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진아·김태은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이른바 '명태균 특검법'(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 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국무회의에 상정하지 않은 채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여부에 대한 숙고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또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안 모두 한덕수 국무총리의 복귀 여부가 핵심 변수로 작용하면서 고심을 이어가는 모습입니다. 한 총리가 복귀한다면 최 권한대행의 시간은 일주일가량 남은 셈인데요. 마지막까지 책임은 지지 않고 선택적 권한 행사만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명태균 특검법과 마 후보자 임명 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트럼프발 통상전쟁에 대한 대응책과 민생 어려움 해소를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투입 필요성만 거듭 강조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끝까지 숙고할 것"이라고만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명태균 특검법은 지난 대선·지방선거 등에서 명씨를 중심으로 불거진 여론조사 조작 의혹과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하는 게 골자입니다. 거부권 시한은 다음 정례 국무회의가 열리는 18일보다 이른 15일입니다. 이에 따라 15일 이전에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집니다. 최 권한대행이 이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총 8번째 거부권을 행사하게 됩니다.
최 권한대행이 명태균 특검법 재의요구권 행사를 미루는 것은 한 총리의 직무 복귀 가능성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관측입니다. 이번 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선고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한 총리의 직무복귀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습니다. 이에 최 권한대행은 법 처리 시한일까지 고심을 이어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회 출석부터 인사권까지 '선택적'
최 권한대행의 선택적 행보는 '책임 없는 권한 행사'라는 이유로 줄곧 도마 위에 오르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1월 8~9일 '12·3 비상계엄'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긴급현안질문을 비롯해 같은 달 22일 '내란 국조특위', 23일 '서울서부지방법원 불법적 폭동사태 관련 긴급현안질문'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최 권한대행은 현재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도 미루고 있습니다. 그는 지난 2024년 12월31일 국민의힘이 추천한 조한창 후보자와 민주당이 추천한 2명 중 정계선 후보자만 임명하고 마은혁 후보자는 임명하지 않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른 헌법재판관은 임명하면서 특정 인물의 임명만 보류하는 건 '선택적' 국정 행보라는 비판이 거세게 나왔습니다. 이후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건 위헌이라는 헌재의 판결이 나왔음에도 여전히 마 후보자 임명을 보류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른바 '내란 상설특검법'(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 검사의 수사요구안)의 특별검사 추천 의뢰도 석 달째 하지 않으면서 버티고 있습니다. 내란 상설특검법은 지난 2024년 12월 10일 국회 문턱을 넘었는데요. 상설특검은 일반 특검법과는 달리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없습니다.
이 같은 행보에 야당은 점점 더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으며, 명태균 특검법 거부권을 행사하거나 마 후보자 임명을 계속 지연시킬 시 최 대행 탄핵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살다 살다 이렇게까지 헌재 결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공직자는 처음 본다"며 "즉시 마은혁 재판관 임명과 내란 상설특검 추천 의뢰로 헌정질서 수호 의지를 밝히고, 명태균 특검 공포로 불법은 누구든 엄단한다는 원칙을 밝히라"고 비판했습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도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은혁 재판관을 임명하고 명태균 특검법을 공포할 것을 요구한다. 이번 주가 최종 시한"이라며 "경제 무능·헌법 파괴 최상목을 탄핵하라는 국민의 요구가 급속히 높아지고 있음을 가벼이 보지 말라"고 경고했습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김태은 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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