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감독원이 금융지주사·은행 이사회와의 정례 면담을 당분간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금융사의 이사회 역할 강화 등 반복된 주문에도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금감원은 올 상반기 금융지주·은행 이사회와 정례적 간담회를 계획하고 있다고 18일 밝혔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지주사들이 여전히 지배구조법 등에 있어 형식적 준수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며 "새 이사진이 갖춰지는 주주총회 이후 면담 일정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은 은행권에서 수천억원대 횡령 사고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지난 2023년부터 금융지주·은행 이사회 면담을 정례화한 바 있습니다. 금융지주·은행 이사회를 개별적으로 만나고 상·하반기를 나눠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가지는 식입니다. 반복되는 금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내부 통제를 공고히 해야 하는데, 이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2023년과 지난해와 달리 올해 금감원 업무 계획에서는 정례 면담 계획에 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금융 사고 발생 시 최고경영자에게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책무 구조도가 올해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고, 지난해 문제가 된 부당 대출 등 대규모 금융 사고에 대한 후속 조치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내부 통제 강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서도 금융 사고가 계속 발생하자 정례 면담을 지속하기로 했습니다. 시중은행은 10억원 미만인 금융 사고는 자체 공시하는데, 석 달여 만에 횡령·배임·사기 등으로 공시한 사고액만 벌써 321억원에 달합니다.
기업은행은 지난 1월과 2월 업무상 배임 혐의와 외부인에 의한 사기로 262억원 규모의 금융 사고를 공시했고, 신한은행은 지난달과 이달 횡령, 외부인에 의한 사기 등으로 37억원 규모 금융 사고를 공시했습니다. KB국민은행에서도 지난달 22억원 규모 금융 사고를 발견했습니다.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감시 기능이 여전히 약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가 최근 공시한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사회에서 결의 안건에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진 경우는 한 건도 없습니다.
독립적 사외이사를 확보 노력도 부족하는 지적입니다. 작년 각종 금융 사고가 잇따르면서 올해 대대적인 이사회 물갈이가 예상됐지만, 대부분 유임되며 지주사별 1~2명 교체에 그쳤습니다.
우리금융지주(316140)만 임기 만료 사외이사 5명 중 4명을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금융지주와 은행 이사회의 내부 통제 역할을 지속적으로 강조한 것이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 사고 발생 건수나 이사회 안건 찬성 비율을 기준으로 내부 통제가 약하다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지배구조법 등 제도가 안착되기 전까지 업계 자율에만 맡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도 금융지주·은행 이사회와 정례 면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이복현 금감원장이 지난달 19일 개최한 '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금융감독원)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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