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재테크)DL 지배력 강화위한 유증…저평가 해소 임박?
대림 몫 키우려면 DL주가 낮아야…"발행가 확정후 오른다"
2021-03-22 12:30:00 2021-03-22 12:3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DL(000210)이 지배구조 강화를 위한 유상증자에 돌입했다. 지난 1월 기업분할 후 순차적으로 예상됐던 지분 맞교환 이벤트 때문에 업황 개선을 반영하지 못했던 DL의 주가도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DL은 지난 12일 장마감 후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했다. 이에 따르면 DL이 보통주 1267만주를 새로 발행해 일반공모를 진행하되, 돈을 내고 공모에 참여하는 조건이 아니라 DL이앤씨(375500) 주식을 현물로 받는 조건이다. 즉 DL이앤씨 주식 보유자만 이번 증자에 참여할 수 있다. DL이앤씨 주식을 내면 DL 신주를 주는 방식이다. 
 
신주 발행가격은 1주당 7만8286원, 정확한 가격은 4월14~16일 주가를 기준해서 확정하며 오는 4월21일부터 5월10일 기간 중 일반공모를 거쳐 신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신주 상장일은 6월3일로 예정돼 있다. 
 
돈이 아니라 특정주식 현물을 출자받아 진행하는 증자, 그 흔한 가격할인도 없이 신주를 발행하는 평범하지 않은 방식으로 증자를 진행하는 이유는 이번 증자의 타깃이 일반 주주가 아니라 대림그룹을 지배하는 ㈜대림이기 때문이다.  
 
DL과 DL이앤씨는 지난 1월 대림산업을 분할해 설립한 회사다. DL은 지주회사와 석유화학산업을 맡고 있으며, DL이앤씨는 건설업을 주력으로 한다. 당시 대림산업의 대주주는 지분 21%를 보유한 대림코퍼레이션(현 ㈜대림)이었으나 대주주 측의 지분율이 높지 않아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존재했다. 이에 대림과 이해욱 회장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결정한 것이다.  
 
일단 지난해 7월 상장 건설사인 삼호와 고려개발을 합병해 대림건설(001880)을 세운 후 지난 연말 주력 기업인 대림산업을 DL과 DL이앤씨로 분할했다. 현재 대림건설은 DL이앤씨가 지배하고 있으며 DL과 DL이앤씨의 최대주주는 비상장 기업인 대림이다. 
 
이번 증자를 통해 대림이 보유한 DL이앤씨의 지분을 DL에게 넘기고, DL은 그 대가로 신주를 발행해 대림에게 주면 이해욱→대림→DL→DL이앤씨→대림건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완성된다. DL케미칼, 여천NCC 등 석유화학 계열사들과 다른 계열사도 DL 아래에 놓인다. 
 
이 과정에서 대림의 DL 지분도 늘어나게 됐다. DL이앤씨 지분은 없어지지만 어차피 DL을 통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해욱 회장으로선 그룹 내 기업들을 합치고 쪼개고 지분을 맞바꾸면서 돈 한 푼 안 들이고 그룹 지배권을 공고히 할 수 있는 반면, 일반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없다. 오히려 대주주의 지배권이 강화된 만큼 나머지 주주들의 지배권은 약해졌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다만 투자자들은 대림그룹의 지배구조가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면 이런 이벤트로 인해 눌려 있던 주가가 기지개를 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이번 DL 증자의 발행가는 4월14~16일 주가를 기준해 확정될 예정이다. 이번 증자의 내용대로라면 현재 대림이 갖고 있는 DL이앤씨의 주가는 더 오르고 DL 주가는 하락해야 대림이 DL 신주를 조금이라도 더 받는 데 유리해진다.
 
물론 DL이나 DL이앤씨 같은 대형주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올리거나 내리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많은 투자자들은 그런 ‘노력’을 할 것이라고 믿는 눈치다. 그래서 유증 발행가격이 확정되기 전, 4월16일까지는 DL 주가는 약하고 DL이앤씨는 강할 것이라는 추론이 나오게 된 것이다. 
 
국제유가 상승과 석유제품가격 급등과 같은 호재에도 불구하고 DL의 주가가 크게 오르지 못한 것도 이와 관련돼 있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 또한 이 같은 추론에 따라 DL의 증자가 마무리된 후 또는 발행가격이 확정되는 내달 16일이 지나면 주가를 누를 필요성이 사라져 DL 주가도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며 선취매에 나선 경우도 적지 않다.   
 
대림을 위한 증자라고는 하지만 형식은 일반 공모다. DL이앤씨 주주라면 일종의 공개매수에 참여할 수 있는데 공개매수가가 주당 11만8085원으로 현재 주가와 별 차이가 나지 않아 일반 주주들의 참여는 적을 적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현재 DL 및 DL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가 이번 증자 과정에서 특별히 대응할 것은 없다. 신규 매수를 타진 중이라면 많은 이들이 ‘눌려 있다’고 보는 DL에 관심을 가져볼 수 있을 것이다. DL이앤씨 역시 대형 건설주 중에서도 저평가돼 부담이 적다. 무엇보다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된 후엔 이로 인한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는 점도 두 회사 모두에게 긍정적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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