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매각 사업장이 일부 대형사에 쏠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비교적 사업성이 높은 수도권에서조차 매각이 지연 중인 만큼 금융당국의 매각 압박은 더욱 거세질 전망입니다.
입찰가 반 토막 났지만 '안 팔려'
(그래픽=뉴스토마토)
10일 저축은행중앙회가 공시한 지난달 28일 기준 'PF 매각 추진 사업 현황 리스트'에 따르면 매각 매물로 올라온 사업장 369개 가운데 대리 금융기관이 저축은행인 PF 사업장은 128개로 확인됐습니다. 전체 물량의 34.7%로, 감정평가액 규모는 3조6000억원에 달합니다. 그 중에서도 자산 규모 2~4위에 해당하는 OK저축은행(13개), 한국투자저축은행(21개), 웰컴저축은행(16개) 등 3곳의 PF 매각 사업장 수가 50개로 39%나 됩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경우 팔아야 하는 21개 사업장 가운데 76%인 16개 사업장이 수도권입니다. 그 중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 건물 면적 156㎡의 기타 시설 △경기도 평택시 동삭동 토지 면적 634㎡의 근린생활시설 △경기도 고양시 동산동 토지 면적 546㎡의 기타 주거시설 등 3개 사업장은 모두 감정평가액이 20억~30억원대로 낮은 편에 속하는 데도 아직 입찰 개시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감정평가액이 제시된 이후 최저입찰가에서 가격이 크게 깎인 곳도 많았습니다. 서울시 강서구 공항동 근린상업지역에 위치한 토지 면적 3506㎡의 오피스텔은 착공 전 단계로, 감정평가액 683억3200만원에서 최저입찰가가 지난해 11월5일 1차 500억5800만원, 같은 해 12월 30일 최종 445억6300만원까지 내려갔지만 매각에 실패했습니다. 경기도 동두천시 생명동 일반상업지역에 위치한 토지 면적 2776㎡의 한 주상복합 매각장은 착공 전 단계로, 감정평가액 83억8500만원에서 최저입찰가가 지난해 10월22일 1차 6억400만원 이후 12월2일 5억4300만원까지 가격이 15분의 1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웰컴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의 상황도 비슷합니다. 웰컴저축은행이 보유한 PF 매각 사업장 16곳 중 6곳이 수도권에 있었는데요. 그 중 1곳은 입찰 개시가 되지 않았고, 4곳은 감정평가액 대비 마지막 최저입찰가가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습니다. OK저축은행이 보유한 PF 매각 사업장 13곳 중 수도권 지역에 있는 4곳 중 2곳에서도 원매자가 나타나지 않아 입찰 개시가 안 됐고, 2곳은 감정평가액보다 1차 최저입찰가가 대폭 낮아진 뒤 경공매 일정이 잡히지 않는 상태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저축은행의 경우 규모가 커서 PF 매각장이 더 많은 것"이라며 "부동산 실물 시장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탄핵 정국까지 터지면서 매수 심리가 확 위축돼 장부가 대비 감정가와 실거래가가 계속 낮아지는데도 수도권 매물조차 거래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 목표로 둔 이번 달까지 '7조4000억원 규모 PF 사업장 정리'도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며 "상반기까지는 PF 사업장 정리에 계속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재무부담 커진 대형사…당국, 칼 빼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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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 사업장 매각 지연은 자산 건전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날 저축은행중앙회 공시에 의하면 국내 저축은행 79곳 평균 연체율은 2021년 말 2.5%에서 지난해 9월 말 8.73%까지 급등했습니다. 저축은행업권 연체액은 지난 1월 말 기준 9조1000억원으로, 2021년 말 2조5000억원 대비 3배 넘게 불었습니다. 2금융권 중 가장 빠른 증가율입니다.
한국투자저축은행 연체율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8.15%로 1년 전(4.73%)보다 3.42%p 올라갔습니다. 총 여신 중 3개월 이상 연체돼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비율도 4.97%에서 9.25%로 4.28%p 치솟았습니다. 같은 기간 웰컴저축은행은 연체율이 5.70%에서 9.37%로 3.67%p, 고정이하여신비율은 7.54%에서 14.59%로 7.05%p증가했습니다. OK저축은행은 연체율이 7.29%에서 9.72%로 2.43%p, 고정이하여신비율이 7.11%에서 11.17%로 4.06%p 올랐습니다.
PF 부실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가운데 업권에선 긴장감이 맴돕니다. 금융당국이 부실 저축은행 선별 작업에 착수했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일 예금보험공사와 상반기 저축은행 PF 여신 공동검사를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자산 2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 위주 검사에서 규모와 관계없이 취약부문 합동 테마검사를 하는 방향으로 공동검사를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공동검사 과정에서 발견된 저축은행 위법·부당행위를 신속 제재할 방침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오는 19일 열리는 정례 회의에서 저축은행 4곳에 대한 적기 시정 조치 부과 여부를 논의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적기 시정 조치는 금융당국이 부실 위험 금융사에 내리는 경영개선 조치로 최고 단계인 '명령'에선 영업이 정지되거나 합병·매각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때 다수 저축은행이 적기 시정 조치 이후 자구책을 마련하지 못해 시장에서 퇴출됐습니다. 지난해 연말 라온·안국저축은행은 2018년 1월 이후 6년 만에 금융위로부터 적기 시정 조치로 '경영개선 권고'를 받은 바 있습니다.
10일 서울시내 아파트 단지. (사진=뉴시스)
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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