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영진 기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현대카드에 내린 대대적인 제재 원인이 부실한 내부통제에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현대카드는 전업 카드사 8곳 가운데 유일하게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하지 않고, 감사위원회가 내부통제위 역할을 대신해 왔는데요. 결국 이런 시스템이 화를 부른 것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회사는 이사회 산하에 내부통제위를 설치해야 합니다. 지난해 초 개정된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이 7월부터 시행되면서 새롭게 부과된 의무입니다. 다만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제16조3항에 따라 감사위 또는 위험관리위원회가 내부통제위 역할을 수행하도록 규정할 경우 별도 설치 의무는 면제됩니다. 이에 현대카드는 지난해 8월 정관을 개정해 감사위원회가 내부통제 기능을 맡도록 했으며,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이를 공식 결의하고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반면 다른 전업 카드사 대부분은 내부통제위를 신설해 운영 중입니다. 롯데카드가 지난해 업계 최초로 내부통제위를 설치한 데 이어, KB국민카드·신한카드·하나카드·우리카드·비씨카드·
삼성카드(029780) 순으로 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특히 삼성카드는 현대카드와 유사하게 감사위와 위험관리위가 내부통제위 기능을 수행 중이었지만,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지난 3월 내부통제위를 신설했습니다.
현대카드는 감사위에 내부통제위 기능을 부여해 별도의 위원회를 설치하지 않더라도 높은 수준의 내부통제 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었지만, 미흡한 부분이 상당수 드러났습니다. 금감원이 현대카드에 경영유의사항 8건, 개선사항 15건 등 제재내용 23건을 통보했는데, 그중 내부통제와 관련된 건수가 14건으로 절반을 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현대카드는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조직을 실제 업무수행 부서가 아닌 '금융소비자보호 총괄기관'으로 명시하고, 내부통제기준 위규 확인 시 조치 기준 등 세부 업무처리 절차를 마련하지 않았습니다. 내부통제위를 서면으로 개최하는 경우 회의 소집과 동일한 효력을 갖기 위해 서면 협의 절차를 밟아야 하지만, 역시 절차를 마련하지 않아 금융소비자보호 업무에 대한 구체적 지침이 미흡한 상황입니다.
또한 금감원은 겸직 임원의 업무 적정성 평가 체계가 미흡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준법감시인은 겸직 임직원에 대해 반기마다 금융시장 안정성 저해 여부, 이해상충 가능성 등을 점검하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실제 평가에 사용하는 항목이 평가 목적에 부합하는지 검토하는 절차가 없고, 이해상충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도 빠져있습니다. 평가 결과 역시 검토 내용이나 입증자료 없이 '적정' 등으로만 기재돼, 임직원 겸직 평가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외에도 금감원은 △금융소비자보호 담당임원의 독립성 미흡 우려 △IT부문 내규 관리 체계 미흡 △사외이사 평가방식 미흡 △금리인하요구권 관련 내부통제 미흡 △상품심의위원회·수익성분석위원회 운영 미흡 등 내부통제 항목을 지적하면서, 조직 구조와 업무 처리 절차를 내규에 반영해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습니다. 현대카드는 앞으로 경영유의사항에 대해서는 6개월 이내, 개선사항에 대해서는 3개월 이내에 각각 조치 결과를 보고해야 합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이번에 지적 받은 부분들에 대해 적극적으로 개선 조치할 계획"이라며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를 기반으로 건전성과 내부통제 중심의 경영 기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금융당국은 향후 현대카드의 개선 조치를 철저히 따질 계획입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정기 검사에서 전 범위로 다 보는데 건전성 악화와 함께 내부통제 부분도 미흡하다고 평가한 것"이라며 "현대카드가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적정하다고 판단되면 넘어가고, 적절하지 않으면 재조치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대카드는 카드사 중 유일하게 내부통제위를 신설하지 않았고, 감사위가 내부통제위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현대카드 사옥 모습.(사진=뉴시스)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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