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K금융)③"기업금융에서 활로 모색"
2025-03-12 06:00:00 2025-03-12 06:00:00
 
(필리핀 마닐라=이종용·문성주·유영진 기자) 필리핀 마닐라에는 국내 은행들이 진출해 국내 기업과 현지 기업을 상대로 업력을 쌓고 있습니다. 기업·신한·하나 등 3개 은행은 법인이 아닌 지점 형태로 나와있습니다. 지점 단위 영업의 특성상 이들 은행은 주로 한국계 기업을 대상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타 국가 대비 제조업이 덜 발단한 필리핀 특성상 판매·유통 기업들이 주로 진출해 있어 영업 환경이 녹록지 않습니다. 
 
기업은행, 필리핀 중기 성장 뒷받침
 
기업은행은 필리핀 주요 상업지구이자 글로벌 비즈니스의 중심지인 BGC(Bonifacio Global City)에 위치해 있습니다. 지난 2015년 필리핀 '외국인 투자법' 개정으로 외국 금융기관이 현지 법인의 자본을 100% 소유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은행은 그해 11월 진출했습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목적으로 설립된 기관 특성상 필리핀에서도 중소기업 영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또 성장잠재력이 높은 필리핀 시장인 만큼 우량한 현지 기업을 발굴해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김은선 기업은행 마닐라 지점장은 "60년에 걸친 중소기업 노하우를 현지에 진출한 중소기업들에 공유하고 현지 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해서 필리핀 중소기업 생태계의 성장에도 뒷받침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필리핀에는 한국 대기업 대부분이 제조 공장이 아닌 판매 법인 형태로 들어와 있습니다. 외국계 기업에 대한 인허가 규제가 강하고 유동성, 인프라 등이 미비하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 대상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기업은행은 고민이 많은 상황입니다.
 
김 지점장은 "2015년 개점 이래 대출금 규모를 꾸준히 확대해왔고 2024년 대출 자산 1억불을 초과 달성했다"면서도 "사실 1억불이라 해도 한국의 큰 점포에 비해선 적은 규모"라며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기업은행 마닐라 지점은 고객이 방문하면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먼저 건넨다. 사진은 마닐라 지점 직원들 (사진=뉴스토마토)
 
최근 필리핀 정부가 대규모 국가 기반 시설 사업에 집중하는 건 호재로 꼽힙니다. 김 지점장은 "필리핀 정부가 경제 성장 가속화를 위해 도로, 철도 등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기업들은 자금조달과 외환거래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 발생하고 있다"며 "2024년 12월 31일 한-필 FTA 발효로 양국 간 교역과 투자 활성화도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지점장은 "추후 대기업 상위 5개 기업을 대상으로 현지 은행들과 공동대출을 추진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뉴스토마토> 취재팀은 지난 3일 필리핀 마닐라의 BGC에 위치한 기업은행 마닐라 지점을 방문했다. 사진은 김은선 지점장 (사진=뉴스토마토)
 
신한은행, 현지화 위한 발판 마련
 
신한은행은 2015년 기업은행과 함께 필리핀 마닐라 BGC로 진출했습니다. 초기에는 필리핀에 진출한 기업과 교민들을 위주로 영업을 시작했고 최근엔 현지 기업들을 대상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경록 신한은행 마닐라 지점장은 "업력이 길지 않다 보니 아직 성장을 많이 하지는 못했다"며 "산업별 외국인 지분 취득 제한이나 현지 은행들과의 치열한 경쟁 등으로 영업 환경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는 "제1의 목표는 현지화"라며 "현지 대기업이라든지 현지 은행 간 거래 등 다양한 거래를 발굴해 포트폴리오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신한은행은 작년 한국계 은행 가운데 최초로 필리핀 투자청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를 통해 현지에 진출하는 우리 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금융 솔루션과 현지 시장 정보 등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지점장은 "앞으로도 현지 고객 수를 늘리고 필리핀 시장 내의 점유율과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경록 신한은행 마닐라 지점장(사진)은 현지 기업 대상 영업 활성화 등 현지화를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사진=뉴스토마토)
 
하나은행, 오랜 업력 기반 경쟁력 높여
 
하나은행 마닐라지점은 마카티(Makati)에 있습니다. 기존에는 Citi Bank Tower(현재 BDO Tower)에 있었지만 현재는 Zuelling Builiding으로 이전했습니다.
 
하나은행은 필리핀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 가운데 업력이 가장 깁니다. 한국외환은행 시절 1981년 사무소 형태로 진출, 1995년 마닐라지점 설립 허가를 받았습니다. 구인모 하나은행 마닐라 지점장은 "타 한국계 은행 대비 업력이 긴 만큼 많은 교민 및 한국 기업들과 거래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지 은행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현지 기업영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구 지점장은 "필리핀은 금산분리가 안 돼 있어 기업들이 은행을 소유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현지 대기업과의 거래를 꾸준히 늘려와 현재는 대출자산 포트폴리오의 10% 이상을 현지 기업으로 구성했다"고 밝혔습니다.
 
금융 서비스에 디지털을 접목한 점은 타행과의 차별점으로 꼽힙니다. 하나은행은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고자 지점 홈페이지를 통한 인터넷뱅킹 서비스를 구축했습니다. 또 보유 중인 계좌를 통해 필리핀 당국에서 운영 중인 중앙결제시스템을 통해 타행의 ATM 기기에서도 입출금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구 지점장은 "다른 한국계 은행들에 비해 업력이 길다 보니 여러 부분에서 경쟁력이 있다"면서 "추후 단독 대출과 수신, 송금 거래 등으로 거래 범위를 넓혀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4)편에서 계속>
 
<뉴스토마토>는 지난 4일 구인모(사진) 하나은행 마닐라 지점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뉴스토마토)
 
필리핀 마닐라=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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