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를 발표했습니다. 품목별 관세 25%를 적용받는 한국의 자동차와 철강기업, 아직 관세를 내지 않는 반도체 업체들이 상호관세의 미적용 대상으로 꼽히면서 관련 업계는 우선 한숨을 돌린 모양새입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발표에서 불공정 무역의 예로 한국차를 지적한데다, 반도체에 대해서도 향후 품목별 관세 부과가 예상되는 탓에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비에 나서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3일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직후, 철강과 알루미늄, 자동차 등 기존 관세가 부과된 품목 외 반도체까지 상호관세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로써 철강업계는 지난달 중순부터 25% 관세가 적용됐던 철강·알루미늄에 이중관세가 붙을 것이란 우려가 해소되면서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25% 관세에 이어 추가 관세가 부과되면 수익성 악화가 심화될 것으로 걱정했는데 우선 다행”이라고 안도했습니다.
앞서 업계는 지난달 12일 대미 철강 수출에서 적용받던 263만톤(t) ‘무관세 쿼터제’가 해제되고 모든 철강재에 25%의 관세를 적용받고 있습니다. 기존보다 대미 철강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니다. 하지만, 관세 중과를 피하면서 향후 타 철강 수출국과 동등하게 미국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점은 다행이라는 설명입니다.
국내 완성차 업계도 품목별 관세에 따로 상호 관세가 붙지 않아 최악은 면한 모습입니다. 그러나 예고대로 이날부터 미국으로 들어오는 수입자동차에 대한 25% 관세가 붙어 앞으로의 피해가 불가피합니다.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는 수입 자동차에 25% 관세 적용 시 한국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63억5778만달러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특히 국내 최대 자동차 업체인 현대차그룹에 대한 전망만 봐도 수익성 악화가 예상됩니다. KB증권은 25%의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으로 수입되는 한국 자동차에 1225만원 정도의 관세가 책정된다고 예측했습니다. 이 중 40%는 미국 소비자가, 60%는 현대차·기아가 부담할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는 현대와 기아차의 현지 가격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미국 판대수가 지난해 대비 6.3%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연간 이익 감소 폭이 각각 3조4000억원, 2조3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3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더군다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발표에서 불공정 무역 관행의 대표적인 예로 한국산 자동차를 직접 언급했다는 점에서 자동차 업계는 상호관세 면제만으로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태에 놓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일본과 다른 매우 많은 나라가 부과하는 모든 비금전적 (무역) 제한이 어쩌면 최악”이라며 “이런 엄청난 무역장벽의 결과로 (판매되는) 자동차의 81%는 한국에서 생산됐다”고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한국 내수시장에서 국산 자동차의 판매 비중이 압도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독일산 등 수입차 판매도 줄곧 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 판매가 저조한 것을 무역장벽의 결과로만 치부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다만 한국이 미국을 상대로 크게 무역흑자를 내는 대표적 분야가 자동차라는 점에서 향후 트럼프 행정부의 추가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습니다.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25%의 관세 부과 외에 추가적 조치가 이뤄질 경우 국내 (자동차)공장의 미국향 수출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이는 글로벌 자동차 생산 5위에서 7위로 떨어진 한국 자동차 생산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반도체 업계도 후속 상황 변화에 눈을 뗄 수 없는 입장입니다. 이번 상호 관세 품목에 오르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미 반도체에 대해 품목별 관세 25% 부과를 예고했기 때문입니다. 백악관은 이날 반도체가 상호관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이유를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의 산업별 관세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국내 대표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해 고심 중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은 지난 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만나 미국 관세 조치에 대응 조치를 논의한 바 있습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관세 여파를 최소화 하기 위해 기업과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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