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전쟁 2R…변수는 '톱다운 담판'
트럼프, 첨단강국 내세운 '중국제조 2025' 정조준
관세를 정책 수단 삼아 협상 나설 가능성
2025-01-21 15:37:55 2025-01-21 18:38:52
[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부터 '미국 우선주의 시대 2.0'을 만천하에 선포했습니다. 무역 시스템 재점검과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히고, 전기차 우대정책을 포함한 친환경 산업정책인 '그린 뉴딜'의 종료를 선언했는데요. 특히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고 언급해 미·중 패권전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습니다. 다만 '취임 첫날'에 하겠다고 예고한 대중국 '60% 고율 관세 부과'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공교롭게도 2025년은 중국이 첨단 제조 강국을 목표로 삼은 시점인데요. 기존 워싱턴 정가의 문법과 달리 철저하게 사업가적 마인드를 지닌 스트롱맨 트럼프가 관세를 거래 카드로 삼아 벌일 '톱다운 담판'에 이목이 쏠립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관세 전쟁 포문…"1일부터 캐나다·멕시코에 25%" 
 
외신에 따르면 20일(현지시간)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의 문답을 통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이르면 내달 1일부터 25%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본격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었지만 그동안 공언해 온 중국에 60% 고율 관세 부과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트럼프 1기 때 타결한 미·중 무역합의를 중국이 이행하고 있는지 평가하고, 관세 부과 등 적절한 조치를 권고하라고 지시한 정도인데요. 그동안 트럼프는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최혜국대우 박탈, 우회수출 중국 전기차에 100% 관세, 전자·철강·의약품 등 중국 수입 중단 등을 언급해 왔습니다. 
 
트럼프는 그동안 미국이 수면 밑에서 진행해 온 중국과의 패권전쟁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장본인인데요. 그는 1기 집권 당시인 지난 2018년 7월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며 중국과의 경제 패권전쟁에 본격적으로 돌입했습니다. 2019년에는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이자 글로벌 점유율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던 화웨이를 직접 제재했습니다. 화웨이 제품에 들어가는 첨단 반도체 등의 공급망을 틀어막은 건데요. 미국 첨단기술 분야 대중 제재의 근간이 됐습니다. 
 
무역전쟁의 직접적 원인은 미국의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였습니다. 지난 2018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4183억원에서 이듬해 3426억원, 3080억원, 3529억원, 3823억원, 2794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2기 행정부에서도 트럼프는 보조금이라는 당근 대신 관세라는 채찍으로 자국 내 조립공장을 확보해 외국 기업의 미국 투자를 유치하고 일자리 만들겠다는 전략인데요.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 속에 미국은 중국에서 조립해 완성하는 제품에 의존하는 전략의 위험성을 경험한 뒤 서둘러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나선 상태입니다. 관세장벽을 무기로 제조, 설계까지 기업들을 미국으로 끌어들이는 '메이드 인 USA'가 본격화 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공교롭게도 2025년은 중국이 첨단 제조 강국을 목표로 삼은 시점인데요. '중국 제조 2025'는 지난 2015년 리커창 총리가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처음 발표한 정책으로 제조업 기반 육성과 기술 혁신, 녹색 성장 등을 내세운 중국 정부의 산업 전략입니다. 핵심 부품과 자재의 국산화율을 2020년까지 40%로 끌어올리고, 2025년에는 70%까지 달성하면서 10대 핵심 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트럼프 "시진핑과 회담"…협상 여지 남겼다
 
트럼프가 오랜 우방인 멕시코와 캐나다를 대상으로 무역협정 재조정까지 언급하면서 25% 관세 추가 부과라는 강수를 둔 데 반해 중국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없다는 점은 주목할 부분입니다. 협상의 대가답게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풀이되는데요. 
 
'압박'과 '거래'는 트럼프의 전매특허 협상 기술입니다. 트럼프는 상상을 초월하는 말 폭탄을 던져 상대에게 겁을 준 뒤 협상을 통해 실리를 취하는 전략을 구사해왔습니다. 
 
마이클 비먼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는 21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세계무역포럼에서 "트럼프가 이날 캐나다와 멕시코에 우선적으로 관세를 부과한 것도 이민이나 약물 유입 등을 줄이기 위해 관세를 정당한 '정책 수단'으로서 협상에 활용하려는 전략으로 본다"며 "기본적인 인상이 있겠지만 25% 부과보다 더 낮게 협상될 확률이 있고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실제 트럼프는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과 통화를 할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지난 17일에도 시진핑 주석과 전화 통화를 갖고 트럼프 2기 집권 기간 협업과 관계 증진 의향을 밝힌 바 있습니다. 무역과 대만 문제 등 각국의 이익을 보호한다는 의지도 함께 표명한 데 이어 또다시 시 주석과의 소통에 뜻을 내비친 겁니다. 
 
집권 1기 때와 달리 현재 트럼프 곁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과 같은 '중국통' 기업인들이 포진해 있는 것도 눈길이 가는 대목입니다. 머스크는 19일(현지 시간) 시진핑의 특사로 트럼프 취임식에 참석한 한정 부주석을 만나 "테슬라는 중국과의 투자 협력 강화를 희망하며 미·중 경제와 무역 교류를 촉진하는 데 적극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같은 날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중국 베이징을 찾아 중국 시장을 챙겼습니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에 맞설 중국의 맞대응에도 이목이 쏠립니다.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거나 희토류 등 핵심 원자재 수출통제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요. 
 
미·중 패권전쟁에 '대만'이 협상카드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트럼프는 지난 2017년 첫 집권 당시 '하나의 중국'을 부정하며 중국과 협상을 시도했다가 대화가 단절된 경험이 있는데요. 오히려 중국 측에서 트럼프에게 '대만 독립 반대' 입장을 요구하며 협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어 경제 분야에서 시작된 패권전쟁이 군사·안보 측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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