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금융당국의 '배당 자제령'이 증권주와 은행주의 희비를 가르고 있다. 당국이 은행을 거느린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배당금 축소 압박에 들어가면서 투자자들의 시선이 은행주 대신 증권주로 옮겨가고 있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B금융(105560)지주는 지난 4일 2020 회계연도 주당 배당금(DPS)으로 1770원을 결정했다. 배당금은 전년 대비 20%(440원) 줄어든 규모다. 같은 기간 배당성향(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6%에서 20%로 대폭 하락했다. 배당성향은 2013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3조4552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당기순익을 시현했지만, 그에 따른 주주환원은 제때 이뤄지지 못한 셈이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자산을 보수적으로 관리하라는 금융당국의 권고를 받아들인 결과로 분석된다. 앞서 금융위는 은행과 은행지주 등에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유지하고, 보험사에는 배당자제를 주문했다.
반면 당국의 직접적인 압박을 받지 않은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현금·현물배당결정에 나선 모습이다.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에 힘입어 최대 실적을 기록하면서 이익 규모 확대에 따른 배당 여력도 커졌기 때문이다.
상장 증권사 가운데 가장 먼저 결산 배당을 공시한
삼성증권(016360)은 주당 2200원의 현금 배당을 실시할 예정이다. DPS는 1년 전보다 29.4% 뛰었고 시가배당률(주가 대비 배당금 비율)은 4.3%에서 5.2%로 올랐다. 배당금 총액은 1965억원으로 배당성향은 38.7%에 달한다.
메리츠증권(008560)의 DPS는 320원(보통주 기준)으로 2019년(200원)에서 60% 확대됐으며 시가배당률은 5.0%에서 8.3%로 상승했다. 지난해 부동산PF규제에 대응해 소폭 줄었던 배당성향도 24%에서 39%로 뛰며 다시 배당주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사상 처음으로 순이익 1000억원을 넘긴
교보증권(030610)은 호실적을 바탕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배당안도 내놨다. 교보증권의 배당총액은 215억원으로 1년 전보다 53.57% 확대됐다. 배당총액은 1999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의 경우 보통주 당 300원, 기타주주는 주당 450원의 차등배당을 받게 된다.
지난해 교보증권의 DPS는 400원이었다. 시가배당률은 4.25%에서 5.74%로 뛰었다. 작년 당기순익 629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달성한 우리종합금융은 11년 만에 액면가 대비 2.0%(시가대비 1.8%)로 현금배당을 결의했다. 배당성향은 약 13.8%로, 배당안은 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된다.
금융업계의 배당정책 영향 여부는 투자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조보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 배당성향은 기존 2020년 예상치 평균 23.7%에 비해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글로벌 평균 배당성향(약 50%) 대비 현저히 낮은 국내 은행 배당성향과 배당에 대한 의지, 현재 처한 거시·규제환경 간의 온도 차이는 국내 은행업종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은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실물경제에 자금 공급하는 역할이 크다보니 건전성지표 등을 더 보수적으로 봐야 하고, 금융당국의 배당 가이드라인도 그냥 넘기기 어려웠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개별증권사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지난해 좋은 실적을 냈던 만큼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도 배당 확대를 결정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사진/백아란기자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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