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이 도입한 '기후 보험'…보험업계 "DB 구축 서두르자"
경기도, 이달부터 전국 최초 '기후 보험' 시행
기후 위기 대응책으로 '지수형 보험' 떠올라
국제사회, 기후 위기 선제 대응에 나서
2025-03-06 17:11:44 2025-03-07 09:21:19
 
[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 주도하에 이달부터 '기후 보험'이 경기도에서 시행되자 보험업계에선 "자체적으로 데이터베이스(DB) 구축에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변화 리스크(위험)가 커지는 상황 속 보험의 필요성을 느끼는 수요자들을 충족시켜야 하는데요. 이러려면 기후 보험 상품이 충분히 공급되도록 기술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특히 공공 데이터만 가지고는 실질적인 기후 리스크 추정이 어렵기에 공-사 협력을 통해 데이터 수집이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국화빵을 맛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상 기온 발맞춰 등장한 '기후 보험'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추진하는 '기후 보험' 사업은 이달 첫 포문을 열었습니다. 기후변화가 매년 심각해지는 상황인 데다 이에 따른 질병도 증가 추세인 만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대응에 나선 것입니다.
 
기후 보험은 별도 가입 절차가 없습니다. 모든 경기도민은 자동 가입됩니다. △온열·한랭 질환 진단비 △감염병 진단비 △기상특보 관련 4주 이상 상해시 사고 위로금을 정액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기후 취약계층(시군 보건소 방문 건강관리사업 대상자) 약 16만명은 온열·한랭 질환 입원비 등 추가 혜택도 받을 수 있습니다. 경기도는 이번 기후 보험 사업을 위해 지방자치단체 예산 약 34억원을 투입했습니다.
 
앞으로 경기도와 같이 지방자치단체의 기후 보험 상품 추진은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는데요.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과 세계기상기구(WMO) 등에 따르면 현재 지구 온도는 1850~1900년보다 섭씨 1.1도 높아졌습니다.
 
극한 기상현상으로 인한 재해건수는 1970년대 711건에서 2010년대 3165건으로 4배 이상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피해 규모는 1754억달러(252조9794억원)에서 1조3810억달러(1991조8163억원)로 8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최근 세계경제포럼(WEF)은 극한 기상 현상으로 2050년까지 1450만명 사망자가 발생할 것이라 진단했습니다.
 
보험업권에선 기후 보험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습니다. '보험, 기후 위기를 듣다' 저자인 남상욱 서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경기도가 굉장히 앞서서 잘한 것"이라며 "저소득 취약계층이 기후 변화 타격을 가장 심하게 받는다는 것을 고려할 때 '기후 정의' 차원에서 정부가 보험료를 대주는 정책 보험을 연속성 있게 꾸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남 교수는 "질병이 발생했을 때 기후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며 도덕적 해이 문제를 해결 과제로 짚었습니다.
 
'지수형 보험'도 기후 위기 대응책으로 언급됩니다. 지수형 보험은 기후 위기가 한 번 발생했을 때 손해액 규모가 너무 커서 실손보험으로 피해액 산정이 어렵고, 보험 보장 차이에 따른 손해 부담은 국민이 지게 되기에 떠오른 상품입니다. 긴급 재난지원금과 같이 자연재해 발생 시 당장 피해자들이 먹고살 수 있도록 경제적 손실 발생 유무와 관계없이 가입자 모두에게 보험금을 즉시 지급합니다.
 
김경선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충분한 데이터가 집적되면 보험회사, 지방자치단체, 학계 등이 협력해 기후 위험 지수를 개발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기후변화로 인한 다양한 위험 요소를 정량화해 보험회사의 위험관리와 정부 정책 결정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후 위기 유발, 윤석열의 석유 가스 시추 계획을 탄핵하라' 긴급 기자회견에서 기후 위기 비상행동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기후 위기 대응, '데이터'가 핵심
 
보험업권에선 기후 위기 대응 핵심은 'DB 구축'이라고 강조합니다. 기후 관련 사건 패턴과 인간의 사망률·질병률을 대조하는 DB가 부족하면 보험사가 기후 관련 건강 위험 측정 능력이 떨어져 관련 보험상품 개발이 힘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초 열린 '현실로 다가온 기후변화 영향, 보험산업의 기후리스크 관리 체계 발전 방안은?' 세미나에서 백천우 코리안리재보험 박사는 "기후변화로 인해 허리케인 같은 자연재해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를 반영한 평가 모델과 보험 손실 데이터를 활용해 장기적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정광민 포항공과대학교 교수도 기후리스크 대응을 위해 정확한 자연재해 평가 모델 개발과 자본 건전성 강화를 위한 모델 구축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현재 국제사회는 이미 기후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있습니다. 국제보험감독자 협의회(IAIS)는 오는 2029년까지 기후변화 관련 감독 방침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일본에선 닛세이 기초연구소가 일본판 기후지수를 개발해 사망자 수와의 관계를 도출하는 요구를 진행했습니다. 또 사망보험금 지급에 대한 보험 리스크 시나리오를 작성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보험업계에서 세계적인 정책 연구소로 불리는 제네바 국제보험 경제협회는 "생명보험회사가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위험 DB를 구축하고 보험상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공식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도 기후 위기 대응에 서두르는 모습입니다. 보험연구원은 기후변화 연구역량을 높이고자 산업계·학계·연구 협력 협약을 체결하고, 보험산업의 기후 위기관리 및 보험연구 분야 발전을 위한 공동연구를 지속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소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위험 평가와 대응에 필요한 데이터, 전문성, 정책 지원 등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과 민간부문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안철경 보험연구원장이 지난달 기후변화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일반보험 시장에 대한 연구와 생명보험사 시장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산운용 역량 강화 연구를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보험연구원)
 
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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