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변호사단체가 ‘론스타 사태’ 판정을 두고 정부와 당시 관계자들에게 쓴소리를 뱉었다. 정부가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중재판정부 판정에 불복하더라도 판정 취소 여부가 불투명하다며 수천억원의 혈세가 빠져나갈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일 논평을 내고 “치솟는 환율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3000억원 가까운 배상 금액과 10년간 지연이자 185억원, 투입된 소송비용 수백억원 등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을 최소한 3100억원 이상 지출해야 할 처지”라며 “핵심 쟁점에서 실질적 승소 비율이 62% 정도에 그친다는 점에서, 청구 금액의 95.4% 기각이라는 숫자에 현혹될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31일 중재판정부는 우리 정부에게 론스타 측에 2억1650달러(약 280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정한 바 있다. 론스타 측이 청구한 금액은 46억8000만달러인데 4.6%만 인용됐다는 게 법무부 설명이다.
법무부는 중재판정부의 일부 패소 판정에 관해 이의신청을 적극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변협은 “중재판정부의 명백한 권한 일탈, 판정 이유 누락, 심각한 절차 규정 위반 등 협정상 이의 사유가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 바라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며 법무부 기대대로 판정이 취소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변협은 론스타 사태 당시 책임이 있는 관계자들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변협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부터 매각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은 법령을 어긴 특혜와 의혹으로 얼룩져 있고 중재판정부는 정부가 위법하게 매각 승인을 지연시켰다고 판단했다”며 “관련 형사재판에서 최종 무죄판결을 받은 전 재경부 금융정책국장을 포함해서 법률적·정치적으로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의아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외환은행 매각시부터 중요한 정책 결정과 집행 과정이 밀실에서 몇몇의 논의로 진행되면서 정확한 법률적·절차적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관치금융의 폐해가 지적되고 있는 점과, 막상 금융정책 부문에서는 구체적 대안 제시가 없는 점을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윤석열 정부 경제팀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해,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매각 과정에 참여했던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한 총리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던 당시 론스타의 법률대리를 맡은 김앤장의 고문이었다. 같은 시기 추 부총리는 당시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으로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 관여했고, 2012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매각하던 때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012년 당시 금융위 사무처장으로 근무했다.
변협은 또 “’애초 론스타가 산업자본으로서 외환은행 인수 자격이 없었으며, 따라서 외환은행 인수가 원천 무효에 해당하고 본건 중재신청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법률적 쟁점을 제기하지 않은 점에 대해 정부 관료들의 실책과 분쟁 대응 과정에서의 이해충돌이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연이은 판단착오와 실책으로 인해, 쉽게 끝낼 수 있는 사건을 장장 10년을 끌면서도 결국 책임 인정에 이른 것 아니냐는 질타를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 현판.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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