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K금융)①인니·베트남 이은 '기회의 땅'
2025-03-12 06:00:00 2025-03-12 06:00:00
 
필리핀은 아세안 국가 중 한국의 다섯번째 교역국입니다. 영어를 공용어로 택하고 있으며, 가파른 경제 성장으로 인도네시아, 베트남과 함께 '기회의 땅'으로 여겨집니다. 다만 불안정한 정치, 외국인 소유 제한 등 리스크가 상존하는 만큼 공략에 어려움도 따릅니다. <뉴스토마토 특별취재팀>은 필리핀 수도 마닐라와 세부를 찾아 고군분투 중인 K 금융사를 응원하고 생존전략을 진단한 내용을 10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필리핀 마닐라=이종용·문성주·유영진 기자) 특별취재팀은 6박7일 일정으로 지난 2일 필리핀 마닐라 니노이아키노 국제공항을 밟았습니다. 필리핀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는 은행 4곳을 중심으로 마닐라 비즈니스 구역인 마카티와 보니파시오에 포진해 있습니다. 
 
필리핀 맞나? 고층빌딩 빼곡 
 
취재팀은 공항에서 북서 방향으로 20㎞를 이동해 숙소가 위치한 필리핀 금융 비즈니스 지구 '보니파시오 BGC(Bonifacio Global City)' 지구에 도착했습니다. 마닐라 인근 상업·경제 중심지는 마카티와 이곳 BGC가 대표적인데요. 과거 '필리핀의 강남'이라고 하면 마카티였지만, 지금은 새로 계획 조성된 보니파시오가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지역의 메인 거리인 하이 스트리트를 걸어보면 신식 고층 빌딩, 흡연이 금지된 넓고 깨끗한 거리가 이어집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마닐라 보니파시오 지역 내 쇼핑과 각종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하이 스트리트(High Street) (사진=뉴스토마토)
 
지난 3일 보니파시오 거리는 출근길로 분주한 모습이었습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기업은행 등 한국 은행들이 주로 입점한 건물도 마카니와 보니파시오의 고층 건물입니다. BGC에는 신한은행과 기업은행 지점이 들어서 있고, 마카티에는 하나은행 지점과 수출입은행 사무소가 있습니다. 
 
국내 은행 지점은 대부분 지난 2015년 필리핀 정부가 20여년 만에 외국계 투자 문호를 열면서 진출 계기를 마련했으며, 이후 10년 가량 영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과거 외환은행과 합병한 하나은행의 경우에는 1993년 외환은행이 필리핀에서 영업을 시작한 업력을 이어 받았습니다. 이들 은행 관계자들을 만나 현지 은행과의 치열한 경쟁 상황과 로컬 기업의 영업 전략에 대한 고민을 들어봤습니다.
 
수출입은행 사무소는 우리 기업의 현지영업 지원을 위한 수출입과 해외투자 금융 주선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필리핀 정부가 추진하는 공항, 철도 등 인프라 개발사업을 발굴해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연계지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필리핀은 경제성장 속도나 잠재력에 비해 도로·항공·항만 등 인프라가 덜 발달해 있어 각국 공적개발원조(ODA) 기관은 인프라 사업을 수주하기 위한 소리없는 전쟁을 진행 중입니다. 
 
필리핀 마닐라에는 경제·상업지구인 마카티와 BGC에 각국의 외국계 은행이 밀집해있다. 사진은 마카티에비뉴의 퍼시픽스타 빌딩 앞에 금융사 안내 간판. (사진=뉴스토마토)
 
우리나라 은행들은 대부분 2015년 필리핀의 외국계 투자 문호가 열리면서 지점으로 진출했다. 필리핀 마닐라의 보니파시오 글로벌 시티(BGC)에 위치한 기업은행 마닐라 지점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경제성장률 2위 국가
 
3일과 4일 마닐라 취재를 끝낸 후 우리웰스뱅크필리핀이 위치한 필리핀 세부로 향했습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5년 필리핀 저축은행 '웰스디벨롭먼트 뱅크'를 51% 지분투자를 해 우리웰스뱅크를 출범했습니다. 세부에 본점을 두고 현지 전역으로 네트워크를 확장해 현재 25개 지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른 은행과 달리 현지인을 대상으로 저축은행업을 영위하고 있는데요. 현지 금융사와 차별화하는 새로운 시도와 앞으로 전략에 대해 취재했습니다.
 
필리핀은 아세안 국가 중에서도 성장잠재력이 높은 곳입니다. 경제성장률이 약 6%로, 인도네시아 다음으로 주요 경제국 평가를 받습니다. 높은 경제성장률에 비해 금융서비스는 아직까지 걸음마 단계입니다. 일례로 필리핀은 약 1억2000만명의 인구 중 8500만명 이상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은행계좌와 신용카드 보급률은 각각 30%, 3%에 불과합니다. 현지 편의점조차 카드 결제 단말기가 없는 곳이 대부분이며, 현금으로만 결제가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우리은행은 2016년 현지 저축은행의 지분 51%를 인수해, 현지 법인을 출범했다. 사진은 필리핀 세부의 우리웰스뱅크 모습(사진=뉴스토마토)
 
금산분리 없는 특수성
 
반대로 얘기하면 새로 계좌를 열고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잠재 고객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필리핀에 거점을 마련한 우리 금융사들도 이 지점을 노리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은행 대다수가 '지점' 형태로, 한국계 지상사를 상대로 기업금융을 펼치는 데 집중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한국과 달리 금융자본과 산업자본 간 영역을 나누는 금산분리 규제가 없고, 정치적 불안정성으로 인해 국내 금융사의 현지 공략이 쉽지 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식민지배를 받아온 역사의 특성상 외국 자본에 대한 거부감은 적지만, 경제개발원조에 기대고 있는 만큼 금융 개혁에 대한 필요성이 크지 않은 국가이기도 합니다. 이곳에 주재하는 한국 금융인은 "필리핀이라는 국가가 인도네시아나 베트남에 비해 종교나 이념이 강하지 않고 영어가 능통해 노동력에서도 강점을 갖춘 것은 맞다"면서도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기준의 금융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철저한 시장조사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2)편에서 계속>
 
필리핀 주재원들은 금산분리(산업과 금융 자본의 분리)가 돼 있지 않는 등 한국과의 시스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신규 진출이나 사업 확장을 위해서는 전략을 철저히 짜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필리핀 마닐라에 소재한 중앙은행(BSP)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필리핀 마닐라=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유영진 기자 ryuyoungjin153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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