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재입성에 국내 건설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는 '미국우선주의'를 바탕으로 고환율, 미국 보호무역주의 실행, 높은 관세장벽 기조를 실현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이에 우리 건설업계는 높아진 환율·금리 변동성으로 인해 건설 원자잿값이 요동칠까 긴장하는 모습입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건설사들은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른 변수로 '강달러', '고금리'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의 건설동향브리핑에 따르면 대내외 불안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은 지난 2024년 12월, 15년 10개월 만에 최대치인 1434원을 기록했습니다. 환율 상승은 일반적으로 수출 기업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물가 상승 압력을 높여 내수 경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의견이 지배적인데요.
미국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트럼프타워. (사진=뉴시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설산업의 수입 의존도는 3.4%로 다른 산업에 비해서 의존도가 낮아서 원·달러 환율상승에 따른 직접적인 비용 상승 압력은 낮은 편"이라면서도 "건설이외 타 산업의 비용 상승으로 인한 2차 영향이 크기 때문에 환율 상승 기간이 길어질수록 간접 비용 상승 압력이 점차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건자재 품목별로는 △철근·봉강(9000억원) △석제품(5500억원) △합판(5300억원)의 경우 강달러에 수입비용이 크게 늘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건설산업의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낮다고 해도 해당 품목들은 건설업계에서 주요 자재로 꼽히기 때문에 수입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따라올 수 있습니다.
박철한 위원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 비축을 확대하고 대체 수입국 발굴 등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일정 수준의 국산품 구매도 장려할 필요도 있다. 또 기업들은 급격한 환율 변화에 대응해 환헤지를 위한 금융 상품 가입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관세장벽·석유증산도 변수…해외건설수주는 큰 영향 없을 것
트럼프 2기의 관세 인상 기조도 변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1기 때처럼 관세장벽을 다시 높이고 외국인 불법 입국 중지 등을 실행할 방침인데요. 미 정부가 외국인 불법입국에 강경 대응 시 노동력 감소를 불러오고 이는 미국 내 물가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이럴 경우 연준의 금리 인하가 지연되고 이는 한국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다시 늦출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침체에 빠진 우리 건설업계를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준 금리 인하뿐"이라며 "다만 트럼프 2기 출범이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고 환율 변동성을 높인다는 우려스러운 전제를 깔 수 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해외건설 시장은 유가가 변수가 될 전망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과 함께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을 늘리겠다며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이 중동 주요 산유국들의 발주 환경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건설 현장. (사진=네옴닷컴캡쳐)
손태홍 건산연 실장은 "지금도 유가가 그렇게 높지 않은 수준인데 미국이 목표대로 석유 생산량 증대를 이어나가면 유가는 지속적으로 하방 압력에 시달릴 것"이라며 "그럴 경우 주요 중동 산유국들의 발주 시장 환경이 나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그럼에도 우리 기업의 해외건설시장 수주 환경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습니다.
손태홍 실장은 "미국이 2%대 경제 성장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관세 증가 압박과 석유 생산 증대 실행이 생각처럼 여의치 않을 수 있다"며 "여기에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선언으로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도 종전 가능성이 생기고 있어 우크라이나 지역의 대규모 재건사업 기회도 여전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출범이 내수 중심의 우리 건설산업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무엇보다 전 세계 최대 건설 시장이라 할 수 있는 북미·태평양 지역에 진출한 우리 건설 기업은 전무한 수준이기에 유의미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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