마련했지만, 전투기 이·착륙시 발생하는 소음보다도 허용기준이 높아 사실상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선거 차량 소음으로 인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글이 꾸준히 게시되고 있다. 천안시 서북구 차암동에 거주한다고 밝힌 한 누리꾼은 “아침 8시부터 하루종일 소음 스트레스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다”며 “소음신고를 하려 했는데 선거차량은 기준이 높다고 해서 신고는 못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고 있다”고 호소했다.
 
울산시 북구에 산다는 한 누리꾼은 “아침 7시부터 시작해서 끊임없이 노래가 나오는데 너무 시끄럽다”며 “남은 선거 유세 기간에 주민들 배려를 부탁한다”고 하소연했다.
 
이 같은 소음 고통은 선거철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도 지난 2020년 1월 선거운동의 소음 규제기준을 정하지 않은 공직선거법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시민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봤다. 이에 국회는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선거 차량과 확성기의 소음 허용치를 규정했고, 이번 지선에서 처음 적용됐다.
 
개정 공직선거법 79조 8항은 자동차에 부착된 확성장치의 소음 허용 기준을 규정하는데, 정격출력 3킬로와트 및 음압수준 127데시벨을 넘지 못하도록 했다. 대통령선거와 시·도지사 선거 후보자용의 경우에는 정격출력 40킬로와트 및 음압수준 150데시벨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이 같은 기준은 전투기나 자동차 경적, 철도변 소음보다도 관대하다. 국가소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투기가 이·착륙할 때 나는 소음은 120데시벨이고, 자동차 경적은 110데시벨이다. 열차가 통과할 때 철도변의 소음은 100데시벨이고 지하철 차내 소음은 80데시벨이다.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웬만한 소음보다도, 선거차량에 허용되는 기준치가 높은 것이다.
 
이런 탓에 선거차량의 소음규제가 사실상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부분 유권자는 선거운동 차량의 소음에 귀를 기울이기보다는 불편을 느끼는 상황”이라며 “대통령선거, 시·도지사 선거 차량 소음과 이외 나머지 차량의 소음 기준이 다른 것도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보이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거 차량의 소음 기준을 낮추는 것과 더불어, 선거 종류에 상관 없이 차량 소음 기준을 동일하게 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법 개정 전에라도 시민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후보자들이 장소와 시간에 맞춰 차량 확성기의 소리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후보자가 자신은 충분히 알리되, 소리를 너무 높여 주위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도록 배려하는 성숙한 선거유세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3일 서울 거리에서 6·1지방선거 유세를 벌이고 있는 유세차량 모습.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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