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공백에 당국 무시하는 PG사…전금법 개정도 하세월
PG사 28곳 경영지도 반복 미준수
규제 사각지대 해소 제자리걸음
2025-05-28 15:45:29 2025-05-28 17:09:09
 
[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다수의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들이 금융당국의 경영지도를 무시하고 영업을 이어가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PG사는 금융회사와 달리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제재 대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발의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장기간 계류 중입니다.
 
금융당국 경영지도 무용지물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말 자기자본 요건 등 건전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PG사에 경영지도를 내린 사례는 총 46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반 유형으로 자기자본 미달 20건, 미상환 잔액 대비 자기자본 비율 미달 6건, 총자산 대비 안전자산 비율 미달 3건, 미정산 잔액 대비 안전자산 비율 미달 3건, 유동성 비율 미달 14건 등입니다. 중복 사례를 제외하면 경영지도를 받은 PG사는 모두 28곳입니다.
 
이들 회사 대부분은 이미 2023년 말 동일한 사유로 경영지도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시장 악화를 이유로 경영 상태를 개선하지 않았습니다. 금융당국 역시 경영지도를 따르지 않더라도 강제할 수단이 없어 감독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실정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28개 회사 대부분 이전에 지도를 받고 1년 동안 경영 상황이 유지된 곳"이라며 "경영개선 요구, 평가, 촉구 정도만 할 수 있고, 다른 금융사처럼 조치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법에서 허락된 범위 내에서 최대한 관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매출이나 PG·선불 잔액이 미미한 회사가 대부분이고, 자체 경영개선 계획을 통해 경영지도 기준 미준수 해소를 추진 중"이라고 부연했습니다.
 
PG사들은 금융회사와 달리 전자금융업자로 분류돼 전자금융거래법의 적용을 받습니다. 특히 PG사의 진입 장벽이 낮다는 점이 주요한 문제로 지적됩니다. 금융회사는 금융위원회의 인허가 절차를 거쳐야 사업을 영위할 수 있지만 PG사는 단순 등록만으로도 사업이 가능합니다. 현행 제도상 금융당국은 인허가를 받은 금융회사나 전자금융업자에 대해서만 제재 권한을 가질 수 있어 '등록된' 전자금융업자에 대한 조치 근거가 부재한 상황입니다. 금융당국은 매년 PG사의 건전성과 경영 상태를 점검하고 평가하고 있지만, 실제로 취할 수 있는 조치는 경영개선 요구, 계획 제출, 평가, 경영개선 협약 체결 등 기본적인 수준에 그칩니다. 
 
반면 은행, 보험, 카드 등 금융회사는 금융당국의 엄격한 제재를 받습니다. 진입장벽도 높을뿐더러 경영지도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유상증자, 건전성 강화 요구 등 압박 수위가 비교적 높습니다. 심지어 상황에 따라 영업 정지나 등록 취소 등 강도 높은 조치를 통해 시장에서 퇴출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PG사 감독규정의 허점은 티몬·위메프 사태로 급부상했습니다. 티몬과 위메프는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한 초기부터 경영지도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이에 2022년6월 금융당국과 경영지도 비율 준수를 목표로 한 경영개선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러나 협약 종료를 앞둔 2022년 말 당초 목표를 2026년 말까지 연기하는 2차 협약을 맺었고, 이후 경영 악화로 정산 지연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협약에는 점검 및 불이행 시 조치 항목이 포함돼 있었지만, 금융당국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제재하지 않았습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20년 가까이 전자금융업자에 대해 매년 반기별로 점검했음에도 협약 불이행에 따른 제재 근거를 마련하지 않은 것은 금융당국의 직무 유기"라며 "확실한 제재 근거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은 등록된 전자금융업자에 대해 강제적으로 제재를 내릴 권한이 없어 규제가 공백인 상황이다. 사진은 금융감독원 외경 모습.(사진=뉴스토마토)
 
전금법 개정안 지지부진
 
금융위는 지난해 9월 PG사 감독 강화를 위한 전자지급결제대행업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습니다. 이어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해 10월 개선안을 토대로 여야 의원 10명과 함께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요. 하지만 해당 개정안은 위원회 심사 단계에 7개월째 표류 상태입니다. 
 
전금법 개정안은 PG사에 대한 금융당국 권한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현행법상 경영지도 이상의 제재가 어려운 한계를 보완해 건전성 미달이나 소비자 피해 우려 시 직접적인 조치를 가능하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PG사의 최소 자본금 요건과 대금 정산 기한 준수 의무를 강화하고, 경영지도 기준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정조치, 영업정지나 등록 취소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습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과 김현정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각각 유사한 취지의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계엄 사태 이후 논의가 멈춰선 상태입니다. 오세희 민주당 의원이 지난 3월 발의한 개정안에는 PG사 수수료 상한 기준에 대한 내용만 담겼을 뿐 금융당국의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조기 대선 국면에 민생 중심의 입법 기조가 이어지는 만큼 금융당국의 PG사 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입법은 상당 기간 지연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국회 관계자는 "계엄 사태 이전에 발의된 법안 논의가 대부분 멈춰섰다"며 "안정화된 이후 우선순위가 높은 법안이 먼저 처리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전금법 개정안도 우선순위에서 밀려 현재 진척이 없다"면서 "앞으로도 대선 이후 내각이 안정되고 한참은 지나야 관련 법안이 처리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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