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이 당정의 갑론을박 끝에 결정됐지만, 이후로도 논란은 끊이지 않는 모양새다.
이번 지원금은 올해 6월 건강보험료 기준으로 소득 하위 88% 가구에 1인당 25만원씩 선별 지급된다. 그런데 바로 이 기준부터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아직 본격적인 지급이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첫 단추부터 제대로 꼬였다.
사실 재난지원금과 같이 첨예한 문제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수긍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가 그리 쉽진 않다. 부동산이나 금융 자산을 많이 확보해도 소득이 적은 경우가 있는가 하면, 소득이 많아도 자산은 많지 않은 사례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이 같은 다양한 사례들을 모으고 사각지대를 고려해도 예상치 못한 변수는 터지게 마련이다. 지원 정책이 정교하게 수립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이유다.
문제는 이 같은 재난지원금 기준을 둘러싼 쟁점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가 작년 초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거듭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함께 1·2·3·4차 재난지원급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이번과 같은 논란은 계속 반복되고 있다. 오히려 1년 이상이라는 충분한 시간에도 불구하고, 제도가 개선되기는커녕 점점 퇴보하는 모습이다.
무엇보다 이번 하위 대상 88% 지급은 그간 재난지원금에 대한 당정의 그릇된 시각이 총체적으로 담긴 것 같아 더욱 씁쓸하다. 이 수치만으로도 재난지원금의 근본적 취지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어서다.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직접적인 수입이 감소해 생계에 타격을 입고 있는 계층에게 선별적으로 지급돼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지원금은 정부 재정 지출에서 출발해 적절한 계층에게 효율적으로 분배되고 이를 통한 경제 선순환이 이뤄지는 승수효과를 전제로 지급돼야 한다. 재난지원금이 실질적으로 고통받는 계층에게 집중적으로 지원돼야 정부가 목표로 삼은 경제 회복 효과도 노릴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실상 전 국민 지급이나 마찬가지인 소득 하위 88% 지급으로 이 같은 승수효과를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이는 이미 작년부터 진행된 1차 재난지원금 지급부터 학계에서 수없이 검증된 바 있다.
생각해 보자. 폐업한 가장과 정기적인 월급을 받고 있는 가장에게 재난지원금이 각각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폐업한 가장에게 재기를 돕기에는 턱없는 금액이고, 보수를 받는 가장에게는 그야말로 여윳돈 정도의 개념으로 다가올 것이다.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살림에 보탬이 되는 수준 이상을 기대하긴 어렵다.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고도 재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포함해 누구도 뚜렷한 효과를 입는 계층이 없다면, 이는 당정이 분명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지원금이 국민 세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은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은 채 88% 민심 달래기에 급급한 선심성 제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김충범 경제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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