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과 기업)"기로 선 IPO시장…게이트 키퍼 역할 중요"
'자본시장·PE부문 파수꾼' 이행규 지평 변호사
제2의 파두 막기 위해 IPO과정서 법률실사 필요
반도체·2차전지 섹터 성장세 유효…FI갈등 주의해야
2024-05-28 06:00:00 2024-05-28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지속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우리 기업의 민첩한 대응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기업 지배구조와 인수합병, 산업안전, 공정거래 등 분야별 로펌 변호사를 통해 기업이 직면한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대응 방향을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부실기업의 기업공개(IPO)가 횡행하는 것은 자본시장 측면에서 건강하지 않습니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성장을 위해선 기업공개 과정에 주관사, 회계법인, 법률가로 이뤄진 게이트 키퍼(문지기) 역할이 필수적입니다.”
 
지난해 공모가 뻥튀기 논란에 휩싸였던 파두사태에 이어 상장 7개월 만에 주식매매거래가 정지된 시큐레터까지 주주가치 훼손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온 이행규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 변호사(자본시장·PE그룹장)의 해법입니다.
 
지난 20여 년간 SK바이오팜, 카카오게임즈, 아이큐어, 티앤알바이오팹과 화승엔터프라이즈(베트남), LVMC홀딩스(라오스), 프레스티지바이오(싱가포르), 뉴프라이드코퍼레이션(미국) 등 국내외 유수 기업의 상장을 지원하며 상장법률 자문 탑티어(Toptier)로 꼽히는 이 변호사는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법률자문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행규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사진=지평)
국내 자본시장이 커지고 개인투자자가 많아지는 상황에서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도 옥석을 가려서 증시 진입을 시켜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이 변호사는 “외국기업의 국내 상장과 달리 한국기업의 KRX(한국거래소) 상장에 있어서는 법률실사와 법률의견 제공이 의무사항이 아니다”면서 “(2011년 분식 회계 등이 불거지며 2개월 만에 거래 정지된) ‘중국 고섬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내 IPO에 법률가의 참여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역설했습니다.
 
다음은 이행규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와의 일문일답입니다.
 
-파투사태와 시큐레터 등의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법률적 측면에서 IPO 시장의 공정과 신뢰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국내 IPO에서 간과 돼 온 법률 자문이 강화돼야 한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미국 로스쿨 법학석사학위(LLM) 취득차 컬럼비아 대학교에 다니던 당시 비자(VISA)의 IPO 업무를 맡고 있던 변호사를 알게 됐는데 IPO과정에서 변호사들이 동원돼 엄격하게 실사를 거치고 투자자 보호 역할을 하는 모습을 보며 게이트 키퍼의 중요성을 절감했습니다.
 
실제 과거에 견줘 외국계 기업의 KRX시장 진출이나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문제는 외국계 기업의 경우 상장 과정에서 법률심사가 의무화돼 있지만 국내 기업의 경우 분쟁이 있을 때를 제외하면 법적 공백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국내 자본시장의 격을 한층 더 높이기 위해서는 사후약방문 형식이 아니라 기업이 증시에 진입하는 과정부터 제대로 된 법률실사를 의무화하는 정책이 마련돼야 합니다. 상장 이후 내부 통제 훼손이나 횡령, 배임 등을 방지하기 위한 차원에서도 컴플라이언스 구축 필요성이 있고, 준법 경영이 제고돼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원활히 작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세계그룹의 경우 SSG닷컴 재무적투자자(FI) 간 갈등이 있고, 상장을 추진하는 일부 기업의 경우 FI가 보유한 영구 교환사채(EB) 처리로 인해 지배구조가 달라질 수 있는데 IPO 과정에서 기업이 주의해야 할 점으로는 무엇이 있습니까.
FI 입장에서 보면 제때 IPO가 되지 못하면 엑시트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있는 것 같습니다. 투자한 기업의 펀더멘털이 좋더라도 상장에 나서지 않는다면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밸류에이션이 낮아진다면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컬리나 SSG닷컴과 같은 경우) 이커머스 시장이 침체하면서 풋옵션(매수청구권) 관련 입장차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원하는 몸값을 인정받기 힘들어 상장을 연기하게 되면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우선 투자자와의 신뢰를 구축하고 원활히 회수할 수 있도록 대안적 조치를 취하는 방식으로 협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발행사측에서는 경험많은 법률자문사를 선정할 필요가 있고, 신뢰할 수 있는 프리 IPO(Pre-IPO·상장 전 지분 투자) 투자자를 유치해야 합니다. 또 내부통제체계와 준법경영시스템을 기반으로 스톡옵션이나 우리사주와 같은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상장 이후 경영 안정성 확보 계획도 선제적으로 준비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이행규 변호사가 IPO 과정에서의 법률 실사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지평)
 
-혁신기업 발굴을 위해 상장제도가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기술특례제도의 경우 제도가 가지는 한계점이 있는데, 기술력에 대한 검증이나 사업성에 대한 검증 부분은 고민할 부분이 많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심사가 길어지다 보면 알토란 같은 회사에 대한 콜옵션, 풋옵션이 발생할 수 있고 적시에 펀딩이 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2차 전지 관련 상장사의 경우 상장 후 3년간 독립적인 외부법무법인과 내부통제시스템 검토와 관련된 자문계약 체결했습니다. CP수준을 높이고 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예컨대 금융투자협회 내에 규범력이 있는 인수업무에 대한 규정과 같은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도 고려할 만합니다. 국내 증권사가 예전보다는 로펌의 도움을 많이 받는 추세이긴 하지만 해외와 비교할 때 여전히 로펌의 자문 업무는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관련 시스템이 선진화될 필요도 있습니다.
 
-올해 IPO시장에 대한 진단과 향후 시장 전망은 어떻습니까.
전년과 비교하면 시장은 회복세를 보이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최근 HD현대마린솔루션이 상장 과정을 잘 소화했고, AI기반 반도체 섹터나 2차 전지, 배터리, 소부장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 의지도 큰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커머스나 제약·바이오 기업의 경우 기대감이 많이 떨어지기도 했으나 시장에 몰린 투자 대기자금을 고려하면 올해는 작년보다 상황은 더 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금융당국에서는 기업실사, 공모가 산정 등과 관련해 올해 2분기 내 구체적인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는데 이는 바람직한 방향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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