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재무 체력 약화된 삼성SDI, 대규모 투자에 '빨간불'
현금성자산 감소에 FCF 4년 연속 적자
중장기 투자 확대…단기적 재무 압박 심화
2025-01-21 06:00:00 2025-01-21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7일 17:37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삼성SDI(006400)가 차세대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재무적 부담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공격적인 투자가 중장기 성장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반면, 단기적으로는 현금흐름 악화와 자금 조달 압박이 경영 안정성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성장과 안정성 사이에서 삼성SDI가 선택할 전략이 향후 배터리 시장에서 입지를 좌우할 것으로 보여 회사가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삼성SDI)
 
4분기 영업적자 전망…시장 컨센서스 '하회'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SDI의 지난해 4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4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1279억원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실적은 이를 밑돌 것이라는 증권가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SDI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3조8000억원, 영업이익은 667억원에 그칠 것"이라며 "BMW 등 유럽 고객의 판매 부진과 소형전지 매출 감소로 적자 폭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과 KB증권 역시 삼성SDI가 4분기 각각 2010억원, 259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SDI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현재 전방산업인 전기차 업황 악화로 배터리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구체적인 실적 감소 원인은 4분기 실적보고서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4분기 영업적자 전환이 점쳐지는 가운데 삼성SDI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잉여현금흐름(FCF) 적자를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810억원의 FCF를 기록한 삼성SDI는 2022년 -1724억원, 2023년에는 무려 -1조9572억원의 적자를 냈다. FCF가 적자라는 것은 투자에 필요한 현금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지난해 삼성SDI의 FCF 적자 규모가 크게 확대된 이유는 이차전지 사업 투자 확대에 따른 CAPEX 증가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 삼성SDI의 연간 FCF 적자는 더욱 심화됐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누적 FCF가 –4조5999억원으로 집계됐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5133억원, CAPEX는 4조866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삼성SDI의 지난해 연간 CAPEX가 약 6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연간 FCF 적자 폭은 더 커졌을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면서 삼성SDI의 현금성자산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삼성SDI의 현금성자산은 1조7430억원으로, 2023년 말 2조746억원 대비 19% 감소했다. 현금성자산 감소와 함께 외부 차입금은 증가하며 순차입금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지난해 3분기 말 삼성SDI의 연결 순차입금은 7조4131억원으로, 2023년 말 3조7243억원 대비 99%나 늘었다.
 
 
올해도 대규모 투자 지속…외부 자금 조달하나
 
삼성SDI는 올해도 대규모 투자를 지속할 전망이다. 지난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 법인 설립을 확정한 삼성SDI는 올해 약 6조~7조원의 CAPEX를 집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투자 규모가 큰 상황에서 영업활동현금흐름만으로는 부족한 현금을 메우기 어려운 만큼, 삼성SDI는 외부 자금 조달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유상증자나 회사채 발행, 금융권 차입 등의 자금 조달 방안이 검토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삼성SDI가 향후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 방안으로 유상증자를 선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유상증자가 아닌 회사채 발행이나 금융권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경우, 순차입금비율과 순차입금/EBITDA 등 재무지표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SDI의 연결 순차입금비율은 35.1%로 상승했으며, 순차입금/EBITDA는 2.9배에 달했다. 만약 4분기 실적이 앞선 분기보다 저조할 경우, 이 수치가 3배를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
 
삼성SDI가 올해도 대규모 CAPEX 집행을 지속할 경우 단기적 재무부담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FCF 적자와 재무지표 악화로 이어져 삼성SDI의 투자 여력과 경영 안정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투자 확대와 현금성자산 감소, 외부 차입 증가라는 재무적 압박 속에서 삼성SDI가 어떤 자금 조달 방안을 선택할지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삼성SDI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미국 에너지부(DOE)론에서 투자금 조달을 위한 대출 지원을 해준 바 있다"면서 "투자 계획에 맞게 비슷한 방식의 대출을 받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SDI의 이러한 공격적인 투자가 중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SDI는 EV 배터리 소싱 전략을 기존 파우치 타입에서 각형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2027년 미국 내 각형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GM과의 합작사를 준비 중이다. 또 BMW 등 유럽 고객사가 각형 배터리 공급망을 확대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는 삼성SDI의 물량 증가가 기대된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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